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이의 외침은 그저 잠꼬대일 뿐, 교회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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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이의 외침은 그저 잠꼬대일 뿐, 교회도 마찬가지
  • 강요섭 신부
  • 승인 2016.09.2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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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9일 광화문 시국기도회 강론 : 강요섭 신부_구속주회
구속주회 강요섭 신부

제가 처음 이 광화문 광장 미사에 참석했을 때 세월호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을 생각하며 아파하고 분노했던 것 보다 더 슬프고 화가 났던 것은 그들의 어머니 아버지의 슬픔과 상처였습니다. 국가 혹은 사회 안에서 위로 받아야 할 그들을 오히려 상처 받은 투사로 만들어 버리는 정부에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아픔들이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이용될 때 ‘그 잠든 인간성’ 앞에 더 없이 슬퍼졌습니다. 그리고 혹 이 슬픔과 아픔의 광야에서 울부짖는 소리들이 “그저 잠든 이의 외침이 아닐까?”라고 생각되어졌을 때 반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성하는 역사는 발전하고 반성 없는 역사는 반복되기에 제게 반성이라는 두 글자가 마음을 울립니다.

정의를 외치든, 개혁을 부르짖든, 슬퍼하는 자들과 함께 하는 모든 일이든 그 시작과 끝은 자기 반성과 성찰이 아닐까요? 자기 반성 없는 외침이 힘을 얻을 수 있을까 의심스럽습니다. “회개하여라,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있다”는 말씀처럼 하느님의 나라를 위해서는 회개와 반성이 선행되는 것이고, 숨겨진 것이 환하게 드러나듯 우리 안에 빛이 있다면 그 빛은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그 빛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자기 안에 빛이 혹 꺼져 있지는 않은가’ 확인하고 반성해야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왜냐하면 우리는 아니 적어도 저는 ‘노동 운동이든 민주화 운동이든 무슨 무슨 운동’을 하러 여기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나라를 살고 하느님을 찾는 사람으로서 여기 있기 때문입니다.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반성 없이 정의를 이룰 수 있겠습니까? 교회는 정의롭습니까?, 권위주의적 정부 혹은 통치권자의 독재를 비판하면서도 교회 안에서 보여지는 성직자들의 권위주의적 모습은 또 무엇입니까? 예전 5.6공때 파출소에 붙어 있던 “정의 사회 구현”이라는 문구와 우리가 외치는 정의와 다른 점은 자기 성찰과 반성을 통한 회개에 있습니다. 자기 성찰과 반성을 통한 쇄신이 없다면 파출소에 붙어 있었던 그들의 정의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자기반성과 성찰’은 ‘자기다움’의 어머니입니다. 교회의 교회다움은 교회의 자기 성찰과 반성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리스도의 교회가 그리스도답지 못한데 그 외침이 힘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정치인들을 향한 불신만큼이나 종교인들을 향한 불신의 원인도 “교회의 자기답지 않음”에 있지 않을까요?

사진=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오늘 복음 말씀은 우리에게 깨어 있는 성찰과 반성을 통한 그리스도인의 자기다움을 촉구하는 듯합니다. 등불을 켜서 그릇으로 덮어 두면 불이 꺼집니다. 물론 그 그릇이 불을 끄는 도구였을 수 도 있지만, 이 그릇이 무엇을 상징할지 생각해 봅니다. 세상적인 것을 담고자 하는 그릇일까? 정치적인 계산일까? 수도자나 성직자 나아가 교회가 그리스도의 빛을 꺼버리는 그 그릇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반성에 또 반성을 요구하는 말씀인 듯합니다.

자기 성찰과 반성을 통한 ‘자기다움’은 또한 ‘깨어 있음’입니다. 등불을 켜서 침상 아래 두지 않습니다. 잠들어 있는데 빛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잠든 이의 외침은 그저 잠꼬대일 뿐입니다. 그리스도의 빛 안에서 자기 성찰과 반성으로 깨어 있을 때 교회의 외침이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처음 이 광장에 와 보았던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어머니들을 바라보며 느낀 저의 슬픔과 분노를 기억합니다. 그저 평범함 어머니와 아버지들을 상처받은 투사로 만들어 버리고, 어머니와 아버지라는 자리에서 어머니는 어머니로써, 아버지는 아버지로써 행복했어야 할 가정을 권력의 유지와 재창출이라는 욕망의 그릇으로 덮어버리고 있는 잠들어 있는 인간성에 슬퍼하고 분노했던 그 날, 제가 그런 세상을 향해 보였던 눈물이 제 삶의 성찰과 반성의 거름이 되었으면 합니다.

나아가 교회의 외침이 여기 우리의 외침이 힘을 얻기 위해 그들의 눈물이 우리를 반성하게 하고 교회가 교회다워질 수 있도록 하는 성찰의 거울이 되기를 주님께 청하며 기도드립니다.

그리스도의 빛 안에 항상
나 자신을 돌아 보며
사랑하기 앞서 사랑이 되고
위로하기 앞서 위로가 되고
외치기 앞서 진정 주님의 소리가 되었는지
내 안에 아직도 당신의 빛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지
늘 살피게 하소서.
내 안에 당신의 빛이 있다면
나의 외침이 당신의 소리가 된다면
어둠 속에서도 빛날 것이며
속삭임 속에서도 외쳐질 것입니다. 아멘.

사진=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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