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종 신부 "박근혜 대통령은 사회적 국가적 암덩어리의 몸통"
상태바
상지종 신부 "박근혜 대통령은 사회적 국가적 암덩어리의 몸통"
  • 상지종 신부
  • 승인 2016.12.08 1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월 7일 의정부교구 민주주의 회복을 기원하는 시국미사 강론: 상지종 신부
사진=한상봉

의정부 교구는 12월 7일 이기헌 주교 주례로 주교좌 의정부성당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기원하는 시국미사를 봉헌하였다. 이날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미사 말미에 성명서를 발표해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아무 것도 하지 마라"고 충고하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사실상 공범임을 자백하고, 실질적이고 합당한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다. 이날 강론은 상지종 신부가 맡았다.]   

강론에 앞서 지난 2014년 정윤회 비선실세 관련 청와대문건유출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중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외압과 조작 등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최경락 첼리스티노 경위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며 잠시 묵념하겠습니다. 며칠 전 최 경위의 가족들이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2014년 당시 수사가 제대로 되었다면 우리나라가 이 상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하고 계신 여러분께서 최 경위 죽음의 진상규명을 위해 작은 힘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어떠한 마음으로 시국미사에 오셨습니까? '시국미사'라는 이름의 미사에 처음 오신 분이 계십니까? 비장해 보이십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그러나 간절한 마음으로 이 미사에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분위기를 편안하게하기 위해서 오늘 복음 묵상글 먼저 읽어드리겠습니다.

멍에와 짐

예수님께서 곧 오십니다.
설렘으로 예수님을 기다립니다.

예수님께서 온 세상 살리려
십자가를 지러 오십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으신 분의
참혹한 죽음을 떠올리니
설렘은 이내 슬픔이 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너머
부활을 선물하시러 오십니다.

팍팍한 오늘은
기쁨 넘치는 내일로 이어지기에
이내 작은 웃음 지어봅니다.

가난한 탄생!
처참한 죽음!
찬란한 부활!

예수님께서
당신과 함께 하자고 부르십니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아무리 편해도 멍에는 멍에일진데
기왕이면 멍에를 벗겨주시지 그랬어요.
선뜻 부르심에 응답하기 쉽지 않습니다.

어차피 내가 메야 할
살리기 위한 죽음의 멍에
너와 함께 메고 싶었단다.

너의 약하고 미미한 도움이
무슨 소용 있을까 말하지 말렴.
그저 네가 함께 함이
나에게는 가장 큰 힘과 위로가 되니까.

그저 나와 함께 함이
너에게는 가장 편안한 안식이 되니까.

예수님은 내가 필요하다 말씀하십니다.
아무리 가벼워도 짐은 짐일 진데
기왕이면 짐을 내려주시지 그랬어요.

마음 한 편의 뿌듯함에도
또 다시 머뭇거리게 됩니다.

어차피 내가 짊어져야 할
부활을 향한 십자가의 짐
너와 함께 지고 싶었단다.

너의 두려움 너의 주저함이
오히려 나의 길에 걸림돌 될까
걱정하지 말렴.

그저 네가 함께 함으로써
나 역시 두려움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힘차게 나갈 수 있으니까.

그저 나와 함께 함으로써
너 역시 십자가를 넘어 부활로 나아가니까.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주님!
기꺼이 당신의 벗이 되어 드릴게요.

상지종 신부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까 합니다. 저는 암환자입니다. 진행속도가 더디고, 재발률이나 전이가능성이 낮아 착한 암이라고 불리는 갑상선암 수술을 작년 4월에 받았습니다. 가능하면 안 하려고 생각했는데, 상당히 크고 임파선에 전이가 되어서, 보통 두 세 시간이면 충분한 수술을 대여섯 시간에 걸쳐 진행해서 갑상선 전체를 제거했습니다. 보통 수술 후 5년 후에 완치 판정을 받으니 앞으로 3년 반 남았습니다. 아직까지는 별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제 암의 주범, 바로 이명박근혜입니다

암이라는 확진을 받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 생각해도 왜 제가 암에 걸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암들과는 달리 갑상선암의 원인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일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사제로 살아가면서 너무나도 좋았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데 과로와 스트레스라니. 그러고 보니 원인이 있기는 합니다.

지난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4대강 사업, 쌍용차 사태,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 세월호 참사, 저를 쉴 틈 없이 길거리로 내몰았으니까요. 낮에는 교구청에서 업무하고, 저녁에는 시국미사, 기도회, 그리고 교구청 신부의 휴일인 주말에는 집회에 나가야 하니, 피로가 누적될 만도 합니다. 더 나아가 착하기 그지없는 저에게 치오르는 분노를 강요했으니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도 사실입니다. 제 암의 주범, 바로 이명박근혜입니다.

개인적인 이야기가 너무 길었습니다. 기왕 이야기 나온 김에 암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갈까 합니다. 암은 정상이었던 세포의 유전자가 접촉된 발암물질에 의하여 변형되어 이상증식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세포의 발견은 처음부터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환자의 몸에 이상증상이 나타나서 발견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의 암세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의사들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암환자, 여러분은 암소유자입니다.

두렵습니까?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신체에 신비로운 면역체계를 만들어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에 병을 일으키는 유해물질에 대하여 체내에서 방어하는 시스템이 면역체계입니다. 면역체계는 최소한 2가지 방법으로 암을 방어해줍니다. 첫째, 발암 물질이 세포에 들어가 엄청난 일을 저지르기 전에 그것들을 모두 청소해 버립니다. 둘째, 건강한 면역체계는 변종 암세포를 직접 잡아먹을 수 있습니다. 건강한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죽이거나 암의 진행을 막아버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암과 면역체계에 대해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암세포는 정상적인 세포의 변형입니다. 정상적인 세포가 조건에 따라 암세포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면역체계가 강하면 암세포는 더 이상 번창할 수 없지만, 반대로 면역체계가 약해지면 암세포가 창궐하여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서 수술이나 화학약물을 사용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면역체계를 강화시켜야 합니다.

면역체계를 강화시키기 위해서 몸속에 각종 중금속이나 화학물질, 환경물질, 기생충, 바이러스 등이 유입되지 않도록 해줄 뿐만 아니라 이미 축척되어 있는 것들을 서둘러 해독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술과 담배를 완전히 끊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저는 술 담배 다 합니다. 암환자이지만. 이제부터 담배는 끊어야겠습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암에 대한 이야기 좀 더 하겠습니다. 암 확진을 받으면 통상적으로 다른 곳으로 전이되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PET-CT를 찍습니다. 온 몸을 스캔하는 것입니다. 다른 곳에 전이되지 않았다면 암 발생 부위만 치료하면 되지만, 만약 전이되었다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전이된 전체를 제거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암은 한번 발병하면 다른 곳으로 퍼지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몸 속 구석구석 모든 암세포를 찾아내서 없애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암이 마각을 드러낼지 모릅니다.

사진=한상봉

박근혜 정부의 암덩어리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는 마치 이곳저곳에 암세포가 창궐하여 죽음을 향해 치닫는 말기 암환자의 처지와 같았습니다. 국정농단과 헌정파괴를 일삼았던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이라는 가공할만한 암세포가 온 나라를 죽음으로 몰고 갔습니다. 암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의 전이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PET-CT 촬영을 하듯, 박근혜 정부의 곳곳을 면밀히 훑으니 도처에 암세포가 똬리를 틀고 있었습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이른바 문고리 3인방 등등 무능한 권력자의 뒤에 숨어서 호가호위하던 청와대 비서진들, 국민을 섬기기보다 대통령에 빌붙어 추악한 권력의 단맛을 탐닉하던 정부 관료와 새누리당 관계자들, 노동자들을 착취하면서도 부패하고 탐욕스런 권력에 아첨하며 제 배를 채우던 재벌들, 이들 모두가 하나로 결합하여 나라와 국민을 죽이는 거대한 암덩어리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굴욕적인 합의에서 보여 지듯이 청산되지 않은 친일매국세력이라는 암덩어리가 더욱 강하게 전이된 것입니다. 역사 국정화 시도에서 보여 지듯이 피어린 민주의 열망을 짓밟은 독재정권의 부역자들과 그들의 하수인들이 끊임없이 날뛰는 것입니다. 재물과 권력을 위해서라면, 304명이 수장되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아닌 사람들, 공장에서 일하다가 꽃다운 나이에 백혈병에 걸려 죽는 노동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이 양산되도록 만든 존엄한 사람을 무참히 짓밟는 참담한 우상숭배의 역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우리나라의 암적인 존재였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세포가 암세포로 변질되듯이, 이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다운 삶을 살지 않는 그들은 어쩌면 참으로 가련한 사람들입니다. 비록 그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양 호의호식한다고 해도, 사람다운 삶이 무엇인지 모르고, 스스로 탐욕의 노예로 전락하여 노예의 삶을 즐기는 그들이 바로 개돼지입니다. 우리가 개돼지가 아니라. 우리는 그들을 깨우쳐주어야 합니다. 당신들은 개돼지가 아니라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사회를 좀먹는 암적인 존재가 아니라 존엄한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사람답게 살려고 태어난 것이라고 말입니다.

사진=한상봉

촛불, 암세포들을 죽이는 국민적 면역체계

지금 우리는 사회적 국가적 암을 치유하는 장엄한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우리 삶의 곳곳을 죽음의 늪으로 만들었던 암세포들을 죽이는 국민적 면역체계가 힘차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위대한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국가와 백성을 버리고 달아나 제 목숨을 구하려고 했던 왕을 욕하기보다 온몸으로 왜적에 대항했던 의병들, 벼슬아치들의 폭정과 폭압에 맞서 대동의 세상을 외치며 장엄하게 쓰러져간 동학농민들, 조선을 지탱하던 반상의 제도를 거슬러 나눔과 섬김으로 이루어지는 평등 세상을 꿈꾸며 이 땅의 하느님나라를 위해 기꺼이 죽어간 순교자들, 일본제국주의에 맞서 조국의 독립과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온 삶을 바친 독립운동가들, 이승만 독재에 맞선 4·19 혁명의 주역들, 박정희 독재에 맞서 죽어간 민주열사들, 전두환 군부세력에 항거했던 5월 광주시민들, 87년 민주화대투쟁에 함께 했던 모든 시민들. 그리고 오늘 바로 우리가 다시 일어섰습니다. 지난 주말 전국을 수놓았던 232만의 촛불들과 수천만의 마음의 촛불들.

지금 이 순간 참으로 감격스럽습니다. 우리의 의지는 결연합니다. 우리는 목표는 명확합니다. 대통령 박근혜의 탄핵이 최종 목표가 아닙니다. 꼭 지나야 할 과정일 따름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회적 국가적 암덩어리의 몸통으로서 법적인 심판과 처벌을 받아야합니다. 그리고 선량한 국민으로 거듭 태어나야 합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부역자들 역시 제외될 수 없습니다. 또한 친일과 독재에 뿌리내리고 있는 새누리당은 즉각 해체되어야 하고, 새누리당의 양심적인 세력들은 수구 세력과의 관계를 끊고 진정한 보수로 새롭게 나야합니다. 이참에 정경유착의 고리와 권언유착의 고리도 완전히 끊어야 합니다. 재벌은 해체하여 자본을 위한 기업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기업으로 탈바꿈하여야 합니다.

이 모두는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는 세상,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나눔과 섬김이 넘쳐나는 신명나는 세상, 모두가 주인이 되는 세상, 자유 평등 정의 평화 넘치는 참세상을 이루기 위해서 꼭 이루어야 할 과제들입니다. 이 과제들은 정치권력을 획득하려는 몇몇 정치인들이 아니라 우리 모든 선한 국민들의 손으로 풀어가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제 또 다시 시작입니다. “주님께 바라는 이들은 새 힘을 얻고, 독수리처럼 날개 치며 올라간다. 그들은 뛰어도 지칠 줄 모르고, 걸어도 피곤한 줄 모른다.” 오늘 제1독서의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에 힘을 얻고 쉼 없이 주저함 없이 나아갑시다. 강론을 마치면서 지난 수도권 교구 시국미사 강론 말미에도 나누었던 묵상글 하나 읽어드리겠습니다.

함께 한 걸음

사랑하는 벗이여 동지여!

아직은 멈출 때가 아닙니다
아직은 잠시 쉴 때가 아닙니다

아직은 승리의 기쁨에 취할 때가 아닙니다
아직은 패배의 고통에 비틀거릴 때가 아닙니다

우리는 여전이
길 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는
함께 한걸음 내딛는 것입니다

함께 길을 걷는 벗이여 동지여!
영원한 격려와 좋은 희망으로
쉼 없이 우리를 다그치시는
주님의 길을 걸어갑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우리 함께 걷기 시작한 길
언제인지 모르지만 마침내
우리 함께 마치게 될 길
작은 승리와 작은 패배에
연연하지 않으며 묵묵히
함께 한걸음 내딛읍시다

당신 몸소 걸어가신 길을
함께 걷는 우리와 더불어서만
주님께서는 오늘도 걸으시기에
주님께서 앞서고 우리 뒤따라 걷는 길
사랑 정의 평화의 길
부활을 향한 십자가의 길
시작은 있어도 시작을 알 수 없고
끝은 있어도 끝을 알 수 없는 길

사랑하는 벗이여 동지여!
어제도 그러했듯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함께 한걸음 내딛읍시다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교하성당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