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 멜로] 남아 있는 돌이 없을 것이다
상태바
[드 멜로] 남아 있는 돌이 없을 것이다
  • 가톨릭일꾼
  • 승인 2016.09.30 12: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앤소니 드 멜로: 사랑으로 가는 길-10

Dimension, 아티스트:릴렉시안(Relaxian)

예수께서 성전을 나와 얼마쯤 걸어 가셨을 때 제자들이 곁으로 다가가서 성전 건물을 가리키며 보시라고 하였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저 모든 건물을 잘 보아 두어라. 나는 분명히 말한다. 저 돌들이 하나도 제 자리에 그대로 얹혀 있지 못하고 다 무너지고 말 것이다”하고 말씀하셨다. (마태오 24,1-2)

지방질로 덮여진 뚱뚱한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당신의 정신도 그렇게 될 수 있는 모습이다. 뚱뚱하고 지방층으로 덮여져 너무나 둔해지고, 생각하고 관찰하며 드러내고 발견하는 일을 하기에는 너무나 게을러진 모습이다. 그런 정신은 활기와 생동감, 유연성을 잃고 잠에 빠진다. 주변을 돌아 보라. 그런 정신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을 보게 될 것이다: 둔하고 잠에 빠져 있으며 지방층의 보호를 받아 방해받기를 싫어하고 깨어나기 위하여 거의 질문을 던지지 않는 사람들을.

이런 껍데기 층들은 무엇인가? 당신이 붙잡고 있는 모든 믿음이다. 사람들과 사물들에 대하여 갖고 있는 결론들, 모든 습관과 모든 집착이다. 양육되던 시기에 당신은 이러한 지방층들을 벗겨내고 당신의 정신을 해방시키도록 도움을 받았어야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대신, 첫 번째로 당신의 정신에 이러한 지방껍데기를 씌었던 사회, 문화는 이러한 껍데기들을 당신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그리고 잠들도록 교육했고 다른 사람들-전문가들, 예를 들면 정치가들, 문화종교지도자들이 당신을 대신하여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당신에게는 검증되지 않고 질문되지 않은 권위와 전통의 짐이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한 번에 한가지씩 이러한 껍데기들에 대해 조사해보자. 먼저 당신의 믿음들에 대해서. 당신이 삶을 공산주의자나 자본주의자, 모슬렘이나 유대인으로서 경험하고 있다면, 당신은 삶을 편견에 의해서 비뚤어지게 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살 때 당신과 실제사이에는 장애물이 있으며, 지방층이 자리잡고 있어서 더 이상 삶을 직접적으로 보지 못하고 만나지도 못하게 된다.

두 번째 껍데기: 당신의 생각들. 당신이 어떤 사람에 대한 어떤 생각을 고수하고 있다면, 당신은 더 이상 그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사랑하는 것이다. 당신은 그가 무엇을 하거나 말하는 것 또한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보고 표를 붙인다.  즉 그는 어리석거나 둔하다고, 혹은 잔인하거나 달콤하다고 등등. 그래서 이제 당신은 당신자신과 그 사람사이에 어떤 여과지, 지방층을 갖게 된다. 다음에 그를 만날 때 당신은 그런 당신의 생각에 따라서 경험할 것이며 그가 아무리 변했다 하더라도 당신의 생각에 사로잡힐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사람에 대해 다 이런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관찰해 보라.

세 번째 껍데기: 습관들. 습관은 인간 삶에 있어 기본적인 것이다. 우리가 습관에 의존하고 있지 않다면 어떻게 걷거나 말하거나 차를 운전하겠는가? 그러나 습관들은 사랑이나 보는 것 같은 것이 아니라 기계적인 일들에 국한되어야 한다. 누가 습관 때문에 사랑 받기를 원하겠는가? 대양의 장대함과 신비에 매혹되어 해안가에 앉아 있어 본적이 있는가? 어부는 매일 바다를 바라보지만 그 장대함을 보지 못한다. 왜 그런가? 습관이라고 부르는 지방층이 그를 매우 둔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당신이 보는 모든 것들에 대해 고정된 생각들을 형성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만날 때 당신은 그것들이 지니고 있는 끊임없이 변하는 신선함을 보는 것이 아니라 늘 똑같이 둔하고 탁하며 지루하게 보는데 그것은 습관을 통하여 얻게 된 감각이다. 그리고 습관에 의해 당신은 사람들과 사물을 다루고 그들과 관계 맺는다. 아무런 생기도, 새로움도 없이 똑같은 둔하고 진부하게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그것은 습관의 산물인 것이다. 당신은 다른 것이나 사람을 더 창의적인 방식으로 바라볼 수가 없다. 세계와 사람들을 습관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며 당신의 정신을 자동적인 조종가에게 맡기고 잠을 자고 있기 때문이다.

네 번째 껍데기: 당신의 집착과 두려움. 이 껍데기는 가장 보기가 쉬운 것이다. 짙은 집착, 두려움(그러므로 혐오)의 두꺼운 외투를 어떤 것이나 사람에게 씌워놓고 있다. -바로 그 순간 당신은 그 사람이나 사물을 실제 있는 그대로 보기를 중단하는 것이다. 당신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두려워하거나 밀착된 사람들을 상기해 보라. 그러면 이것이 얼마나 진실인가를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은 믿음과 당신 사회의 전통과 문화, 그리고 관념들, 편견들, 집착들 또한 과거경험으로부터 오는 두려움에 의해 형성된 감옥에 갇혀 있는 당신 자신을 보는가? 당신의 감옥에는 겹겹이 벽들이 둘러쳐 있어 이 담들을 무너뜨리고 감옥이라는 요새 그 너머에 있는 삶의 풍요로움, 사랑, 자유와 만나게 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게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제는 불가능한 것과 거리가 먼 것이니, 실제로는 쉽고 또한 즐거운 작업이다.

사진=한상봉

벽을 무너뜨리기 위하여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네 가지 일들이 있다:

첫째, 당신이 감옥 벽에 둘러싸여 있으며 당신의 정신이 잠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라. 이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조차 못하고 있으며 그렇게 그들은 감옥의 수용자가 되어 살아가고 죽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체제 순응자가 되는 것으로 마무리짓는다. 그들은 감옥생활에 적응된다. 소수의 사람들이 개혁자가 된다: 그들은 감옥 안에 보다 살기 좋은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싸운다. 더 나은 전기 시설과 통풍 등을 위해서. 감옥의 벽을 무너뜨리는 반항자, 혁명가가 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당신은 먼저 감옥의 벽들을 볼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혁명가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벽을 관조하고 단지 당신의 생각들, 습관들, 집착과 두려움에 대하여 아무런 판단이나 단죄 없이 그냥 관찰하는 시간을 가져라. 그것들을 바라보라, 그러면 산산이 무너질 것이다.

세 번째로, 당신주변의 사물들이나 사람들을 얼마동안 관찰해 보라. 바라보라. 진정으로 바라보라. 마치도 처음 보는 것처럼, 친구의 얼굴, 나뭇잎, 나무, 나는 새, 주변의 사람들의 행동과 진부한 모습들을. 진정으로 그들을 보라. 그러면 당신의 생각과 습관이 당신을 둔화시키고 마비시키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의 그들 모습 안에서 생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네 번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단계: 조용하게 앉아서 당신의 정신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관찰하라. 거기에는 생각과 느낌과 반응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강이나 영화를 하염없이 보는 것처럼 꽤 오랫동안 그 전체를 바라보고 있으라. 그러면 강이나 영화처럼 점점 더 거기에 빨려 들어가는 당신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생명력과 해방을 맛보게 될 것이다. 결국 당신 자신의 생각이나 반응을 의식조차 못하면서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의식하지 못하고 깨어있지 못한 삶은 살만한 가치가 없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것은 삶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그것은 기계적이고 허수아비같이 존재하는 것이다. 잠들어 있고 깨어있지 못한 상태, 죽음의 상태이다. 그렇지만 이런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적인 삶이라 칭한다!

그러므로 바라보고 관찰하고 질문하고 드러내라. 그러면 당신의 정신은 살아나고 껍데기를 벗을 것이며 민감하게 깨어있고 역동적이 될 것이다. 당신의 감옥벽들은 무너져 버릴 것이고 성전의 어떤 돌도 남아있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사물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손상되지 않는 비전의 축복을 받을 것이며 실제에 대한 직접적인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앤소니 드 멜로(Anthony de Mello)
예수회 신부로서 인도 푸나에 있는 사다나 사목상담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18년 동안 피정 지도, 기도 연수, 영성 치료 프로그램 등에 중점을 두고 일했다. 지은 책으로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 <일분 헛소리>, <개구리의 기도>, <깨어나십시오>, <종교 박람회> 등이 있다.

<출처/ <사랑으로 가는 길>, 안소니 드 멜로, 참사람되어 2001년 8월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