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인의 우리들
위인전이나 성인전보다 신앙인에게 더 필요한 책을 만났기에 오늘은 책 소개를 넘어 책 광고를 하기로 작정했다. 어릴 적 위인전 읽기를 좋아했다. 그 위인들 안에는 정치인, 군인, 탐험가 등 쟁쟁한 사람들이 오르지 못할 나무처럼 적혀 있었다. 사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박제화 된 형상이거나 동상에 불과한 것임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교회 안에 들어와 만나게 된 성인전 역시 훌륭하기는 하나 왠지 다가가기엔 ‘너무 먼 당신’으로 느껴졌다.
얼마 전 우리신학연구소에서 ‘기억과 기록’ 시리즈의 첫 번째 책, <천주교 평신도 사회 운동가 13인>을 출간했다. 책의 부제로 달린 ‘기억과 증언, 다시 깨어나는 신앙’이라는 말에 담긴 연구소 혹은 저자들의 의도가 느껴졌다. 노동운동・농민운동・도시빈민운동・신협운동・여성운동・청년학생운동 편으로 나뉘어 각 분야 별로 두세 명의 평신도 사회운동가들을 소개했다. 물론 모두 평범한 신자들이고 현존하는 사람들이다.
교종 프란치스코는 선종 전 출간된 자신의 자서전 <희망>(2025. 가톨릭출판사)의 서문에서 “기억이란 단순히 우리의 회상만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신학연구소는 이번 시리즈 기획을 통해 누구나 살아가는 과정으로 여기고 담담히 걸어왔지만 한 발 앞선 걸음으로 힘들게 동시대를 겪어왔던 13인을 통해서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을 다시금 현재화하여 활자로서 기록하고 신앙으로 부활시키는 작업을 한 것이다.
필자는 이런 류의 책 출간이 위인전나 성인전보다 더 필요한 책이라고 감히 평가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옆집의 성인들’이란 말을 다시금 깊게 새긴다. ‘어른 김장하’를 통하여 많은 이들이 “이런 분이 계셨나?” 하고 깜짝 놀랄 정도였지만 사회 곳곳에서 나누고 심으며 길을 가는 사람은 오래된 미래처럼 분명히 있었다. 심지어 요즈음 방영되는 오락프로그램인 ‘이웃집 백만장자’에서 숨은 독지가를 새삼 조명할 정도로 사회가 목마른 듯 찾는 이런 이들을 이탈리아 시인 니노 코스타(Nino Costa)는 ‘말은 적어도 뜻은 깊었고, 걸음은 더디어도 먼 길을 가는 이들’이라고 일찍이 시로 표현했었다.
<천주교 평신도 사회 운동가 13인>에 소개된 이들이 현존하는 인물들이기에 책에 그들의 삶을 공개하는 것을 반기지 않았을 지도 모르지만 위인이나 성인이 아닌 우리가 함께 공부했고 고민했고 성찰했고 활동했고 심지어 고난 받았던 그 모습은 선종한 교종 프란치스코의 말로 표현하자면 “한낱 지나가는 발걸음” 이었겠지만 그 발걸음이 고스란히 십자가의 길이었음을 독자로서 깊게 공감하는 바이다.
<천주교 평신도 사회 운동가 13인>을 출간한 우리신학연구소와 공동저자 3인 경동현・이미영・황경훈에게 박수를 보낸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혀’ 팔리지 않는 -팔리지 않을- 이런 책을 출간한 그 ‘거룩한 무심’에 깊은 존경과 위로의 마음이 크다. 언젠가 본격적으로 말하겠지만 이른바 ‘교회검열’ 없이도 우리는 얼마든지 더 교회적이고, 더 거룩한 책을 쉽고 아름답게 만들어 더 멀리 전할 수 있을 것이다. 복되어라!!!
그대들이 있어
어둠이 끝이 아니었고
고난이 길이 되었습니다.
노동운동/ 박순희・윤순녀・이철순
농민운동/ 이길재・정성헌
도시빈민운동/ 김혜경
신형운동/ 이경국
여성운동/ 엄영애・윤청자
청년학생운동/ 남영진・김영근・김지현・안미현13인의 우리들이여, 고맙습니다.
김유철 스테파노
한국작가회의 시인. 삶예술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