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명상여행] 가을,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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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명상여행] 가을,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 재마 스님
  • 승인 2016.11.02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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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계절은 가을의 한 가운데를 지나 겨울을 향해 달리고 있네요. 곱게 물든 단풍을 만나거나 붉게 변하는 담쟁이 잎을 만날 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어쩌면 인생의 가을을 지나고 계시는 분들은 떨어지는 단풍잎들을 보면서 자신의 모습으로 여기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즈음의 산, 숲에서는 단풍잎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열매들이, 씨앗들이 땅에 떨어져 묻히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들은 추수한 씨앗을 저장했다가 봄에 씨를 뿌리지만 자연은 지금 땅에다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그것도 무수히 말입니다.

미국의 교육 개혁가이자 사상가인 파커 파머(Parker J. Palmer)는 가을에서 죽음을 먼저 떠올린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삶에서 못다 이룬 꿈, 실패라고 경험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회한에 젖듯이, 그도 젊었을 때는 ‘의미의 상실과 관계의 쇠락, 일의 종말’ 등과 같은 표면적인 현상에만 마음을 빼앗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길 막혔음’이라는 표지 덕분에 방향을 바꾸어야 했던 경험들에서 새로운 가능성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었음을 보았습니다. 쇠락과 죽음이 우리가 볼 수 없는 아름다움, 우아함과 손을 맞잡고 있음을 가을을 통해 발견했다고 합니다.

보통 인생의 가을을 맞이하는 분들의 입에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씀들을 듣습니다. 어떻게 안 좋아졌는지 여쭈어보면 ‘저항력이 약해졌다거나, 소화력이 떨어졌다’는 피드백이 가장 많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노화’의 영향으로 인한 신체의 기능장애라고 알고 있습니다. 토마스 하나는 이것을 ‘감각운동기억상실증(Sensory-Motor Amnesia, SMA)’이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감각운동시스템은 살아가면서 겪는 일상의 스트레스와 외상에 끊임없이 반응하며 특정한 근육에 반사를 일으킵니다. 이는 정신적이면서 육체적인 현상이 함께 일어나는 것으로, 스트레스와 외상으로 반복적인 자극을 받으면 근육의 수축이 무의식적이고도 습관적으로 일어납니다.

이러한 습관적 근육 수축은 어떤 움직임이 자유로운 것인지 알지 못하는 망각상태에 빠져 경직과 통증으로 제한된 움직임을 발생하게 합니다. 이러한 망각이 습관화된 상태를 감각운동기억상실증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특정한 어떤 근육을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통제할지에 대한 기억을 잃은 상태입니다. 예를 들면 오른 쪽 허리에 통증을 느낀다면 통증을 느끼지 않기 위해 왼쪽허리에 과도하게 힘을 주어 보상하여 고통을 덜 느끼고자 합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반복되면 점점 허리에서 감각운동기능 상실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소마는 스스로 회복하고 살아나려는 생명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감각운동기억 상실도 회복할 수 있습니다. 토마스 하나는 그 방법으로 천천하고 느린 움직임을 통한 감각 알아차림의 방법을 권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신체부위 하나하나 움직임을 하면서 감각을 알아차리는 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이번 주 소마명상여행에서는 감각 알아차림의 한 방법으로 황홀한 가을의 형형색색의 빛깔처럼 내 몸의 각 부분의 빛깔을 상상해보기를 권합니다.

먼저 편안한 곳에 앉거나 누워서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인지해봅니다. 바디스캔은 이제 거의 자동적으로 되지요? 정수리에서 발가락 끝까지 알아차림을 하다가 몸의 감각이 알아차려지지 않는 부분을 만난다면 그곳에서 감각을 알아차릴 때까지 좀 더 머물러보시길 권합니다. 감각이 알아차려지지 않는다면, 그 신체부위의 공간을 상상하면서 그 곳의 색깔이 어떤지, 어떤 기억, 이야기들, 감정이 들어있는지 가만히 귀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불편하거나 통증이 느껴지는 신체부위에 머물러 빛깔을 찾아보고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때 어떤 이미지가 떠오른다면 그것을 도화지에 크레파스 등으로 표현해보는 것도 자신을 이해하는데 의미 있는 방법입니다.

그러다 보면 그 신체부위의 감각이 알아차려지고 스스로 움직임을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소마의 지혜를 믿고 귀를 기울이면 스스로 어떤 움직임들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 움직임을 허용해주시고, 따라가 보세요. 이렇게 우리 내면의 빛깔과 소마의 가을풍경을 한 번 만나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오늘은 도종환의 ‘빛깔’이라는 시로 소마명상여행을 닫겠습니다. 다음 주에 만나 뵐 때까지 경이로운 알아차림의 하루하루를 맞이하시길 빕니다.

봄에는 봄의 빛깔이 있고 여름에는 여름의 빛깔이 있다.
겨울 지등산은 지등산의 빛깔이 있고
가을 달래강에는 달래강의 빛깔이 있다
오늘 거리에서 만난 입 다문 이 수많은 사람들도
모두 살아오면서 몸에 밴 저마다의 빛깔이 있다.
아직도 찾지 못한 나의 빛깔은 무엇일까
산에서도 거리에서도 변치 않을 나의 빛깔은.


재마 스님
소마명상여행 길잡이, 중앙승가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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