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명상여행] 비움의 춤, 겨울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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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명상여행] 비움의 춤, 겨울의 춤
  • 재마 스님
  • 승인 2016.12.08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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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습니다. 지난한 주 동안 잠들기 전 짧게라도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내려놓기 춤을 추는 소마명상여행을 해보셨는지요? 지난주에 들려드렸던 죽음명상은 지난달 방한했던 밍규르 린포체께서 정토자재병원에서 임종하는 이를 어떻게 도울 것이며,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강연에서 하셨던 법문내용 중에서 발췌한 것이었습니다.

‘린포체(Rinpoche)’라는 말은 ‘고귀한 자’라는 뜻으로 티베트의 위대한 수행자의 환생자로 인정받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명칭입니다. 밍규르 린포체는 2002년 미국 위스콘신대 와이즈먼 뇌신경연구소가 주관한 실험에 참여해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장치(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의 실험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이’라는 별칭을 얻은 분입니다.

꾸준한 명상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분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분의 말씀이 너무나 귀한 것이어서 이 지면을 통해 여러분들과 다시 한 번 나누고 싶어서 정리해보았습니다. 죽음 이후 세상에 관한 믿음이 다른 분도 있겠지만 세상에는 이런 방식으로 죽음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다는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밍규르 린포체는 죽음을 잘 맞이하기 위해 죽음의 순간에 다섯 가지에 대해 명상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첫째, 애착을 내려놓는 것이고, 둘째는 공덕 지은 것을 나누는 것입니다. 셋째는 죽는 순간 모든 이를 이롭게 하겠다는 마음을 일으키는 보리심(깨달은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넷째는 기도이고, 다섯째는 알아차림 안에서 쉬는 것입니다.

그림=재마 스님

지난주에는 잠자기 위해 눕는 동작(무브먼트 리츄얼)을 통해 애착을 내려놓는 수행을 해보았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로 공덕지은 것을 나누는 것인데요, 오늘 하루 자신과 다른 이를 위해 선행을 한 것에 대해 기뻐하고, 그 공덕을 다른 이들을 위해 나누는 것입니다.

먼저 오늘 했던 의미 있었던 생각과 말과 행동, 기도와 명상, 베풀었던 모든 선행들을 기억해내고 기뻐합니다. 그리고 모든 존재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완전한 행복에 이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치 있다고 여기는 공덕들을 일체 존재들을 위해 바칩니다. 일체 모든 존재들이 자신의 참된 가치를 깨닫고 완전한 자유로움으로 이르게 하는데 바치는 것입니다. 일체 모든 존재들이 본래 완성되어 있고, 그 자체로 온전한 존재라는 것을 그들이 깨닫도록 하는 데 바칩니다.

이번 주간 소마명상여행에서는 오늘 하루의 사계절 안에서 꽃피고 열매 맺은 온갖 선행들을 모두 해탈과 깨달음을 위한 씨앗으로 일체 존재라는 밭에 나누어 뿌리는 겨울의 춤을 추면 어떨까 합니다. 시인 곽재구는 "쌓였던 먼지와 허무와 슬픔 등, 선하지 못한 것들을 모두 털어버리고, 영하의 칼바람에도 스러지지 않는 호롱불을 밝히고" 춤을 추어야겠다고 노래합니다.

모든 존재들을 위해 따뜻한 호롱불 밝히는 춤의 세상으로 그대를 초대하고 싶습니다. 척추의 뼈들을 누이면서 잘못한 일, 원망과 근심, 공허와 아픔 등 내려놓아야 할 것들을 내려놓은 뒤 다시 몸을 일으켜 온 세상을 향해 불을 밝히고, 내가 행한 모든 공덕을 나누는 몸짓의 세상으로 말입니다.

먼저 움켜쥐었던 손을 펴서 세상을 향해 뻗고, 두 다리와 온 몸은 이를 지지하고 바치는 자세를 해보십시오. 무릎을 굽히거나 뻗으면서,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에게 나의 좋은 것들을 바치는 춤을 반복해서 춰보십시오. 나의 세포와 근육과 관절, 인대들을 움직이면서 나누는 몸짓을 통해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비움을 경험해보시길 권합니다.

마침내 몸의 어느 한 부분도 웅크려 무엇인가 남겨놓지 않고 모두 비워내는 춤을 춰보시기 바랍니다. 엎드려서 몸의 뒷부분도 모두 비워내고 마침내 완전한 비움으로 누워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모든 존재들의 완전한 행복을 바라는 보리심을 일으키는 것을 알아차리고 수면에 들어가 보세요.

밍규르 린포체의 수면명상에 대한 가르침은 잠이 드는 바로 그 순간에 알아차림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잠이 드는 순간에 알아차리지 못하면 꿈 안에서 다시 깨어나게 된다고 합니다. 꿈 안에서 깨어났을 때 해야 할 것은 꿈꾸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명상의 본질은 알아차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한 주간동안 얼마나 내려놓고 얼마나 나눌 수 있는지 곽재구 시인의 ‘겨울의 춤’과 함께 소마명상여행을 떠나보실래요?

첫눈이 오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손질해야겠다.
지난 계절 쌓인 허무와 슬픔
먼지처럼 훌훌 털어버리고
삐걱이는 창틀 가장자리에
기다림의 새 못을 쳐야겠다.
무의미하게 드리워진 낡은 커튼은 걷어내고
영하의 칼바람에도 스러지지 않은
작은 호롱불 하나 밝혀두어야겠다.
그리고 춤을 익혀야겠다.
바람에 들판의 갈대 서걱이듯
새들의 목소리가 숲속에 흩날리듯
차갑고도 빛나는 겨울의 춤을 익혀야겠다.
바라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곳
뜨거운 사랑과 노동과 혁명과 감동이
함께 어울려 새 세상의 진보를 꿈꾸는 곳
끌어안으면 겨울은 오히려 따뜻한 것
한 칸 구들의 온기와 희망으로
식구들의 긴 겨울잠을 덥힐 수 있는 것
그러므로 채찍처럼 달려드는
겨울의 추억은 소중한 것
쓰리고 아프고 멍들고 얼얼한
겨울의 기다림은 아름다운 것
첫눈이 내리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열어 젖혀야겠다.
죽은 새소리 뒹구는 벌판에서
새봄을 기다리는
초록빛 춤을 추어야겠다.

(곽재구, 겨울의 춤)


재마 스님
소마명상여행 길잡이, 중앙승가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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