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일, 대구가톨릭대학교 대신학원 신학생들이 광주가톨릭대학교 신학생들과 함께 하는 시국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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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 대구가톨릭대학교 대신학원 신학생들이 광주가톨릭대학교 신학생들과 함께 하는 시국선언문
  • 가톨릭일꾼
  • 승인 2016.11.02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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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학교 대신학원 신학생들이
광주가톨릭대학교 신학생들과 함께 하는 시국선언문 


민주주의의 죽음에, 외침 

비선실세 최순실의 불법 국정개입-권력비리로 인한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의 추태가 민낯을 드러냈다. 특히, 대통령 스스로 인정한 최순실의 국정개입은 국민에게 위임받은 주권을 독단적으로 자격 없는 사람에게 넘긴 것이므로,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적어도 존중해 온 모든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그러므로 이 사태는 “민주주의의 죽음”이다. 그 중대함과 시급성이 우리를 시민 들의 시국선언 연대에 동참케 한다. 

먼저 시국선언의 자격을 스스로에게 묻는다. 참담한 실체로 드러난 헌정사상 최악의 국기문란 사태는 세월호와 백남기 열사의 비극을 하나의 사건으로 해석케 한다. 하지만 이들의 억울한 죽음 앞에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침묵했고, 무관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공유하는 분노를 넘어, 우리 는 누구인지, 우리는 무엇하는 사람인지 묻는다. 우리는 그리스도 신앙인이다. 우리의 신앙은 이웃을 위해 자기의 목숨을 바치는, 행동하는 신앙이다. 또 우리는 사제직을 준비하는 신학도다. 우리는 이 길에서 목소리 없는 자들의 목소리가 되어주고,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소명과 책임을 지닌다. 선배 신앙인들과 사제들은 노동 운동과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이 소명과 책임을 충실히 수행했다. 이에 우리는 스스로 죄인임을 고백하면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음을 확인하는 바, 다음과 같이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 그리고 현 정권의 “민주주의 살해”를 규탄한다. 이 정권은 국민의 민주적 합의로 위임받은 주권을 독단적으로 무자격한 개인에 넘기면서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정질서를 파괴했다. 이로써 공적 토론을 통한 국정운영을 거부한 바, 국민은 목소리를 잃었으며, 사유와 판단에 힘을 잃었다. 그럼에도 이 정권은 모든 문제의 얼개를 세력화함으로써 진실을 숨기고 국민들에게 큰 분노와 좌절을 안겼다. 현 정권의 민주주의 살해는 다만 오늘에로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어제 민주화를 위해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다. 내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누려야할 더 나은 민주적 세상의 가능성에 대한 매장이다. 

이러한 불의한 상황에 대해 사제를 지망하는 신학도로서 광주가톨릭대학교와 대구가톨릭대학교 대신학원 신학생들은 지역적 한계를 넘어서 복음의 정신에 입각하여 공동 시국선언을 한다. 

하나,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최고 통치권자로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국민의 목소리 에 귀를 기울이는 양심적 행동을 구체적으로 보이라. 

하나, 대통령은 개헌과 안보 문제 언급 등 현 사태를 무마하려는 모든 시도를 중지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책임 있는 구체적 행동을 보이라. 

하나,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故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의 사망 등 현 정권에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성실하고 거짓 없이 해명하라. 

하나, 최순실 사태와 관련하여, 사법부는 미르-K스포츠 재단, 청와대 등을 성역 없이 수사하고 책임자들을 엄벌에 처해 정의를 확립하라. 정치인은 여야 구분 없는 초당적 합의 하에 특검을 실시하라. 언론인은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여 정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 

하나, 침묵하고 있는 선의의 모든 사람들도 용기를 내어 이 연대의 물결에 ‘함께 합시다.’ 

오늘의 시국선언은 찰나의 격한 저항이 아니다. 이것은 시작이다. 우리는 이미 시국선언에 동참한 모든 시민들과 전국의 형제 신학생들에게 존경과 지지를 표명한다. 이제 우리도 그들과 한 마음으로, 끊임없는 자기 성찰 속에서 이 정권의 폭력 아래 희생되고 고통받은 모든 사람들을 결코 잊지 않겠다. 민주주의의 소생을 위해 시대의 분노와 절망을 품고 가겠다. 희망하는 연대를 확산하기 위해 선의의 사람들과 함께 하겠다. 꼭 그렇게 할 것이다.    

이제 광주가톨릭대학교와 대구가톨릭대학교 대신학원 신학생들은 오늘날 직면한 사회현실에 함께 고민하고 이렇게 세상과 연대하고자 한다. 광주가톨릭대학교와 대구가톨릭대학교 대신학원 신학생들은 각 학교의 시국선언을 지지하고 연대한다. 이를 공동성명으로 표명한다. 

"이들이 잠자코 있으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다.”(루카 19,40) 

2016년 11월 2일 위령의 날 
대구가톨릭대학교 대신학원 신학생과 수도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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