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습니다

4월 10일 성주간 제5주간 목요일 박진균 복음묵상(요한 8,51-59)

2025-04-10     박진균
뉴스타파

“당신은 누구로 자처하는 것이오?”
복음 속 유다인들이 예수님께 던진 이 질문은 오늘 우리 사회와 교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던져야 할 속깊은 물음입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내 말을 지키는 이는 영원히 죽음을 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말씀을 들은 유다인들은 오히려 예수님을 비난하며, 마귀 들렸다고까지 말합니다. 왜일까요? 그들은 아브라함과 예언자들조차 죽었다는 현실을 절대적인 진리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생명을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진리는 그들에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 역시 죽음의 문화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진실을 말한 사람이 죽임을 당하고, 양심에 따라 행동한 이들이 사회에서 배제됩니다. 정의는 조롱받고, 왜곡된 명예만이 살아남는 구조 속에서 ‘영원한 생명’이라는 말은 점점 비현실적이고 허황된 것처럼 들립니다. 마치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진실과 정의는 이제 달콤하지만 실현 불가능한 낭만으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곧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습니다. 희생된 아이들과 유가족들은 아직도 미뤄진 진실과 정의 속에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생명’이라는 가장 단순하고 본질적인 가치마저도 세상적 계산과 이해로 왜곡되는 시대입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예수님은 “너는 어떤 생명을 믿고, 어떤 죽음을 선택하고 있는가?”라고 우리에게 묻습니다.

“나는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는 단지 오래된 존재라는 뜻이 아니라, 예수님이 하느님이시며, 모든 생명의 근원이심을 드러내는 선언입니다. 세상은 여전히 힘 있고 많이 가진 자가 승자라고 믿지만, 예수님은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시고 오직 하느님 아버지께서 주시는 영광 안에서 자신을 나타내십니다. 그 영광은 십자가, 즉 세상 기준으로 보면 가장 연약하고 초라한 자리에서 드러납니다. 그러나 바로 그 자리에 진리와 생명, 그리고 하느님이 함께하십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새로운 민주주의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거짓과 진실, 생명과 죽음, 권위와 책임, 희망과 절망이 격렬히 충돌하는 시기입니다. 이때, 교회공동체와 신앙인은 세상에 물어야 합니다. “당신은 누구로 자처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도 질문해야 합니다. “내가 믿는 생명은 어떤 생명인가?” “내가 따르는 영광은 누구의 영광인가?”

오늘날 세상은 여전히 돌을 들고 생명이신 예수님과 그 말씀을 위협합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그분을 따르는 우리는 분명히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내 말을 지키는 이는 영원히 죽음을 보지 않을 것이다.”

 

박진균
천주교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