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이들의 거룩함-가톨릭일꾼 월례미사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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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이들의 거룩함-가톨릭일꾼 월례미사를 다녀와서
  • 이정화
  • 승인 2024.06.1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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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화 칼럼

지난 토요일, 가톨릭 일꾼 6월 월례미사가 '성분도 은혜의 뜰'에서 있었다. 6명 밖에 신청자가 없다는 한상봉 선생님의 걱정은 기우였다. 습하고 더운 날씨를 마다않고 열 다섯분이 넘는 얼굴들이 자리를 채워주셨다. 그 중에는 '친구따라 강남' 오신 분도 계셨고 종교가 다른 분도 계셨다. 무엇이 이들을 이곳으로 이끌었을까!

그건 아마도 뭔지 모를 '허기'나 '목마름'이 아닐까 싶다. 한 선생님은 미사 성가를 김민기 노래로 대신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셨다. 나쁘지 않았다.

편하고 안전한 것, '상투성'에 '저항'하는 느낌이라고 하면 과장일까? 미사 집전을 하신 예수회 박종인 신부님의 머리와 패션도 예사롭지 않았다. 그래서 더 편했다.

신부님께서는 강론에서 '평범한 이들의 거룩함'에 대한 일화를 들려주셨다.

본인은 번듯한 집 한칸도 없으면서 판자집 같은 곳에 앉아서 채무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빚을 탕감해주고 법적절차를 무료 상담해주는 '민주사회를 위한 민생 연대' 사무국장 송태경 선생의 이야기였다. 정작 자기 집세를 못내서 민생 연대가 문을 닫게 될 처지가 되었을 때 모 방송국에서 그분의 사연을 인터뷰 하게 되고 민생연대는 살려야한다는 마음들이 모아져서 위기를 면했다고 한다.

송태경 선생은 고리대금업자에게 가진 것을 다 빼앗기고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경제적으로 힘든 청년들을 무료로 상담해 주었을 뿐 아니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줌으로써 그들에게 희망을 주었고 그들이 잘 살아나기만을 바라는 소위 '살아있는 성인'이었다.

'거룩함'이라고 하면 우리 믿는이들은 1초도 안되어 성직자나 수도자, 성당, 성화를 떠올린다. 물론 틀리지 않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성직자가 거룩한 것은 그 직무가 거룩한 것이지 사람이 거룩한 것이 아니다."라고 하셨다. 거룩함은 성직자들에게만 부여된 특별한 은총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삶'으로 살아내는 평범한 이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선한 사랑의 기운이 아닐까?

구약성경중 레위기의 주제는 '거룩함'이다. 하느님께서는 계속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하신다. 전례적으로 '거룩하다'는 '구별된다'는 뜻이지만 또 다른 뜻으로 '밝다' '따뜻하다' '헌신하다' 가 있다. 그럼 '거룩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송태경 선생처럼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자기가 아는 것을 이웃들과 나누면서 그들이 생명과 삶을 이어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밝고 따뜻하고 헌신하는 사람이겠다. 한선생님께서 <영성없는 진보>강의 중에 언급하신 전태일, 서준식, 도스트예프스키 역시 거룩한 사람임은 말할 나위 없다.

예수가 제도화 된 종교와 무관하듯 거룩함도 교회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일상의 의미로운 삶에 대한 허기와 목마름을 가지고 가톨릭일꾼 미사와 강의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 안에 깃든 선의와, 타자를 향한 연민이 이 세상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평범한 이들의 거룩함'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이정화 크리스티나
가톨릭일꾼 코디네이터
신수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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