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에 의한 순교자들, 엘 모소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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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에 의한 순교자들, 엘 모소테 사람들
  • 로버트 엘스버그,임선영 역
  • 승인 2016.12.13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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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에 떨면서 울음을 삼켰습니다. 비명을 지르거나 미쳐버릴까 무서웠습니다. 하느님께 제발 도와달라고 기도하면서 만약 지금 저를 도와주신다면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세상에 알리겠다고 맹세했습니다.“ - 루피나 아마야(Rufina Amaya)

1981년 10월 10일, 아틀라카들 정예부대원 수십 명이 엘살바도르 모라산 주 엘 모소테 지방에 진입했다. 이들은 미국에서 훈련받은 군인들로 작전명은 "구출"이었다. 작전 목표는 반군을 추적하고 공급선을 차단하며 체제 전복을 도모하는 세력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엘 모소테에서 체제 전복 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그때까지 아무도 없었다. 사실, 이 지역은 다른 반군 점령 지역과는 차이가 있었다. 주민의 반 이상이 세례를 받은 복음주의자들로 당시 진행 중이던 엘살바도르 내전에서 중립을 지키고자 했다. 구출 작전이 실행되던 날, 엘 모소테에는 피난민들이 많았는데 격렬한 내전 중에 안전한 피난처가 되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 모두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

진입 첫날, 군인들은 주민들을 모아 반군에 대한 정보를 추궁했지만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마을을 파괴하기로 하고는 이후 이틀간 군인들은 남성, 여성, 아이들로 마을 주민을 나누고는 이들 대부분을 학살했다. 학살은 인정사정없이 진행되었고 마을은 비명과 울음소리 그리고 총성으로 가득 찼다. 작전을 시작했을 때부터 생존자를 남기지 않을 작정이었지만 실패했다.

농부인 루피나 아마야는 처형 줄의 제일 끝에 서 있었다. 이미 남편이 참수되는 장면을 목격한 뒤였다. 처형 장소에 도착하자 루피나는 무릎을 꿇고 차례를 기다렸다. "울면서 하느님께 간청했습니다. 저의 죄를 용서해달라고. 당시 군인들 발밑에 있었지만 군인이 아니라 하느님께 빌었습니다."고 그녀는 증언했다.

군인들이 잠깐 한눈을 판 새 기어서 도망칠 기회가 있었고 그녀는 덤불 속에 숨어 며칠을 보냈다. 목이 마르고 상처에서는 피가 흘렀고 공포에 벌벌 떨었지만, 군인들이 작전을 수행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들었다. 아이들이 마지막 대상이었다. 자신의 아이들이 살해당하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비명을 참기 위해 혀를 깨물어야 했다.

그녀의 증언에 따르면 그날 밤 군인들은 학살당한 사람들의 믿음에 대하여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중 특히 한 어린 소녀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데 군인들이 집단 성폭행을 하는 중에도 그 소녀는 계속해서 성가를 불렀다고 한다. 심지어 가슴에 총을 맞고도 찬양을 계속해 다시 한 발을 쏘았지만 찬양은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그들의 놀라움을 두려움으로 바뀌어 칼을 꺼내 목을 난도질한 후에야 찬양을 멈췄다."고 한다.

루피나는 유일한 생존자로 엘 모소테에서 일어난 일을 세상에 알렸다. 약 1천여 명의 사람들이 살해당했으며 현대 라틴아메리카 역사상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학살이다.

10년 이상이 지나서 내전이 종결되었지만, 그 다음 해까지도 엘 모소테 마을은 폐허로 남아있었다. 그사이 법의학 조사팀이 UN 진실규명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증거를 수집하였고 루피나가 증언한 끔찍한 사건을 확인했다. 조사가 끝난 뒤에야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재건하였다. 하지만 루피나는 결코 마을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는 재혼 후 아이들을 낳고 근처 마을에 정착하였다. 고통스러운 기억이지만 그녀는 누군가 물을 때마다 그날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되풀이한다. 기도 중 하느님께 드린 맹세를 지키기 위해서다.

엘 모소테 마을 광장 기념비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새겨있다.

"그들은 죽지 않았다. 우리와, 당신과 그리고 모든 인류와 함께 살아있다."

 

번역: 임선영 아우구스티나
원문 출처: <모든 성인-우리시대를 위한 성인, 예언자, 증인들>(All Saints), Robert Ellsberg, crossroad, 1997, p519-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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