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탄압받아야 한다

김선주 칼럼

2026-02-02     가톨릭일꾼

큰 전쟁이 일어나면 큰 질병도 퍼지게 됩니다. 2차대전 이후에 인류에 퍼진 가장 큰 질병 중 하나가 냉전(冷戰)입니다.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이 아니라 외교, 경제 등으로 서로 견제하고 압박하며 소련과 미국이 싸우던 체제를 말합니다. 트루먼은 공산주의 국가 소련과 중국이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시아에 거대한 반공 벨트를 구축합니다.

미국이 일본과 한국, 대만에 원조를 하여 친미 정권을 만들어 소련과 중국이 태평양으로 확장하는 것을 막으려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때 각국의 권력자는 다들 큰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일본의 기시 노부스케(岸 信介)는 2차대전 중 만주국을 수탈하여 A급 전범으로 처형될 위기에 처했다가 미국에 의해 사면된 자입니다. 한국의 박정희는 일본군 장교 출신으로 민족 반역과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자입니다. 대만의 장제스(蔣介石) 역시 마오쩌둥의 공산당에 패하여 섬으로 쫓겨난 자입니다. 이들은 모두 전범, 민족 반역, 전쟁 패배의 상처로 인한 콤플렉스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미국이라는 거대 권력에 빌붙어 그 힘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때문에 동북아시아의 반공 벨트에 적극 가담하였습니다. 이때 박정희는 만주국에서의 인연으로 기시 노부스케로부터 국가 주도 개발 모델을 전수받습니다. 일명 신식민지 국가 독점 자본 체제가 기시 노부스케의 만주국 수탈경제를 모델로 해서 만들어진 박정희식 경제개발이었습니다. 미국의 경제 원조와 외교, 군사적 지원으로 한,미,일,대만의 반공 벨트는 굳건해졌습니다.

그런데 이들 틈바구니로 끼어들어 세력을 확장하고 경제적인 성공을 거둔 제3의 인물이 있었습니다. 문선명 씨입니다. 그는 총리였던 기시 노부스케에게 접근하여 반공주의의 이념을 공유하며 정치자금을 댔습니다. 문선명은 승공(勝共)을 기치로 열렬한 반공주의자를 자처하며 자민당 정권과 깊은 정치적 유착 관계를 형성합니다. 자민당의 조직 활동을 지원하고 선거를 도우며 상호 이익 관계를 만들어 갑니다.

기시 노부스케를 스승으로 모시던 박정희 역시 문선명의 반공주의를 자신의 국정에 적극 끌어들입니다. 트루먼이 설계한 동북아의 이 반공 벨트를 구성한 인물은 기시 노부스케, 박정희, 장제스 외에 문선명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통일교의 종교적 이념은 반공이었고, 성장 발판은 기시 노부스케의 만주국 수탈 경제를 모델로 한 시장주의였습니다. 박정희의 공화당으로부터 시작한 통일교의 유착 관계는 이후 공화당의 후신인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으로 이어집니다.

정치권력과 유착을 통해 성장한 통일교를 모델로 하여 등장한 신생 이단 종파가 신천지입니다. 이만희는 일본에서 통일교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보았던 것입니다. 통일교를 모델로 한 신천지가 정치에 개입하고 권력과 유착한 시점이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로 보는 견해는 설득력 있습니다. ‘새누리’라는 이름 자체가 ‘신천지’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에 통일교와 신천지가 적극 개입한 증거가 나타났습니다. 국민의힘을 일본 자민당처럼 설계하려 했던 것입니다. 통일교와 신천지는 공동으로 국민의힘에 자금과 조직을 동원해 줍니다.

그런데 통일교와 신천지만이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조찬기도회를 모델로 하여 1966년 김준곤 목사는 한국에서 조찬기도회를 시작합니다. 1968년부터 공식화된 조찬기도회는 국가 발전과 안보를 기치로 하여 지속됩니다. 국가, 발전, 안보라는 말에서 신식민지 국가 독점 체제하의 시장주의와 반공주의 이념이 내재돼 있습니다. 이는 한국 개신교회 주류가 반공벨트 안에서 보수 정치권과 이념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통일교가 당대 최고의 이단이라고 핏대를 세워 비난했지만 개신교 주류 집단은 통일교와 같은 반공 노선에 편승하여 독재 권력을 옹호하고 사상적으로 지원해 준 것입니다. 그 대가로 정권으로부터 교회 성장의 발판을 제공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통일교와 개신교는 적대적 공생관계였던 셈입니다.

윤석열 정권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통일교, 신천지, 개신교, 무속이 한 방향으로 움직인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이들은 종교의 이름으로 정치 권력을 탐했던 것입니다. 정치 이념을 공유하고 전파해 주는 대가로 권력을 공유하려는 야욕이 밑바닥에 깔려 있었던 겁니다. 이제 그게 들통나자 종교 탄압이라 합니다.

따지고 보면 이러한 정교 유착의 근원은 미국이 냉전시대에 구축한 반공 벨트에 있습니다. 때문에 한국 개신교회는 미국을 하나님처럼 떠받들고 숭배합니다. 미국이 세계 질서를 재편하여 기독교 왕국을 만드는 재림 예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윤어게인의 주축 세력이 극우 개신교회라는 점은 그래서 우연이 아닙니다. 그들은 트럼프가 항모를 끌고 와서 윤석열을 구해 줄 것이라는 종말론적 환상을 갖고 있을 정도입니다.

지금 우리는 트럼프의 광기가 미국과 세계 질서를 짓밟고 있는 처참한 광경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절체절명의 세계사적 전환점에서 트럼프의 광기가 우리를 위협하지 않기를 바라며 숨죽이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 극우 개신교회와 목사들이 난동을 피우며 외교적 관계를 험악하게 만들지 않을까 조마조마합니다. 개신교회가 자중하지 않으면 몽둥이로 때려서라도 조용히 시켜야 합니다. 예수는 발가벗고 큰소리치며 아무 데나 나대는, 귀신 들린 자를 고쳤습니다. 예수처럼 귀신을 쫓아내지 못한다면 몽둥이라도 들어야 합니다.

타락하고 부조리한 종교에 속죄의 기회를 주는 정치적 결단을 종교 탄압이라 한다면, 종교는 마땅히 탄압받아야 합니다. 자유의 이름으로 난동하는 악의 세력을 물리치는 것을 종교 탄압이라 한다면, 종교는 탄압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런 종교를 따르고 숭상하는 집단은 버림받아야 마땅합니다. 탄압받지 말아야 할 것은 선한 양심과 인류를 향한 긍휼로 하나님의 정의를 외치는 종교적 자유입니다.

 

김선주 목사
<한국교회의 일곱 가지 죄악>, <우리들의 작은 천국>, <목사 사용설명서>를 짓고, 시집 <할딱고개 산적뎐>, 단편소설 <코가 길어지는 여자>를 썼다. 전에 물한계곡교회에서 일하고, 지금은 대전에서 길위의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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