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

[조희선 시] 아주 잠시-33

2019-02-27     조희선

겨울바람

다만 어쩔 수 없어서 서성이는 것이다.
드러나지 못한 우리의 마음이
직조되지 못한 우리의 사연이
지금 이렇게 우리의 들창을 흔드는 것이다.

우리의 삶을 이어주지 못한 버려진 인연의 끈이
우리가 거역해 버린 운명의 분노가
지금 이렇게 에인 바람으로 우리를 찾아온 것이다. 

아무도 더는 어쩔 수 없었던
그래서 삼켜야 했던 사랑의 한숨이
지금 이렇게
추운 들판을 떠돌며 신음을 토하는 것이다.

그리움이 혼령이 되리라는 것을
그래서 언제까지 우리의 삶 곁을 떠돌 것이라는 것을
그때는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 
 

조희선
시인. 청주 거주. <거부할 수 없는 사람>,
<타요춤을 아시나요> 등 시집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