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도 주님의 빵을 먹었다

4월 15일 성주간 화요일 한상봉 복음묵상 (요한 13,21ㄴ-33.36-38)

2025-04-14     한상봉

지난 4월 10일, 안동교구의 두봉 주교님께서 뇌경색으로 선종하셨습니다. 주교님은 1954년에 한국에 오셨고, 안동교구장에서 물러난 뒤에 지난 20년 동안 경상북도 의성군 봉양면에서 살았습니다. 나는 <조선일보>를 무척 싫어하지만, 얼마 전 실린 김지수 기자의 두봉 주교 인터뷰는 참 달게 읽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탄을 통해서도 당신 일을 하시는 모양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이 기사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두봉 주교님은 당신을 찾아오는 방문객에게 “예수를 믿느냐?”고 묻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방문객들은 주로 자기의 고달픔을 토로하고 먹고사는 일의 어려움을 이야기합니다. 그들은 말하다 울다 웃다 돌아가는 데, 그것만으로도 크게 위로를 받는다는 것이지요.

수십 년 전에 지학순 주교님 평전 <나무를 심다>를 집필하면서 두봉주교님을 찾아가 뵌 적이 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분의 웃음소리입니다. 김지수 기자는 “두봉 주교의 웃음소리는 특별한 모터를 달았다. 클클클, 푸푸푸, 하하하. 두봉 주교의 웃음소리는 공기의 틈새를 시원하게 벌리고 투명한 햇빛 방울을 불어넣는다. 수시로 터지는 파안대소는 전염성이 강해서 심각한 표정으로 고달픈 이야기를 하다가도, 구겨진 얼굴을 펴서 다들 활짝 함께 웃게 된다”고 했습니다. 정말입니다. 그분은 기쁘게 살아 기쁨을 전하는 분입니다.

그분은 상대방이 신자든 아니든 사정을 들어주고, 기도해 달라고 하면 기도해 주고, 좋은 일을 전하면 힘껏 손뼉을 쳐주고, 충고 같은 건 안 하신다고 합니다. 이따금 사람들이 돈을 두고 가면, 그 돈이 절박하게 필요한 사람들 손에 쥐어줍니다. 이를 두고 주교님은 “돈들이 아무도 모르게 묘하게 흘러가요. 계획도 없이. 아하하.” 합니다. 유쾌하고 아름다운 영혼입니다.

 

오늘은 성경을 이리저리 곰곰이 뜯어보면서, 묘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하십니다. 화들짝 놀란 제자들이 웅성거렸을 테고, 베드로가 어린 다른 제자를 시켜 그 사람이 묻게 합니다. 그때 예수님 답변이 놀랍습니다. “내가 빵을 적셔서 주는 자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리고 빵을 적신 다음 그것을 들어 시몬 이스카리옷의 아들 유다에게 주셨다고 합니다.

다 아는 이야기가 새삼 놀라운 까닭은 그 자리에서 예수님이 성체성사를 세우셨다고 교회가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빵과 포도주를 축성하시고, 그 빵과 포도주를 당신의 몸과 피라고 하시며 제자들에게 나눠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빵과 포도주를 나눠 먹은 우리는 한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이며 자매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머무시는 성전이 되고, 그리스도는 우리의 몸을 통해 활동하실 것입니다. 그렇게 예수님은 우리 안에서 거듭 새삼 부활하시는 분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 빵과 포도주를 유다에게도 주셨습니다. 그런데 “유다가 그 빵을 받자 사탄이 그에게 들어갔다”고 요한복음은 전하고 있습니다. 같은 빵과 포도주가 어떤 이에게는 축복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저주가 된다는 뜻일까요. 아마 그래서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면병은 “마음으로 먹는 것이지 이빨로 씹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나 봅니다.(요한복음 해설 26.12)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사제가 “그리스도의 몸“ 하고 말하고, 우리가 “아멘” 하고 대답할 때, 그 “아멘”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우리가 정말 그리스도의 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그분처럼 살지 않고서야, 우리가 받아 모신 영성체는 한낱 밀떡으로 허기를 채운데 불과하다는 뜻이겠지요.

사실 예수님과 마지막 식사를 나눈 뒤에도 “주님을 위해서라면 저는 목숨까지 내놓겠다”고 하던 베드로마저 예수님 말마따나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세 번이나 그분을 배신합니다. 이럴 때마다 두봉 주교님이 안동교구장으로 계시면서 좌우명처럼 읊조리던 “기쁘고 떳떳하게”라는 말은 참 귀하고 아름다운 언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시 사람들처럼 노는 거, 먹는 거, 돈 쓰는 거 마음껏 못해도 괜찮다... 꼭 필요한 건 아니니까. 그래서 열린 마음으로 소박하게 살아보자. 농촌은 생명을 만드는 곳이니까,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 나누면서, 그러다 보면 기쁨이 넘치는 하느님 나라가 만들어집니다.”

성체성사를 받아모시기에 떳떳하고, 그래서 기쁜 인생이 참 복되다,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길 바라나이다. 아멘.

 

한상봉 이시도로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가톨릭일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