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승원 신부 "박사모, 과거의 망상 따라 사는 사람들, 그럼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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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원 신부 "박사모, 과거의 망상 따라 사는 사람들, 그럼 우리는?"
  • 가톨릭일꾼
  • 승인 2016.12.20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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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 광화문 시국미사 강론: 남승원 신부_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사진=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요즘 혼술, 혼밥, 혼집회가 유행이라지요? 추운 날씨에 함께 미사를 드리고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고 있는 우리들은 혼자가 아닙니다. 그러기에 주위 분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JTBC 뉴스룸을 보면 키워드 ‘오늘’ 이라는 방송분량이 있습니다. 2016년 12월 19일 오늘은 누군가의 생일일 수도 결혼기념일일 수도 있고 개인이나 단체의 기념일일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오늘은 어떤 의미일까요? 오늘은 박영수 특검팀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는 날이고 최순실씨 등의 재판이 시작된 날입니다. 하지만 또 기억해야 할 것은 4년 전 오늘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발표된 날이고, 2년 전 오늘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한 날이라는 것입니다.

방송이나 SNS를 통해서 보셨겠지만 지난주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의 청문회에서는 청와대가 대법원장을 비롯, 사법부 간부에 대한 감시와 사찰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청와대가 삼권분립을 위배하고 헌법을 위반했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나아가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심리와 더불어 향후 이뤄질 특검 수사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사진=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국회는 박 대통령에 대해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현대차그룹 납품 압력, KT광고 압력, 문서 유출, 최순실씨 인사농단, 세월호참사 책임 등의 13가지 헌법 조항·정신 위배 및 범죄행위가 있다고 박근혜대통령 탄핵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며 명시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맡은 헌법재판소가 지난 15일 사실상 변론절차에 돌입한 수명재판관들이 이번 주 중 첫 준비절차기일을 정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내년 1월 박한철 헌재소장이, 3월에는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게 됩니다. 만약 탄핵 절차가 시간을 끌며 진행될 경우 결원 2인은 반대표로 계산되고 이 경우 남은 재판관들 7명 중 2명만 탄핵에 반대하면 기각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헌법재판소 일부 재판관들의 임기가 내년 1월 말과 3월 중순이지만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탄핵 결정을 촉구합니다. 그리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탄핵사유를 전면 부정하고 있는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여 수사할 것을 촉구합니다.

오늘 들으신 독서와 복음에 나타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특징이 있었습니다. 제1독서 판관기에서 마노아의 아내 그리고 루카 복음에서 즈카르야의 아내 엘리사벳, 이들은 임신할 수 없는 몸이고 나이가 많아서 자식을 낳지 못하였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천사를 보내시어 이들에게 자식을 낳게 되리라는 소식을 전해주십니다. 이렇게 태어난 삼손과 세례자 요한은 모태에서부터 죽는 날까지 하느님께 바쳐진 사람들이었고 자신들의 온 삶을 통해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서 많은 사람을 그들의 하느님이신 주님께 돌아오게 하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영을 따라 살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진=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사진=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2016년 12월 19일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하느님의 영을 따라 살고 있을까요? 주위를 살펴보면 60-70년대 그리고 80년대 군사독재 시절을 회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마치 ‘응답하라’의 시리즈처럼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듯한 사람들로 보입니다. 지난 토요일 ‘박사모’라는 이름으로 모인 사람들이 만 오천명이라고 합니다. 이들이 회상하는 과거는 무엇이고, 그들이 따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예전엔 관제데모에 가면 고무신도 주고, 밥도 주고, 빨래 비누도 주고, 막걸리 값도 찔러주곤 했다고 합니다. 과거 독재정권들은 이렇듯 사람들을 동원하여 수시로 관제데모를 했습니다. 추정컨대 박사모의 노인들 중 일부는 평생 관제데모에 다녔을지도 모릅니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어두운 자화상인 박사모 관제데모꾼 1만 5천명을 그냥 웃어넘길 수는 없습니다. 이들이 자못 황당해 보이고, 정신 나간 듯 보여도 이들은 평생 부일친미세력과 군사독재세력에 참여했던 부역자들이기에 그 시절에 대한 잘못된 향수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더 위험한 사실은 과거 군사독재, 공안통치, 부정부패에 대한 세뇌된 망상을 그리운 추억인 듯 치부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박사모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망상은 그리운 추억이 아니라 반드시 청산되어야할 죄악의 과거사라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합니다.

우리들은 어떨까요? 우리들이 과거의 잘못된 망상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고 있다면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느님 안에 성찰하고, 그분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고 행동하고 있다면 우리는 하느님을 기쁘게 맞이할 준비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영이 이미 우리들을 움직이기 시작하였기 때문입니다.

오실 분이 지체 없이 오시리라. 그분은 우리 구세주, 이제는 우리 땅에 두려움이 없으리라. 
아멘  
 

남승원 신부_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출처/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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