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에 일하는 사람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누구에게 한 말인가?
김선주 칼럼
반드시 죽여야 한다. 하느님의 명령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혹은 God is love 라고 쓴 티셔츠나 굿즈를 자주 봅니다. 사도 요한의 하느님에 대한 이 정의(1요한 4,8)에 익숙한 사람들은 탈출기에서 모세에게 준 율법 중 “반드시 죽여야 한다”는 처벌 규정을 마주칠 때 당혹스럽습니다. 솜사탕처럼 달달하고, 마시멜로처럼 말랑거리고, 실크 머플러처럼 목을 부드럽게 감싸는, 하나님에 대한 사랑의 이미지가 각인된 사람들은 죽여 버리라, 고 과격하게 말하는 하느님의 모습을 쉽게 연상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슬쩍 넘어갑니다.
이 과격한 처벌 명령에 사랑의 지향점이 있습니다. 사랑은 뭉뚱그려진 하나의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향점을 가진, 운동(movement)입니다. 무조건 모든 사람에게 한량없이 베푸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상상한 사람들이 감히 상상하지 못하는, 과격한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그 과격한 사랑이 바로 안식일입니다.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 자는 “반드시 죽여야 한다.”는 말에는 안식일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하루라도 안식하지 않으면 과도한 노동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노예와 하인들, 사회적 하층민에 대한 사랑이 목적입니다.
하느님은 모든 존재를 사랑하시지만 특별히 관심과 애정을 갖고 돌보지 않으면 무너지고 쓰러질 수밖에 없는 약자들에게 사랑을 집중합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지만, 상처 입은 손가락은 특별히 조심하고 보호하기 위해 많은 관심과 에너지를 집중해야 합니다. 하느님 사랑의 지향점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 자들을 반드시 죽이라는 명령은 특별히 농노를 부리는 지주들이나 백성을 다스리는 왕과 관료들을 향한 명령입니다. 노동자들을 7일에 한 번 꼴로 쉬게 하라는 명령입니다. 그래서 월터 부르그만은 ‘안식일은 저항이다’라고 말합니다. 폭력적 지배 질서에 저항하고 인간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휴식, 그것이 안식일의 정신입니다. 안식일이 거룩한 것은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자유롭게 되어 인격성을 존중받아 휴식하며 하느님의 거룩함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은 인간을 생산을 위한 도구로 만듭니다. 그래서 사용자는 노동자에게서 인격성을 보는 게 아니라 생산성과 효율성을 보게 됩니다. 사람의 인격을 노동의 반대급부로 치환시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 자를 반드시 죽이라는 명령은 사람에게서 인격성을 제거하는 노동으로 내모는 자본가와 그들의 체제를 부셔 버리라는 말입니다.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마태 11,12)이라는 말은 인간 안에 있는 거룩한 신성(하느님의 형상)을 제거하는 자들과 맞서 싸워 내 안에 하느님의 형상, 즉 천국을 지켜내라는 뜻입니다.
쿠팡에서 계속 사람이 죽어나갑니다. 산재 발생율도 1위입니다. 쿠팡의 과도한 노동과 열악한 근무환경 등에 대해 사회적으로 많은 지탄이 있었지만 그 때마다 쿠팡은 검찰에 의해 줄줄이 무혐의나 불기소 처분을 받습니다. 최근에는 일용직 노동자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일로 문지석 검사가 국정감사에 나와 검찰 내부의 쿠팡에 대한 커넥션을 고발했습니다. 사람을 갈아 넣어서 만든 배송 시스템을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동안 누군가는 망가지고 죽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안식일은 시간을 정해 놓고 기계적으로 휴식과 종교행위를 강제한 게 아니라 이런 비인간적인 노동 시스템을 바라보라는 명령입니다. 이 시스템이 쉴 새 없이 빠른 속도로 돌아갈 때, 사람은 노동을 위한 기계가 되고 쉼 없이 채찍질 당하는 자본가의 노예가 됩니다. 이런 사회적 구조와 시스템을 바라보고 안식일의 정신으로 저항해야 하는 것이 기독교의 사회적 역할입니다. 당장 이 살인적인 시스템을 정지하라고 명령하는 것이 교회의 사회적 책무였습니다. 하지만 교회가 관료와 지주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사업이 잘 되기를 축복해 줌으로써 안식일은 예배 의무를 지키기 위한 종교적 편향성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대형교회 목사들이 권력자와 자본가들을 위한 조찬기도회를 열고 보수 정권의 대통령들에게 안수기도 하는 걸 큰 권위로 여기는 이유는 자신이 그들과 같은 편이라는 것을 과시하려는 것입니다. 그들의 기도는 안식일이 필요한 노동자들을 위한 게 아니라, 안식일 없이 사람을 부려 먹고 자기 이득을 극대화하려는 지주와 제왕을 위한 것입니다. 지주와 제왕을 위한 기도, 그것은 예수의 이름으로 하는 가장 더러운 기도입니다.
“엿새 동안은 일을 하고, 이렛날은 나 주에게 바친 거룩한 날이므로, 완전히 쉬어야 한다. 안식일에 일하는 사람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탈출 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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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목사
<한국교회의 일곱 가지 죄악>, <우리들의 작은 천국>, <목사 사용설명서>를 짓고, 시집 <할딱고개 산적뎐>, 단편소설 <코가 길어지는 여자>를 썼다. 전에 물한계곡교회에서 일하고, 지금은 대전에서 길위의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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