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명상여행] 승복을 입고 춤추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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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명상여행] 승복을 입고 춤추면 안 되나
  • 재마 스님
  • 승인 2016.10.0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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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평온하기 위해 더 가벼워지기
사진=한상봉

이번에는 ‘더 평온하기 위해’ 바람처럼 자유롭고 가벼워지는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갖고 있으면 불편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요?

그것은 첫 번째로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주에 물건들, 하루를 사는 만큼 쌓이는 물건들, 어제도 사용하지 않는 천 가방 2개를 퇴공(누군가 쓸 수 있도록 공동 방에 내놓는 것)을 했습니다. 그리고 연구실 가득 쌓아둔 책과 정리하지 못한 리플렛, 신문, 각종 소식지 등이 있습니다. 책상 위는 다양한 종류의 볼펜과 먹지 않고 쌓아둔 약통들이 눈에 띕니다. 제가 가진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다시 알아차립니다. ‘이것들이 내게 꼭 필요한 것인가?’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해봅니다.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버립니다.

제가 버린 쓰레기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제가 갖고 있는 것을 버리는 이유가 또 다른 더 좋은 것을 갖기 위한 것인지, 소욕지족하기 위한 것인지는 다시 반조해야 할 일입니다. 거대자본의 물결을 타고 탄생한 소비문화에 길들여진 우리는 만족과 소욕에서 오는 행복을 경험하기가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버리거나 나누지 못하고 갖고 있는 것들도 문제이지만, 구조적으로는 대량생산이 더 큰 문제입니다. 만들어진 모든 것들이 소멸해 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모두 대가를 치룹니다. 온 바다와 빈 땅들이 쓰레기장이 되고, 다른 생명들은 이 쓰레기들 때문에 생존에 위협을 받다 못해 거대한 지옥이 되어갑니다.

그래서 사실은 버리는 것도 문제입니다. 누군가는 계속해서 버리고, 누군가는 계속해서 생산하고, 누군가는 이 때문에 살거나 죽거나 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치와 경제인들만의 문제일까요? 어느 한 곳이라도 내 책임이 없는 곳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이러한 소비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버리는 것들을 어떻게 자원으로 삼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인간의 이익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두 번째로는 정신적인 것으로, 나를 불편하고 무겁게 하는 고정관념과 선입견은 어떤 것이 있는지 헤아려봅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여자는 ~해야 한다.’는 관념을 갖게 하는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얌전해야 한다. 순종해야 한다, 소리를 내서 웃어서는 안 된다, 밤늦게 다니면 안 된다, 남자들이랑 어울리면 안 된다, 음식을 먹을 때는 소리 나지 않게 먹어야 한다, 신발은 가지런히 벗어야 한다, 뛰어다니면 안 된다.’ 등의 것들이었습니다.

이런 관념들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거나 존중해서 나온 것이기 보다는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들을 순응하는 존재로 길들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결과는 제 자신의 존재로 살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기분과 분위기를 맞추는데 탁월함을 가져왔습니다. 성인이 되면서 제가 자유롭지 못한 이유들이 이러한 선입견과 고정관념들이었음을 알고 쓸데없는 것들을 하나씩 버리면서 지금은 많이 가벼워진 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교육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인 윤리감각을 익히는데 필요합니다. 이 윤리감각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바탕이 되기 위해선 이런 것들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윤리교육의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봅니다.

제가 더 자유롭고 가볍기 위해 아직 버리지 못한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찾아봅니다. 아직, 제게 ‘승복을 입고 춤을 추는 것은 승려로써 자랑스러운 일이 못된다.’라고 하는 문장이 마음 한 구석을 불편하게 합니다. 자랑스러운 일만 하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이 문장은 다른 사람들의 관념과 시선이 가져다주는 무언과 유언의 충고를 감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춤을 추면 세포들이 하나하나 살아나 활발해지고, 에너지가 솟아나면서 제 존재와 하나가 되는 느낌을 갖습니다. 그래서 춤을 추고 싶습니다. 춤을 추면 나를 흔들어 깨워 쌓였던 감정과 불필요하게 저장되었던 에너지들이 빠져나감을 알아차립니다. 마치 바람처럼, 깃털처럼 가벼워집니다.

여러분들도 여러분을 무겁게 하는 불필요하게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 어떤 것이 있는지 한 번 찾아보시겠어요?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 가지는 기대와 시선을 찾아 아래 빈 곳에 단어나 문구를 넣어보시기 바랍니다.


________는(은) 반드시 ___________________해야 한다.

________는 당연히 _______________________일 것이다.(혹은 할 것이다.)

________는(은) 항상 ______________________하다.(이다.)

________는(은) 원래 ______________________이다.(한다.)

________는(은) 마땅히 ____________________해야만 한다.


이러한 고정관념이 나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한 번 사유해보시길 바라며, 조금 더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음 주에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_(())_


재마 스님
소마명상여행 길잡이, 중앙승가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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