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나 우병우도 이런 사랑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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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나 우병우도 이런 사랑 할까요?
  • 가톨릭일꾼
  • 승인 2016.08.3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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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광화문 시국기도회 강론: 손성문 신부_안동교구 사회복지회
손성문 신부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려고 해방시켜 주셨습니다.”(갈라 5,1)

더위 때문에 장에 넣어 둔 술이 상했습니다. 안 먹으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상해선 안 되는 게 있습니다. 아무리 열 받더라도 분노에 마음만은 상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질긴 놈이 이긴다고 하지요. 저들이 아무리 강해도 우리의 희망을 꺾을 순 없기 때문입니다.

어젠 비가 제법 시원하게 내렸습니다. 농부가 비를 애타게 기다렸듯 우리도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5년 전 여러 독재정권을 무너트린 아랍의 봄만큼은 아니지만 그 불이 점점 타오르는 듯합니다. 목숨마저 내놓을 각오로 단식까지 하시는 분들을 보면 죄송하기 그지없습니다.

사랑합니다. 예전에 동기들 사제모임을 가서 나눔을 하는데 동기 하나가 강론 때마다 이렇게 인사한다고 했습니다. 그 얘기가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주일미사 때, 반모임 때나 말씀 나누기 등등 기회 있을 때마다 이 표현을 많이 쓰고자 합니다. 왜냐면 우리네 신앙의 핵심이면서도 자라면서 거의 써보지 못한 말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자주 나오는 말일 뿐 살면서 듣도 보도 못한 일상어가 아닌 말이었습니다.

이 말, 하루에 몇 번이나 하시나요? 우리는 하느님처럼 살라고 명받았습니다. 당신처럼 사랑하라고요. 그러면 어떤 신분으로 사랑하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박근혜나 우병우 이런 사람들도 사랑은 할 겁니다. 그 개념이 다르겠지만요. 우리는 시키는 대로 사는 종이 아니라 자유인으로 살고 사랑하길 갈망합니다. 그렇게 하도록 주님은 당신 목숨을 내어놓으셨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노예인줄을 모른 채 착취당하며 살아갑니다.

박정희 시절 재판정에서 어느 목사님은 사랑하기 때문에 대통령을 비판한다고 하셨다지요. ‘아, 그 살인마 독재자도 사랑하시는구나!’ 진정 신앙인의 모습이라는 생각에 존경스러웠습니다. 사랑하면 그 사람이 잘 되도록 해주어야 하는데 사실 저는 좋아하는 이들만 걱정하며 지냈습니다. 

기득권층과 갑들은 사랑할 생각을 못했습니다. 요나가 도망쳤던 것처럼 하기 싫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교회 안에도 갑들이 많이 있지요. 경상도에다 남자들은 갑중의 갑입니다. 본당에 있어보면 시골 할머니들은 영감님을 소개할 때 ‘우리 주인’ 이렇게 표현합니다. 집안에서도 종이요 나라에서도 개돼지 취급을 받는 것이 우리네 모습입니다. 봉사는 적게 하고 목소리만 큰 것이 교회 안의 남자들입니다. 그리고 박정희, 박근혜는 왜 그리 좋아하는지. 그들을 예뻐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사진=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요즘 가장 중요하면서 민주주의와 평화문제에서 핵심적인 이슈가 사드 문제인데요,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른 중요한 문제가 덮이고 있습니다. 바로 핵 문제입니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핵이나 안보 정책을 보면 정부가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세월호 학살이 일어나고 다음 참사는 핵발전소가 될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습니다. 제발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미 핵발전소 8기인 고리에 두 기 추가를 결정했습니다. 전대미문의 폭탄을 부울경 지역에 투하한 것입니다. 정부여당을 열렬히 지지하는 지역에다 위험시설을 자꾸 집어넣습니다. 이미 잡은 물고기는 밥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 떠오르게 합니다. 고준위 핵폐기장도 12년 안에 선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어느 선진국도 아직까지 성공한 적 없는, 인류 기술로는 정말 어려운 문제인데 국민에게 묻지도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하겠답니다. 

대전에는 주택가와 불과 1~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핵연구단지가 있습니다. 거기다 주민들 몰래 폐연료봉을 들여와 실험을 합니다. 정말 국민의 안전과 행복에 대한 관심이 눈곱만치도 없는 정부입니다.

핵과 사드, 그리고 성주와 제가 살던 영덕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핵과 무기로는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에 편입되면 그곳은 중국의 제1타격지가 된다고 하죠. 그래서 성주 이제는 김천 주민까지 들고 일어났습니다. 설치한다고 금방 전쟁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불안에 떨며 살기 싫다는 것이 정부를 운영하는 주권자의 의지입니다.

본래 그곳 주민들은 정부여당을 지지하던 그래서 주인이라고 착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면서 ‘아, 우리가 주인이 아니라 노예였구나.’ 각성하게 되었습니다. 나쁜 정부 덕분에 자유인의 대열에 들어서게 된 것입니다.

예전에 매트릭스라는 영화에서 가상세계에 머물지 현실로 깨어날지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깨어나는 건 빨간 알약입니다. 마치 정부에 비판적이면 빨갱이로 몰리는 우리를 상징하는 듯합니다. 그리고 성주 주민들은 앞으로의 고난을 무릅쓰고 과감히 자유의 삶을 선택했습니다. 우리 역사에 큰 획을 긋는 반가운 사건입니다.

사진=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영덕도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1989년 읍면별로 수천 명씩 나와 최초로 핵폐기장을 막아냈고, 2003년과 2005년에도 많은 주민들이 핵폐기장 반대운동을 했었습니다. 그때는 농민들이 자본에 길들여지기 전이었고, 또 사드와 달리 지역적인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반대단체는 와해되고 핵발전소 유치 신청 및 후보지가 되는 과정에서 주민 누구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습니다. 

저희 단체 10여명만이 활동했고, 누군가를 만나면 바로 군에 보고가 들어갈 정도로 감시가 심했습니다. 단체를 만들려 하면 대번에 공중 분해되었습니다. 그래서 성주나 김천 같은 대규모 집회는 꿈도 꾸지 못한 곳이었지만, 작년에 오로지 민간의 힘으로 주민투표를 성사시켰습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삼척은 관 주도로 진행해서 한수원의 방해만 있었지만, 영덕은 관과 한수원이 함께 엄청난 방해공작을 펼쳤기 때문입니다.

반대단체 지도부에 대한 음해와 와해 시도로 결국 중간에 단체가 갈라지는 일도 생겼고, 한수원 직원을 동원해 투표장에 가지 말라는 홍보를 엄청나게 했습니다. 수십억을 들였다고 합니다. 그러자 주민들이 열 받아서 투표의지가 더 올라가고 말았습니다. “세상에 투표를 못하게 하는 나라가 어딨냐”고. 그럼에도 투표당일 투표장에 가지 못하게 막거나 차량 안에서 도촬을 하고, 공무원 친인척들은 피해를 입을까봐 투표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주민의 1/3이나(실거주 기준으론 41%) 참여하여 반대의사를 드러냈습니다. 그럼에도 지역 국회의원은 ‘투표 안 한 주민 의사도 존중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망발을 했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성주만큼 각성하진 못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또다시 1번을, 그 의원을 압도적으로 밀어준 것입니다. 수십 년간 핵으로 갈등을 조장하며 분열시켰고, 앞으로 수만 년 땅을 황폐화시킬 수도 있는 저 세력을 왜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요? 도대체 얼마나 더 당해야 깨어날까요?

그래서 수요 촛불 때면 영덕주민들에게 얘기합니다. 성주 주민 좀 본받으라고, 유림 어르신들조차 서울까지 가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데, 우리지역에서 어른이라는, 양반이라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 하냐고요.

가까이 40대 초반의 젊은 주부가 저에게 얘기합니다. 왜 그렇게 사회에 불만이 많냐고, 자신은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고 말이지요. 그분은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행복이 저절로 혹은 정부가 잘해서 주어진 줄 아나 봅니다. 그동안 수많은 이들이 피 흘리고 목숨 바쳐 이룬 결실이란 걸 모르니 엉뚱한 데에 감사해하고 있는 것이지요.

모르는 게 죄는 아닌데 씁쓸하긴 합니다. 우리 사회가 너무도 비정상이라,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간하기가 어려운 가 봅니다. 고등학교 친구 하나는 이런 썩어빠진 세상에 희망조차 없다고 얘기합니다. 애들만이라도 이민 보내고 싶다고... 그럴 때마다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고 강조합니다만 여소야대 만들어 줬는데도 새누리 2중대 시절과 뭐가 다른지 알 수 없는 야당을 보노라면 한숨만 나오기도 합니다.

오늘 요한은 비록 몸은 갇혔지만 진정한 자유인으로 살았음을 보여줍니다. 우리도 종이 아니라 자유를 누리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그러니 이 자유를 속박하는, 하느님의 뜻을 거부하는 세력을 물리치기 위해 노예근성을 뿌리 뽑고 자유를 갈망하는 힘들을 더 모아 나가야 하겠습니다.


손성문 신부_안동교구 사회복지회

<출처/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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