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소금 같은 글씨를 써야겠다
서화로 읽는 허욱 일기
어제 책을 읽어 내려가다가
'소금' 얘기와 마주했다.
인친과 벌이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 이름이
'소금글씨'인지라 자연스레 눈이 갔다.
아래 글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또한 뭉클하다.
소금은 맛의 근원이다.
소금은 단지 짠맛일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맛을 맛으로 살아나게 한다.
재래식 천일염에서는
쓴 소금을 가장 나쁘게 알고,
짠 소금이 그 다음,
짜고 향기로운 소금을 최상품으로 친다.
소금의 속성은 고요해야 한다.
짜고 향기로운 맛이 소금의 핵심부에
고요히 안정되어 있어야 하고,
어떠한 잡것도 거기에 섞여서는 안 된다.
짠맛은 바다의 것이고, 향기는 햇볕의 것이다.
햇볕과 바다의 정수가
소금 알 속에서 고요해야 한다.
대체로 알이 굵은 소금이 고요한 소금이다.(중략)
바람 한 점 없는 여름날,
뜨거운 폭양 아래서
짜고 향기롭고 굵은 소금은 익는다.(중략)
가장 고통스런 날에 가장 영롱한 결정체들이
염전 바닥에 깔린다.(김훈 에세이 [자전거 여행] 중)
책장을 덮고 담배 한 대 태우러 옥상에 올라가니,
그야말로 소금 익기 딱 좋은 날씨였다.
이 가장 고통스런 날에
난 가장 영롱한 결정체를 뽑아내지 못하고
도대체 뭘 하고 있나!
말로만 떠들지 말고
그야말로 소금 같은 글씨를 써야겠다.
짜고 향기롭고 고요한 글씨를 써야겠다.
허욱 토마스 모어
일기로 글씨 쓰고, 그림 그리는 작가
저서로 <혼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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