때 되면 밥 잘 먹고 몸 움직여 산다
장진희의 시와 산문
내가 온 곳으로 돌아갈 때까지,
그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지만,
말하자면 관 뚜껑 덮을 때까지
같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속아지는 일렁이고
존재는 늘 허당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 되면 밥 잘 먹고
몸 움직여 산다.
무엇을 하면서 사는가는 전적으로 각자의 선택이다.
혹은
내가 온 곳으로부터 가늘게
그러나 끈질기게 이어지는
어떤 소리나 움직임에 이끌리어.
다시 그 소리를 듣는다.
그 소리는 나의 절친 죽곡주모를 통해 말해졌다.
"아이, 느그 집 욱에 그 밭 지어먹어야."
"기계도 안 쓰고 비니루도 안 쓴디 한 마지기도 넘는 밭을 어치케 지으라고라우? "
"뻘소리 말고, 기양 하는 데까지 하라고! 지을 사람이 없어. 동네 사람들 인자 늙고 허리 아퍼서 못 짓는닥 안 하냐."
그렇게 죽곡주모네 동생 밭을 짓게 되었다.
안 그래도 텃밭이 넙턱지만 해서 이것저것 심어먹을 땅이 아쉽기는 했다.
그제부터 거름 구해서 나르고
밭둑 좀 비어내고
콩이랑 들깨 모 부어놓고
오늘 드디어 밭에 첫 작물을 심었다.
맨발로 땅을 기어다니며 밭 정리하고 참깨와 녹두를 심었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은 역시 흙이다.
뻐꾸기가 불러주는 환영의 노래가 종일 골짜기를 가득 채웠다.
낫과 호미를 챙겨들고 밭을 나올 때 올려다본 하늘이 좋았다.
장진희
돈 안 벌고 안 쓰고 안 움직이고
땅에서 줏어먹고 살고 싶은 사람.
세상에 떠밀려 길 위에 나섰다.
장터로 마을회관으로.
무주에서 진도, 지금은 곡성 죽곡 보성강변 마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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