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명상여행] 혁명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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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명상여행] 혁명의 춤
  • 재마 스님
  • 승인 2016.11.16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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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서울신문

안녕하세요? 지난 11월 12일 토요일 밤 광장에서 제가 했던 경험에 대해 잠깐 나누고자 합니다. 남산 스튜디오에서 수업을 마친 저와 동료는 프레스센터로 가기 위해 회현역 쪽으로 향했습니다. 남대문시장 쪽에는 대형버스들과 작은 승용차들이 갓길에 주차를 즐비하게 해놓고 있었습니다. 지지난 주 20만이 넘었던 인파가 지난주는 100만을 넘어설 거라는 예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았습니다.

숭례문을 지나 시청에 가까울수록 마이크 소리는 점점 크게 들리고 우리와는 반대방향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상상이 드는 사람들로 무척 붐볐다. 깃발을 들고 오는 이, 피켓을 들고 오는 이, 아이와 손잡고 오는 아빠, 아이를 안은 엄마, 두 아이들과 손에 손을 잡고 오는 부부, 연인 또는 친구같이 보이는 남녀, 중학생처럼 보이는 청소년들, 아저씨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무엇을 꿈꾸는 것일까? 나는 왜 프레스센터로 향하고 있나?’는 질문들과 함께 이들의 얼굴을 하나씩 보았습니다.

이들의 얼굴에서 제 마음에서 올라오는 기대와 간절한 열망을 보았습니다. 평화와 행복을 원하는 우리는 모두 평등한 시민들이었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인파를 직접 경험한 첫 순간이었고, 설렘과 약간의 흥분이 시원한 바람을 코끝으로 데리고 온 것 같았습니다.

만월을 향한 달이 환하게 웃던 밤, 달빛을 닮은 흰옷 입은 댄서들이 저마다의 희망과 기대를 품고 간절한 염원을 담은 ‘시민 춤단 노마드’들의 고요한 몸짓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순간 제게서는 경건함과 뭉클한 느낌이 올라왔습니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에워쌌고, 촬영하는 이들이 카메라 렌즈를 들이댔습니다. 광장에서는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구호와 음악이 계속 흐르고 있는 가운데, 리듬을 타고 흐르는 움직임을 보고 있다는 것이 제 몸에 전율을 일으켰습니다.

‘노마드’들의 고요하고 힘찬 5분여간의 춤이 끝나자 둘러싼 이들에게 초대의 손을 내밀었습니다. 물론 움직임과 함께 말이죠, 둘러싸고 있던 이들 가운데는 이 초대를 받아들여 센터로 들어가 함께 움직이며, 리듬에 몸을 맡기면서 바람이 되고, 열정과 열망이 몸을 통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각자의 움직임이 한 무리 춤의 물결을 이루면서 어우러졌습니다. 이어서 춤단을 이끌던 리더의 안내로 커뮤니티 댄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사진=재마

광장에 모였던, 낯설지만 비슷한 염원을 가진 이들이 서로 손을 잡았습니다. 손잡고 눈 마주치면서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한 것은 진정한 평화의 혁명이었습니다. 제 속에선 뜨거운 것이 올라왔고, 흥분되었고, 몸의 세포들이 꿈틀 꿈틀거렸습니다. 아이들과 노인이, 남자와 여자가 어떤 구분도 없이 평등하게 서클을 이루며 땅과 하늘과 공간을 이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평화를 춤추었습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저는 늘 염원하던, 광장에서 현장에서 몸적 경험을 하였습니다. 직접 서클에 들어오지 않고, 춤을 추지 않은 사람들도 호의적이고 온화한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던 경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 지극히 정치적이라는 구호가 실현되었던 춤을 출 수 있어 기뻤습니다. 함께 갔던 동료의 독립을 축하하고, 생명의 탄생과 성장을 축복하고, 자유와 평화의 춤을 추었습니다. 그리고 정치지도자들의 반성과 쇄신, 우리들의 의식의 변화와 행동의 변혁을 촉구하는 춤,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라는 주인의 춤을 추었습니다.

침묵과 함께 하는 몸 움직임은 말보다 울림이 큽니다. 함께 있었던, 느꼈던, 손을 잡았던 이들은 서로 누구인지 묻지 않아도 우리는 가까운 이웃이 되었고,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차리는 명상의 시간이었습니다. 마치 인류가 진화하면서 만들어지는 평화공동체는 모두가 어울 더울 춤추는 서클이 여러 곳에서 꽃망울이 터지듯 일어나는 상상이 들었습니다.

지난 12일 밤에는 박근혜의 퇴진을 향한 외침이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졌다고 여러 언론들이 보도를 했습니다. 시민들의 자유발언 외에도 라틴밴드의 등장, 하품체조가, 가수 이승훈을 비롯한 유명 연예인들의 동참과 퍼포먼스와 풍자가 있는 축제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은 시민들의 바람을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더 이상 폭력적이지 않고, 분노를 다양하게 승화하는 요구의 실현이 보였습니다.

이번 주 소마명상여행에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간절한 바람은 무엇인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사유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이 사람은 어떻게 살고 싶어 하는지, 그리고 그와 나는 어떤 관계를 원하는지 자신의 소마에게 질문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소마는 움직임입니다.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사유할 때 호흡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어떤 신체감각이 알아차려지는지 살펴봅니다. 그리고 어떤 감정이 있는지, 그 감정은 어떤 에너지로 흐르는지 그 흐름을 따라 가보세요, 그러면 어떤 움직임들이 일어날 것입니다. 이 움직임의 열쇠는 신체감각을 알아차리면서, 감각의 에너지에 자신을 내맡기면서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소마의 감각에 내맡기고 어떤 미세한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그 움직임이 계속 일어나도록 허용하시는 것, 어쩌면 이때 간절한 열망, 염원의 에너지가 움직임을 이끌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그냥 허용해보세요.

이번 한 주간 동안, 소마는 그동안 여러분들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로 인도할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 소마를 믿고 따라가 탐험해보시길 권합니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시간과 공간을 선택하셔서 자신의 간절한 열망을 찾아보면서 일어나는 어떠한 것들에 마음의 공간을 활짝 열어보는 것입니다. 어떤 경험을 하실지 기대를 품고 안녕하시길 빕니다.

19일 토요일도 광장에서는 시민 춤꾼들의 춤판은 이어집니다. 국민의 눈물에서 탄생하는 진정한 보살은 섬기고 헌신하는 보살이기를 간절히 염원해봅니다. 삶의 터전을 기뻐하고 노래하는 춤이 이어지기를_(())_ 


재마 스님
소마명상여행 길잡이, 중앙승가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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