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앉을 땅은 없어 재 한줌으로

2019-11-10     김기호

 

허공장경虛空藏經

김사인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학교를 중퇴한 뒤
권투선수가 되고 싶었으나
공사판 막일꾼이 되었다.
결혼을 하자 더욱 힘들어
고향으로 내려가 농사를 지었다.
털어먹고 도로 서울로 와
다시 공사판
급성신부전이라 했다.
삼남매 장학적금을 해약하자
두달 밀린 외상 쌀값 뒤로
무허가 철거장이 날아왔다.
산으로가 목을 맸다.
내려앉을 땅은 없어
재 한줌으로 다시 허공에 뿌려졌다.
나이 마흔둘.

 

김기호(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