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일꾼 아홉해, 그래도 우리는 모이고
가톨릭일꾼 9주년 미사 스케치
지난 6월14일 토요일, '가톨릭일꾼 창립 9주년 월례미사'를 성분도 '은혜의 뜰'에서 봉헌했다. 2016년 5월15일, 비가 몹시도 내리던 날, 합정동 초원장학회 지하방에서 가톨릭일꾼은 그렇게 가난하고 조촐하게 시작했다. 9년이라는 세월동안 가톨릭일꾼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의 결기와 설레임은 코로나의 타격으로 구성원도 줄고 사명감도 시들해져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직 '가톨릭일꾼'이라는 이름으로 신문이 나오고, 월례미사가 봉헌되며, 작은 인원이라도 모여서 '기도하고 공부하고 일하자' 라는 일꾼 정신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상봉 편집장님이 '가톨릭일꾼의 9년'을 영상으로 편집해서 보여주셨는데 장면마다 '이야기'가 있고, 보고 싶은 '얼굴'이 있다. 갑자기 뜨거운 것이 '울컥'하고 올라왔다. 한선생님 말대로 앞으로 얼마나 더 유지될지 모르지만 우리 일꾼들은 각자가 살고 있는 정황 속에서 '가톨릭일꾼' 정신으로 살고 있고 살아갈 것이다. 달릴 길을 충실히 다 달리는 것, 그것만이 우리 일꾼들에게 주어진 과제일 것이다. 9주년을 축하해 주시고 미사 집전을 해 주신 김상식 바오로 신부님께 감사드리며 강론 말씀을 공유한다.
[ 가톨릭 일꾼 창립 9주년 강론 ]
□ 피터 모린과 도로시 데이의 영성과 비전으로 다시 시작하는 복음적 순례 □
“'예' 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라고만 하여라.”( 마태오 5,34-37)
1. 예수님의 말씀 : 명확하고 진실한 삶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 '예'는 '예', '아니오'는 '아니오'라고 하여라. 그 이상의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 말씀은 단순한 도덕적 진실함을 넘어서, 우리의 존재와 삶 전체가 진리의 편에서 있어야 한다는 부르심입니다. 이 복음 말씀 앞에서 우리는 우리 교회의 역사, 사회 안에서의 역할,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이 말씀대로 살고 있는지를 정직하게 성찰해야 합니다.
2. “가톨릭 일꾼” 9년 : 사랑과 실천의 여정
피터 모린과 도로시 데이의 비전으로 출발한 '가톨릭 일꾼' 운동이 한국에서 정기적인 미사 공동체로 자리 잡은 지 9년이 되었습니다. 이 9년은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사랑'을 실천하고,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며, 불의에 저항하는 '복음적 삶'을 걸어온 발자취입니다. 이 여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작은 숫자, 낯선 길, 때로는 교회 안에서조차 이해받지 못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게 하시고, 고통과 기쁨 속에서 함께 일하게 하셨습니다. 이는 곧 성령의 역사였고, 예수님의 복음이 '살아서' 움직이는 일이었습니다.
3. 피터 모린과 도로시 데이의 영성과 신앙 실천
피터 모린은 교회의 사회교리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자 하였고, 도로시 데이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 머무는 삶, 비폭력의 삶, 공동체의 삶'을 강조했습니다. 그들은 가톨릭 신앙이 단순히 개인의 영성에 머무르지 않고, 정의와 평화, 진리와 사랑을 삶으로 구현하는 길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가톨릭일꾼 신문'을 통해 깨어 있는 시민의식을 전했고, '자비의 집'을 통해 가난한 이를 섬겼으며, 비폭력 저항 운동을 통해 복음의 예언자적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4. 시대정신을 외면한 한국 교회의 침묵
이러한 피터 모린과 도로시 데이의 복음적 저항과 사랑의 실천은, 한국 천주교회의 현실과 강한 대비를 이룹니다. 일제 식민지와 6.25 전쟁, 군사 쿠데타와 독재 정권, 광주 학살, 그리고 최근의 대통령 탄핵과 위헌적 비상계엄 음모 사건 앞에서 한국 천주교회는 얼마나 분명한 “예”와 “아니오”를 말해왔습니까? 지금껏 한국 천주교회의 고위 성직자들은 '순교자의 후손'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지만, 진실을 말해야 할 때, 고통받는 백성과 함께해야 할 때, 대부분 침묵하거나 애매한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오늘 복음의 말씀과 너무 많이 어긋납니다. 복음은 분명히 말하라고 합니다. 진리 앞에서의 침묵은 '중립'이 아니라, '악'에 대한 '협조'이기 때문입니다.
5. 가톨릭일꾼, 복음의 살아있는 증언
바로 이 지점에서 가톨릭 일꾼은 오늘의 한국 교회와 사회에 던지는 복음의 물음이 됩니다.
우리는 누구의 편에 서고 있는가?
우리는 진실을 향해 “예” 라 말하고 있는가?
우리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 고통받고 있는가?
피터 모린은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하는 쉬운 길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도로시 데이는 “우리는 성공하라는 부르심을 받은 것이 아니라, '충실하라‘는 부르심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정신이 지금 “가톨릭일꾼” 의 삶과 실천 속에 계속되고 있습니까?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 사회에서, 복음의 예언자적 목소리로, 고통받는 이들의 편에 서는 공동체가 되고 있습니까?
6. 교종들과 성인들의 빛나는 가르침
교종 프란치스코는 <복음의 기쁨>에서, 교회는 “상처받은 이들의 병원”이 되어야 하며 “가난한 이들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정의없이는 평화도 없다”라고 선언하였고, 성 바실리오는 “가난한 이의 것을 도둑질하지 말라”고 강하게 외쳤습니다. 성 프란치스코는 하느님의 피조물을 사랑하며 '비움과 가난'을 삶으로 살았습니다. 이 성인들과 교종들의 말씀이, 피터 모린과 도로시 데이의 정신 안에 스며있고, 오늘의 가톨릭일꾼이 이어가야 할 '복음적 유산'입니다.
7. 다시 출발하는 9주년 : '예언자적’ 공동체로
'가톨릭일꾼의 9주년'은 단순한 축하의 시간이 아닙니다. 다시 '출발'하는 시점입니다. 다시 복음 앞에 서는 시간입니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말하지 않는 교회, 행동하지 않는 신앙, 침묵으로 방관하는 현실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가톨릭일꾼은 복음의 예언자, 가난한 이들의 벗, 진실한 공동체, 그리고 하느님 사랑의 노동자가 되어야 합니다.
8. 마무리 기도
주님, 당신의 복음 앞에서 침묵하지 않게 하소서. 당신의 진리를 외면하지 않게 하소서.
피터 모린과 도로시 데이가 살았던 것처럼 가난한 이들과 함께 걷게 하시고 불의에 침묵하지 않는 용기를 주소서.
“예는 예, 아니오는 아니오”라는 말씀처럼 우리의 입술과 손과 발이 진리와 사랑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
가톨릭 일꾼 9주년을 맞는 이 시간, 새로운 용기와 기쁨으로 다시 당신의 길을 걸어가게 하소서. 그 길에서, 고통받는 이들과 연대하며 당신의 나라를 이 땅에 이루게 하소서. 아멘.
이정화 크리스티나
가톨릭일꾼 코디네이터
신수동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