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님의 부검은 필요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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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님의 부검은 필요없습니다
  • 이영선 신부
  • 승인 2016.09.29 0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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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6일 광화문 시국기도회 발언: 이영선 신부_ 광주교구 정평위 위원장, 가톨릭농민회 담당

어제 밤에 경찰이 백남기 임마누엘 씨 부검영장을 청구 해가지고 법원에서 기각 되었잖아요. 경찰이 또 영장 청구를 할라나 봐요. 똑같은 사건을 가지고 영장청구를 했는데 또 하면 될까요? 안 될까요? 이게 묘한 거예요. 될 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그런 두려움이 있어요. 똑같은 단일 사안인데, 한번은 영장이 기각되었고 또 한번은 영장을 받아 내일 아침에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거예요.

이영선 신부

오늘 아침 5시쯤 경찰 버스가 서울대병원 주변을 새까맣게 들러 싸는 거예요. 무섭더만요. 광주처럼 고립되지 않을까... 나갈 수도 들어 갈수도 없고... 영장청구가 기각되니깐 그 버스들이 다 가더라구요. 왔다갔다 하는 버스 기름값 누가 대야해요? 영장을 받아서 움직여도 되잖아요.

백남기 임마누엘 씨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난해 11월 14일 서울시청광장에 왜 모였는가 하는 겁니다. 그때 모인 이유는 다 없어져 버리고 기분 나쁘고 불쾌하고 속상한 이런 것만 가지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노동자들 쉽게 해고 하지 말라’, ‘노동자들 비정규직으로 만들지 말라’. ‘살만하게 월급 줘라’ 노동자, 농민 없이 우리 사회가 지탱할 수 있습니까? 노동자 농민 없이는 우리는 하루도 살수 없습니다. 그 농민이 살아야 우리가 살고, 농촌이 살아야 도시가 살고, 도시는 농촌이 없으면 살수가 없습니다. 그 농민들을 살려야 우리가 살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농민이 스스로 살겠다고 나섰는데 물대포로 죽였습니다. 그날 모였던 15만 명이 다 죽은 것입니다. 저도 거기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 숨을 쉬지만 사실 죽은 것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던 것처럼.

‘역사를 왜곡하지 말라’, ‘농민들을 살게 하라’, ‘더 이상 거짓말 하지 말라’ 이런 요구를 하러 왔던 것입니다. 노동자 농민 가난한 사람이 함께 살아야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입니다. 그것 하나도 안 들어주고 더 세상을 나쁘게 만들고 있고 계속 사건 사고를 일으켜서 우리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사납게 만들고... 어떻게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힘은 없고 아무리 소리 질러도 못 들은 척하고, 어째야 쓰것어요?

사진=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부검은 안 해도 된다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의견입니다. 왜냐하면 사고가 났을 때 수술을 했거든요. 처음에는 의사들이 수술해도 소용없다고 안 한다고 했어요. 그래도 죽을 것이라고. 그러고 조금 진정이 되면서 수술 효과가 있을 거 같아서 수술을 했고, 그 수술 이후로 300일 넘게 겨우 연명하다가 어제 돌아가시지 않았습니까. 죽어버린 그 사람을 이제 부검을 해가지고 사인을 밝혀서 우리가 잘못한 게 없다고 이렇게 하고 싶은 가 봐요. 추측컨대...

백남기 임마누엘 사건과 관련하여 진실을 규명하라는 이야기는 경찰들이 잘못했다 이것을 따지는 것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직사 살수를 하는 것이 위법이기 때문에 직사 살수로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그것 자체로 위법입니다. 그래서 경찰을 피의자석에 앉히는 것, 이것이 진실을 규명하는 일입니다. 내일 또 영장청구를 하면 법원이 청구를 받아들이기 전에 경찰이 서울대병원을 새까맣게 버스로 포위 할 것이고, 기각이 되면 또 물러 갈 것이고, 기름 값은 또 우리가 대야 할 것이고... 너무 속상한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세상을 살 수 없다, 저항하자, 10월 1일날 모여서 민중대회를 하겠구요. 10월 10월은 이 자리에서 집중해서 함께 풀어나가 보자하고 집중미사도 하고자 합니다. 이 모든 일들이 해결될 때까지 장례를 치를 수 없습니다. 남편을 잃은 아내가, 아빠를 잃은 아들딸이 슬퍼할 겨를 없이 우리를 정신없이 만드는 것 같아요. 슬퍼할 겨를도 없이.

매일 오후 4시 서울대병원 입구에서 봉헌하던 미사를 영안실로 옮겨서 추모미사를 하겠습니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이용료가 하루에 350만원 정도 드는 가봐요. 다른거 합치면 700만원가까이 되는가 봐요. 그것도 맘대로 못 하나 봐요. 돈이 없어서. 귀가 막히는 일인 것 같아요.

지금 현재 백남기 임마누엘 상황은 이 정도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매일 오후 4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미사 함께 하러 와 주시고, 주변에 알려서 분양하러 와 주시고, 지역에도 분향소 차려서 분향해주세요. 왜냐하면 그때 우리들도 함께 죽었기 때문에 우리들의 분향소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영선 신부_ 광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가톨릭농민회 담당

<출처/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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