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형 사무엘 아빠 장훈 베드로입니다.
다른 거 없고요, 절실해서 그래요. 내 새끼 잃은 게 너무 절실해서. 모든 부모님들도 마찬가지에요. 왜 단식하냐는 말씀들 많아요. 우리 가족들 내부에서도 단식 못하게 하려고, 일할 사람 없다고 와서 일해야 된다고 단식 하지 말고 그만하고 내려오라고 이런 사람들 많아요. 하지만 지금 이 시기에 이 장소에서 단식을 하지 않으면, 내가 나중에 죽은 준형이 한테 올라가서 할 말이 없을 것 같아요. 특조위를 이렇게 끝장 내버리는 건, 도저히 제가 진상규명 분과장이기 때문에 준형이 앞에서 할 말이 없어서, ‘아빠가 할 때까지 해봤는데 정말로 죽기 살기로 해봤는데 그래도 안 됐어’라는 소리를 해야 될 것 같아서 하고 있는 거고요.
우리 집행위원장님이 여러 가지 이야기 많이 하셨잖아요. 야당 얘기도 하셨고 저는 국회의장님 얘기 좀 해볼까요? 법사위 소위원장이랑 다 내주고 국회의장 자리에 들어간 것은 직권상정 해달라고 해서 들어간 거예요. 지금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에 올라가 있어요. 직권 상정 해달라는 거예요. 해서 저번에 민주당원들 필리버스터 하는 것 보셨죠. 난 새누리당이 필리버스터 하는 꼴을 봐야 되겠어요. 직권상정을 올려서, 그런 의지를 보여 달라는 거예요. 야당한테. 숫자로 안 되면 세월호 자기네들끼리 야합을 해서 세월호 개정안이 부결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될 것 아니에요. 그 모습을 보여주질 않는 거예요, 우리한테.
여론 모아오래요, 국회의장님이. 여론을 모으면 자기가 움직일 수 있대요. 국회가 절차가 있고 법도가 있고... 테러방지법 때는 왜 그랬을까요? 테러방지법 때 필리버스터 하고 있었잖아요. 자기들이 했어요. 그런데 왜? 지금은 더 많아요, 의석수가. 그런데도 절차가 있고 여론을 모아오라고? 우리 가족들이 여론을 모아올 수 있는 방법들이 뭘까요? 어떻게 해야 하죠? 어디 가서 불 지르나요? 어디 가서 폭파해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여러분들한테 호소 드리고 제가 먼저 굶고 저희가 먼저 고통 받으면서 도와달라고 하는 방법밖에 없는 거예요. 제가 절실 하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이 마음으로 저희가 단식하고 있는 거예요.
저희는 ‘준형 아빠’나 ‘예은 아빠’로 단식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저희는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진상규명 분과장으로서 단식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누구 개인의 아빠가 아닌 우리 가족협의회를 대표해서 저희가 단식을 하고 있는 거예요. 저는 ‘준형 아빠’로만 남고 싶지 않아요. 저 준형이 말고도 애가 세 명 더 있어요. ‘준형 아빠’일수는 없잖아요. 똑같은 거예요. 제가 진상규명 분과장이고 집행위원장이기 때문에 한 아이의 아빠일수는 없는 거예요. 내 자식 위해서 내가 여기서 저러고 있다? 말이 안 되는 거죠. 우리 가족들 우리 억울하게 죽은 우리 아이들, 아이들에게 뭐라도 밝혀주고 싶은 심정 때문에 하고 있는 거예요.
저는 특조위 가면 맨날 욕합니다. 무능하다고. 조사 좀 잘하라고. 제가 그 역할을 해요. 특조위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게 저예요. 그런데 특조위가 있어야 할 것 아니에요. 그래야 배가 올라오면 조사를 하죠. 맨 처음 정부에서는 배에 구멍 뚫는다는 얘기 한 마디 안했어요. 지금 배에 구멍이 100개도 넘게 뚫렸어요. 또 선체 들어 올리다가 손상도 입혔어요. 특조위가 거기다가 걸면 안 된다는 곳에다 줄을 걸어서 손상을 입혔어요. 도대체 세월호가 뭘까요? 왜 그렇게 숨기는 걸까. 단순히 파란 지붕 사시는 언니의 7시간 때문에 숨기는 걸까요. 모든 얘기만 하면 그걸로 몰아가요.
정작 알고 싶은 건 그게 아니거든요. 왜 그 시스템 상에 구하지 않고 왜 아이들 304명이 죽는 장면을 생방송으로 보여줬냐는 거예요. 구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고 해경이 왜 먼저 가서 선원들부터 구했는지 이런걸 알고 싶은 거예요. 이런 게 절실한 거예요.
돈이요? 그게 필요할까요? 제가 아들 몸무게의 금덩이를 갖다 놔도 제 아들하고 못 바꿔요 그만큼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한 생명이잖아요. 그런데 소중한 생명 304명이 그냥 수장이 됐어요.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123정장 한명 책임지고 있어요. 지금 3년형 받고 그 양반도 곧 있으면 나올 거예요. 3년 다되어가니까. 그 양반에게 해경에서 돈을 모아줬어요 불쌍하다고. 그게 우리 보상금하고 비슷해요.
그러니 누가 나와서 얘기하겠어요. 특조위 위원들이 가서 물어보면 틱틱 거리기나 하고 ‘네가 뭔데 조사해’ 이런 소리밖에 안 한다고요. 그래서 특조위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좀 더 강한 특별법 저희 가족들이 원했죠. 하지만 여야 야합에 의해서 지금 현재 특별법이 생긴 거잖아요. 그런데 이 특별법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데, 야당한테 그래서 저희가 의지를 보여 달라고 희망을 보여 달라고 단식하고 여러분들한테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저희 가족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무엇인지 아세요? 가만히 있으라 예요. 그대로 있어라. 가만히 있어라. 우리 아이들 ‘가만히 있어라’ 그 한마디에 다 죽었어요. 정치권에서 하고 있는 건 우리가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너희는 가만히 있어. 너희 가만히 있으면 우리가 해볼게. 해놓고 지금 20대 국회 벌써 세 달 지나갔어요.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무슨 협의체네, TF네, 엄청 만들어대요, 그런데 결과가 없어요. 우리는 결과를 받고 싶은 거예요.
저희 단식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집행위원장이나 저나 건강이 허락하는 한은 할 것입니다. 헌데 보시다시피 목발 짚고 다니고 별로 안 좋아요, 건강은. 그런데 너무 절실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거예요. 해내는 거고요. 솔직히 뭐 먹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일주일 굶으면 뭐가 먹고 싶은 생각도 들고 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도 안 들어요. 좀 있으면 입에서 제주도 방언 나올 거예요. 삼다수만 마셔서... 그 정도로 먹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삶의 의지가 없어진다고 그러잖아요. 그 상태까지 가고 싶진 않아요. 솔직히 왜냐면 남아있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그 아이들도 키워야죠.
하지만 야당이 되면 된다, 아니면 못하겠다, 이야기를 들고 와야 해요. 못하겠다고 하면 투쟁방식을 바꿀 거예요. 그렇게라도 싸울 거예요. 죄송합니다만 새누리당이 진상규명 다 해줄게, 우리 밀어줘, 만약입니다만, 우리 가족협의회가 그래? 너 가능해? 가능할 것 같으면 우리 가족협의회가 새누리당을 민다고 하면 물론 국민들에게 질타는 받겠죠. 그렇지만 진상규명은 되잖아요. 이 자리가 천주교 미사 자리이기 때문에 할 얘기는 아니지만 진상규명을 위해서라면 진짜 악마한테 내 영혼이라도 팔고 싶다니까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인 줄은 알아요. 하지만 그만큼 절실해요.
내가 보는 앞에서 내 새끼가 죽은 거예요. 그런데 제일 한이 되는 게 무엇인지 아세요? 4월 16일 날 밤에 제가 그 사고현장에 갔어요. 제가 수영을 못해요. 그런데 그 자리에서 뛰어들지 못한 게 아직도 한이에요. 구하려고 뛰어들지 못한 게. 그 때 진짜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고무보트 한 대 돌아다니고 있었거든요. 그런 거짓말들을 언론에서 까발리고 있고.
아까 백남기 대책위 측에서 국회 탄원서 10만 명 말씀하셨는데 세월호 유가족처럼 탄원서 많이 넣는 사람도 없어요. 저희는 보통이 40만, 청와대에 서명지 70만 명 서명지 전달했어요. 그런데 아무도 모르잖아요. 청와대에 저희와 여러분들이 직접 서명한 70만 명의 서명지가 들어갔는데도 아무도 모르시잖아요.
저들은 그냥 묻으려고 하는 거예요. 묻으면 잊혀 질까봐. 교실도 뺐잖아요. 좀 있으면 단원고라는 이름도 없어질 거예요. 왜? 잊혀지고 싶으니까, 잊고 싶으니까. 가해자들은 잊고 싶죠. 피해자들은 전 국민들은 잊을 수 없잖아요. 내 새끼 죽는 걸 내가 봤는데 그걸 어떻게 잊겠어요. 생방송으로 봤는데. 그런데 저들은 잊으라고 그래요.
절대 못 잊게 하기 위해서 단식도 하는 거고요. 야당이 답 들고 올 때까지 할 거예요, 진짜로. 4.16가족협의회에서 가장 독종이 세 명 있는데 그중에 두 명이 여기에 와 있어요. 가장 신랄하게 싸우고 가장 살벌하게 싸웠던 팽목항에서 가장 살벌하게 싸웠던 사람이 저입니다. 해수부 장관 멱살까지 잡고 꿇어앉힌 사람이 저예요. 그 자리에 고발 뉴스나 tv 보시면 나왔을 거예요. 그런데 이제는 제가 여기에 앉아서 그들을 기다리려고요.
야당 지도부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올지... 그거 가지고는 안돼요. 정확한 답을 들고 와야죠. 직권상정을 해준다든지, 두 야당 세 야당이 합쳐서 어떤 방법을 가지고 어떻게 하겠다든지 이런 구체적인 사안을 갖고 와야죠. 야합하지 말고. 아니면 아예 못하겠다고 발 빼라는 거예요... 그게 내 생각이에요.
그래야만이 이 단식 풀 겁니다. 진짜로. 뭐 모르겠습니다. 유민 아빠가 단식 풀고 싶어서 푼 게 아니니까. 그때도 건강상의 이유로 그런 거지만 제가 더 빨리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의지만큼은 확실합니다. 여러분의 눈빛을 보니까 여러분의 의지도 확실한 것 같아요. 너무 감사드리고 얘기가 너무 길어졌죠. 원래 신부님들 앞에서 얘기 길게 하면 혼나는데, 오늘 와주셔서 감사드리고 고맙습니다.
장훈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진상규명 분과장
<출처/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