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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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주면 좋겠어요"
  • 이금연
  • 승인 2016.11.30 0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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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카나의 집 이야기-2

"여행 중에 만난 안나푸르나 히말라야에서 일하는 고르카 출신의 아이들 신상입니다"라며 이메일을 보내온 여성이 "그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주면 좋겠어요"한다.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트레킹 코스 중 도반과 데우렐리 사이에 있는 롯지에서 일하고 있다는 마갈 족 삼형제를 학교에 보내달라는 요청의 이메일을 받고 한동안 답장을 쓰지 않았다.

사실 안나푸르나 뿐힐을 비롯한 여러 지역으로 트레킹을 오는 세계인들은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산 속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강한 동정심을 갖게 되며 등반을 마치고 각자의 삶의 터로 돌아가서 아이들이 눈에 아른거린다며 이메일을 보낸 여성과 같이 "그 아이들을 돕고 싶다"며 메일이나 SNS를 통해 기별을 해 온다.

지진 후 새로 지은 학교. 사진=이금연

일본에 살고 있는 교포인 이 한국 여성은 아이들 전화번호와 신분증과 사진을 보내왔다. 스무살, 열다섯 살 그리고 열 네 살의 이 아이들은 롯지에서 큰 형은 주방장으로, 막내와 둘째는 허드렛일을 하며 살고 있다 한다. 아버지는 인도로 이주 노동을 가서 사망했고, 어머니는 고르카 지역에서 일하며 지낸다고 한다. 아이들 사진을 보니 해맑고 천진스러워 누구라도 아이들과 하루 저녁 혹은 한 두어 시간이라도 대화를 하며 롯지에서 쉬었다면 그런 마음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받은 전화번호로 연락을 취해 보니, 스무살의 바하두르가 "나는 주방 일을 계속해야 하지만 두 동생은 학비만 해결 된다면 학교로 보내고 싶다"고 한다. 학비만 해결 된다면 하는 그 말은 네팔에서 아주 절박한 심정을 나타내는 탄성이다. 5학년까지 학교를 다녔다는 바하두르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것인데, 네팔에서 공립학교 초등학교 과정은 학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교과서도 나라에서 무상으로 제공해 준다.

산마을 아이들. 사진=이금연

하지만 산속에 사는 아이들이 바하두르의 두 동생처럼 4학년 쯤 학교를 중도에 포기하는 것은 학교가 너무 멀리 있거나 혹은 학교에 갈 만큼 여건이 조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매년 초등학교부터 교복 세트를 갖추어야 하고 책은 무상이지만 공책 값도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학교를 다니는데 필요한 마음가짐 또한 단단히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이 현재 살고 있는 지역과 비슷한 마을 베니(Beni)에 있는 우리 장학생들을 관찰해 본 결과 중도에 포기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물론 먼 거리를 매일 두어 시간 이상 걸어서 학교에 열심히 다니는 아이들도 많았지만 한 지역에 이 십 명의 장학생 중 서너 명이 매년 바뀌었었다. 원인으로는 아이들의 의지도 중요하다 하겠지만 대부분 부모의 직업이 불안정하여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학비와 교복 그리고 문방구를 지원해 주어도 아이들은 어느 날 말도 없이 훌쩍 사라지곤 했는데 일거리를 찾아 계절이동을 하는 부모들을 따라 갔기 때문이었다. 자연히 아이들도 부모를 따라 아동 노동을 하게 되는데 지난 십년 이상 그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는 캠페인 형식의 장학금 프로그램을 해 오면서 ‘사회 전체가 진보하지 않는 한 깨진 독에 물 붙기’라는 생각으로 한탄을 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깨진 독이라 할지라도 그 독에 콩을 넣고 매일 물을 붓기만 해도 콩나물이 저절로 자라는 이치와 같다고 할까?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그런 것이라는 생각에 낙담이 되어도 11년 째 어른들이 약간의 물만 주어도 쑥쑥 커가는 아이들을 보며 지속해 올 수 있었다.

"아이들을 돕고 싶으니 어떻게 해서라도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 주세요! 1년이라도 더 다닐 수 있게요" 라는 히말라야를 다녀간 분의 간절한 요청을 들어 진행을 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방법이 뭐가 있겠지 하면서 오늘도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본다. 전화를 받은 바하두르는 학교 못간 애들 많은데 그 애들에게도 다 말해 보겠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하니? 우선 너희 동생들 먼저 어떻게 보낼 수 있는지부터 생각해 보자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히말라야를 찾아오시는 손님들! 덕분에 우리는 오늘도 아이들 생각을 한다. 그런데 어떻게 어디로 보내면 좋지? 교육 환경 조사를 위해 아이들이 사는 마을까지 가려면 트레킹 허가도 받아야 하고, 짐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일정도 일주일 이상 걸리는데..... 오늘 하루도 이런 생각으로 날이 저문다.

 

이금연 세실리아
국제 가톨릭 형제회 (AFI) 회원
네팔 환대의 집 'Cana의 집'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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