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모상이 되길 거부하는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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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모상이 되길 거부하는 죄
  • 토머스 머튼
  • 승인 2023.08.26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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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머튼의 삶과 거룩함/그리스도교의 이상-1: 어둠으로부터 건져지다-1
Christ in the Garden of Gethsemane (detail), c. 1612, Pier Francesco Mazzucchelli (Italian, 1573–1626)
Christ in the Garden of Gethsemane (detail), c. 1612, Pier Francesco Mazzucchelli (Italian, 1573–1626)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세례 때 한 약속대로 죄를 거부하고, 자신을 아무런 타협 없이 온전히 그리스도께 바쳐야 한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소명을 완수하며, 자신의 영혼을 구하며, 하느님의 신비 안에 들어가며, 그리하여 자신을 완전히 “그리스도의 빛 안에 잠기게 해야 한다.”

성 바오로가 말씀하셨듯이(1코린 6,19), 우리는 “우리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온전히 그리스도께 속해 있다. 그분의 성령이 세례 때에 우리를 완전히 소유하신 것이다. 우리는 거룩한 성령의 성전이다. 우리의 생각, 우리의 행동, 우리의 욕망은 우리 자신의 것이기에 앞서 그리스도께서 소유하실 권리를 갖고 계신다. 그러나 우리는 하느님께 당연히 되돌려 드려야 할 것을 실제로 드리고 있는지 의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자신의 천성적인 약점과 무질서하고 이기적인 열망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 안에 있는 하느님께 속한 것들은 그분의 성스러운 사랑의 힘으로부터 떨어져나가 이기심으로 썩고, 비이성적인 욕망으로 눈이 멀고, 자만으로 굳어져서 결국 죄라고 불리는 도덕적인 무(無)의 심연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죄는 영적인 생활을 거부하는 것이고, 하느님의 의지와 일치할 때 느낄 수 있는 내면의 질서와 평화를 거부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죄는 하느님의 의지와 그분의 사랑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이런 저런 일들을 “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 또는 그분이 금하시는 일을 안하겠다는 결심만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자신이 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인데, 하느님의 심오한 신비에 숨겨져 있는 우리 자신의 신비롭고, 불확실하며, 영적인 실제를 극단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죄란 우리가 되어야 하는 모습-하느님의 자녀들, 하느님의 모상-이 되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죄는, 마치 자유를 주장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자유로부터 또한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야 하는 책임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다.

 

[원문출처] <Life and Holiness>, 토머스 머튼 
[번역문 출처] <참사람되어> 200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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