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인류의 인간성을 어떻게 지켜 낼 것인가ㅡ레오 14세(Leo XIV) 교황의 가르침
조광호 신부의 동검도 이야기
지난 5월 25일 레오 14세(Leo XIV) 교황의 첫 회칙, <마니피카 후마니타스>(Magnifica Humanitas)」 — 「고귀한 인간다움」을 반포하셨습니다. 그 주제는 인공지능 시대에 인류는 어떻게 고귀한 인간의 인간성을 지켜 낼 수 있겠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교황 회칙이란, 교황이 전 세계 가톨릭 교회와 때로는 온 인류를 향해 발표하는 가장 중요한 공식 가르침 문서 가운데 하나입니다. 라틴어로는 엔치클리카(Encyclica) 라고 합니다. 원래 뜻은 “두루 돌려 읽는 편지”, 곧 회람 서한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한국어로 회칙이라고 부릅니다. 어쩌면 *회람편지*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교황 회칙은 보통 다음과 같은 주제를 다룹니다. 신앙과 교리, 윤리와 사회 문제, 시대에 대한 교회의 응답, 현대 세계가 겪는 위기와 혼란 속에서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합니다.
중요한 점은, 회칙이 단순한 개인 의견이나 강론문이 아니라 교황이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교회의 신앙과 양심을 대표하여 발표하는 권위 있는 가르침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회칙이 곧바로 “무류성”을 갖는 교리 선언은 아닙니다. 다만 신자들이 회칙을 진지하게 받아 드려신앙과 삶의 지침으로 삼기를 바랍니다. 레오14세 교황의 젓회칙을 알기 쉽게 요약 해 봅니다
1. 인공지능은 도구이지, 인간을 대신할 수 없다
레오 14세 교황의 첫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인공지능은 아무리 뛰어나도 인간이 아닙니다. 인공지능은 계산하고, 분석하고, 예측하고,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공적인 지능입니다. 인간처럼 양심을 가지고 아파하지도 않고, 사랑하지도 않으며, 책임을 지지도 않습니다. 그러므로 교황은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존엄, 양심, 영혼, 사랑,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 현대인에게 주는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기계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것보다, 인간을 더 인간답게 지키는 것이 먼저입니다.
2. 인공지능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기술을 단순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좋게 쓰면 좋고, 나쁘게 쓰면 나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교황은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갑니다. 인공지능은 처음부터 누군가의 생각과 가치관으로 설계됩니다. 무엇을 중요하게 볼 것인가, 무엇을 무시할 것인가, 누구를 위험한 사람으로 분류할 것인가, 누구에게 기회를 줄 것인가, 무엇을 효율적이라고 판단할 것인가. 이 모든 결정 안에는 이미 인간과 사회에 대한 관점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교황의 질문은 단순합니다.
“이 인공지능은 어떤 인간관을 가지고 만들어졌는가?”
현대인에게 주는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기술의 성능만 묻지 말고, 그 기술이 인간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3. 기술이 인간을 구원한다는 생각을 경계하라
레오 14세 교황은 트랜스휴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을 비판합니다. 쉽게 말하면, 인간의 약함과 한계를 기술로 완전히 넘어설 수 있다고 믿는 사상입니다. 더 오래 살고, 더 강해지고, 더 빠르게 생각하고,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하는 인간. 겉으로 보면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교황은 묻습니다.
그렇게 능력이 커진 인간은 정말 더 사랑하는 인간이 되는가?
더 정의로운 인간이 되는가?
더 겸손한 인간이 되는가?
더 약한 사람을 돌보는 인간이 되는가?
인간의 한계는 무조건 제거해야 할 결함만은 아닙니다. 인간은 약하기 때문에 서로 돌봅니다. 죽음을 알기 때문에 겸손해집니다. 상처를 알기 때문에 타인의 고통에 마음을 엽니다. 현대인에게 주는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기술이 인간을 더 강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사랑이 없으면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4. 전쟁, 감시, 통제에 쓰이는 인공지능은 인간성을 위협한다
교황은 인공지능이 전쟁과 감시 체계에 사용되는 현실을 강하게 경고합니다. 특히 인간의 생명과 죽음을 기계적 판단에 맡기는 일, 대규모 감시로 사람들을 통제하는 일, 약한 이들을 더 쉽게 배제하는 일은 매우 위험합니다. 본문에서 말하듯, 교황은 폭격, 병원과 학교에 대한 공격, 어린이들에게 가해지는 폭력, 민간인의 희생을 “인류 자체에 상처를 입히는 일”로 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교황이 중립을 가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고통받는 사람, 희생자, 가난한 사람, 억압받는 사람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봅니다. 현대인에게 주는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평화 없는 기술은 발전이 아니라 위험입니다. 약자를 보호하지 않는 기술은 인류의 미래가 될 수 없습니다. 이 회칙의 가장 깊은 결론은 결국 사랑의 문명입니다.
여기서 사랑은 감상적인 말이 아닙니다. 교황이 말하는 사랑은 제도와 사회 구조 안에 들어간 사랑입니다.
가난한 사람을 보호하는 법, 노동자를 존중하는 경제, 전쟁을 막는 국제 질서, 생태계를 돌보는 생활 방식, 기술을 인간 존엄에 봉사하게 하는 윤리, 타인을 경쟁자가 아니라 공동선을 함께 세우는 동반자로 보는 사회. 이것이 사랑의 문명입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전통으로 말하면, 인류는 두 길 앞에 서 있습니다. 하나는 바벨탑의 길입니다. 인간이 자기 힘과 기술을 절대화하며 하늘까지 오르려는 길입니다. 다른 하나는 예루살렘을 다시 세우는 길입니다. 무너진 인간성, 공동체, 평화, 돌봄을 한 걸음씩 다시 세우는 길입니다.
5. 레오14세 교황께서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가장 큰 질문은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입니다. 정리하면, 그분의 가르침 핵심은 이 한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존엄과 양심과 사랑을 중심에 두지 않으면 그 발전은 참된 진보가 아니다. 기술은 인간을 지배하는 힘이 아니라, 인간을 섬기고 공동선을 세우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오늘 우리가 살고있는 이 사회는 실제로“사랑의 문명”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감상적인 구호가 아닙니다. 사랑을 사회 구조로 만드는 일입니다. 가난한 사람을 보호하는 정책, 노동의 존엄을 지키는 경제, 노인을 외롭게 버려두지 않는 공동체,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사회, 생태계를 돌보는 생활 방식, 전쟁과 혐오를 거부하는 평화의 문화가 사랑의 문명입니다.
한국 사회는 경제적으로 성장했지만, 마음은 많이 지쳐 있습니다. 자살률, 고독사, 세대 갈등, 정치적 혐오, 지역 격차, 노인 빈곤, 청년 불안, 저출생 문제는 모두 한 가지 질문으로 모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경쟁자로만 보고 있는가, 아니면 함께 살아야 할 이웃으로 보고 있는가?
레오 14세 교황의 메시지는 한국 교회에도 깊은 도전을 줍니다. 교회가 기술 시대를 비판만 해서는 안 됩니다. 교회는 인간의 영혼, 양심, 공동체, 아름다움, 기도, 돌봄을 다시 살리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분의 이번 회칙은 한국 사회에 주는 최종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AI 시대의 한국이 진정으로 선진국이 되려면, 기술의 속도보다 인간의 깊이를 회복해야 합니다. 경제의 크기보다 사랑의 구조를 세워야 합니다. 인공지능을 발전시키는 나라를 넘어, 인간을 끝까지 인간답게 지키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조광호 신부
1967년 천주교 성 베네딕도 수도회에 입회하여 서울 가톨릭대 신학부를 졸업하고, 신부가 된 다음 독일 뉘른베르크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천주교 주교위원회 출판국장으로 천주교 200주년 기획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독일유학 후 한국현대미술 50년전, 일본 국제 현대미술전 및 국내외(독일, 미국, 오스트리아) 10여 차례 개인전과 여러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월간 영성문화교양지 <들숨날숨> 편집인으로 활동했다.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학장을 역임하고, 현재 강화 동검도 채플과 갤러리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대표적인 미술 작품으로는 부산 남천 성당 유리화와 서울 2호선 당산철교 외벽의 벽화, 서소문 현양탑 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그대 문의 안과 밖에서>, <꽃과 별과 바람과 시 - 조광호 신부 그림 에세이>, <얼굴 - 조광호의 그림과 글>, <Angel - 조광호 신부 명상 Drawing>, <조광호의 스테인드글라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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