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 35일째 "이 세상에는 돈보다 소중한 가치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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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파업 35일째 "이 세상에는 돈보다 소중한 가치들이 많습니다"
  • 가톨릭일꾼
  • 승인 2016.11.0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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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광화문 시국기도회 발언: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

영광스런 자리에 철도노동자들이 함께 하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9월 27일 반팔로 시작한 파업이 벌써 35일이 지났는데요. 그동안 “불편해도 괜찮다, 힘내라” 철도파업을 응원해주신 시민 여러분들과 신자 여러분, 신부님, 수녀님들에게 지금 파업현장에 있는 조합원들 대신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3년 겨울이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차에 멀쩡한 KTX를 쪼갠다할 때부터 조금 이상했습니다. 저희들 코레일에서 유일한 수익노선은 KTX인데 그 KTX에서 나는 수익으로 지방선의 교차보조를 하고 수도권 전동차 65세 무임할인 하는 등 이렇게 공공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근데 대통령이, 대통령 되기 전에는 절대 민영화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1년차에 느닷없이 갑자기 제일 돈 되는 노선 수서KTX를 쪼개서 민영화한다고 해서 저희들은 놀랬습니다.

3년 전 파업에 들어갔는데, 그때 대통령이 그것을 독일식 모델이라 했습니다. 우리나라 KTX는 프랑스에서 도입했는데 왜 독일식 모델이라고 할까? 너무 궁금했습니다. 혹시 독일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수서KTX 민영화를 하지 말라고 23일 동안 파업을 했는데, 바로 저쪽 정동에 있는 민주노총 사무실에 경찰병력 5천5백명을 투입해서 우리 지도부를 검거하겠다고 나선 자는 ‘강신명’씨였습니다. 서울경찰청장 강신명은 하루 종일 민주노총 사무실을 군홧발로 짓밟았는데 우리 지도부는 한명도 찾지 못했습니다. 이런 저성과자가 경찰청장으로 승진했습니다. 그때도 이상했습니다. 끝내 선량한 농민 백남기 어르신이 그렇게 됐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집권 1년차에 파업을 23일 하고 나서 이 정권 안에서 저희들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300억이 넘는 손해배상에 300명이 넘은 해고자, 그리고 우리 노동자들 모든 은행거래는 가압류됐습니다. 우리 조합원들은 굴복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난 세월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또 대통령이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하고 나서 여러분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쉬운 해고 노동개악 중단 없이 하겠다”, 특히 공공부문의 성과연봉제는 본인이 직접 챙기겠다고 했을 때도 조금 이상했습니다. 저희들은 공공부문의 성과연봉제를 반대합니다. 왜 반대하냐면 공공부문의 성과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병원처럼, 저희들은 철도에서 성과가 무엇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연봉제로 바꿔서 직원 개개인을 평가하고 5단계로 나눠서 그 누군가는 저성과자가 되어야하는 이 제도를 우리는 반대합니다. 아까 신부님께서 행복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남의 불행, 동료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 되는 것을 우리는 반대합니다.

그리고 철도에서는 안전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데 성과를 잘 내기 위해서는 안전의 외주와 비용절감을 위해서 또 비정규직 많이 쓰라고 합니다. 우리는 반대했습니다. 성과연봉제는 임금체계를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에 따라서 단체 교섭으로 노사 간의 의논하면 될 일을 정부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교섭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했습니다. 그것이 5월30일입니다.

사진=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9월 27일 파업에 들어갈 때 까지 4개월 동안 저희들은 교섭을 하자고, 대화로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얘기했지만 막무가내였습니다. 도대체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유독 많은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는데 철도노조만 불법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군인들이 대체 근로로 들어와 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너무 궁금했습니다. 대통령이 왜 이렇게 성과연봉제에 집착하는지 그런데 파업 28일차에 그 모든 궁금증이 해소됐습니다. 바로 ‘쉬운 해고 노동개악’을 위한 그 노동개악은 전경련이 그토록 바라던 재벌들이 바라던 숙원사업이었고 진짜 대통령 최순실 씨가 전경련에서 800억을 모금했단 사실을 알았을 때, 우리 조합원들은 4년 동안 궁금했던 사실들을 모두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박수) 감사합니다. 지금도 무노동 무임금 때문에 우리 조합원들 월급을 한 푼은 아니고 조금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난주에 저와 저희 조합원들에게 403억이라는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는 돈보다 소중한 가치들이 많고 돈으로 우리를 굴복시키려 한다면 우리는 시작도 안했을 것입니다. 여러분 많이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

<출처/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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