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은 왜 악을 선택하는가, 나는 위험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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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은 왜 악을 선택하는가, 나는 위험한 사람입니다
  • 김선주
  • 승인 2023.07.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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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칼럼

내가 책을 내면 나라에 큰일이 일어납니다. 이번에 책을 냈습니다. 내가 책을 내는 게 큰일입니다. 나 같이 거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 시대가 불행하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부드럽고 상냥하고 낭만적인 목소리가 대접받는 시대가 어서 오기를 바랍니다.

목사가 되기를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신학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자퇴서를 냈습니다. 목사가 되면 목사가 안 될 때보다 더 많은 죄를 지을 것 같았습니다. 교단의 내부 구조와 목사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니 그곳에 발을 담그고 싶지 않았습니다. 학교를 때려치우고 방구석에 틀어박혀 일주일 만에 원고 900매를 썼습니다. 분노의 강물이 목까지 차올라 그것을 쏟아내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습니다. 보수 교회들이 총력전을 벌여 이명박을 장로 대통령 만드는 과정에서의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때보다 더 처참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유니폼 크리스천’이라고 썼습니다. 그는 위선적인 한국 개신교회의 표상이었습니다. 한국 교회가 타락하고 부도덕한 정치 세력과 야합하면서 어떻게 예수의 가르침에서 멀어지고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혔는지 조목조목 따져 물었습니다. 당연히 많은 부분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포커스가 맞추어졌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측에서 소송이 들어올 것을 각오하고 썼습니다.

내 원고를 아무데도 받아줄 것 같지 않았습니다. 교회와 연을 맺고 있는 기독교계 출판사들이 받아줄 리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기독교와 관련 없는, 사회과학 서적을 내는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습니다. 흔쾌히 받아주었습니다. 그곳이 ‘도서출판 삼인’입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한국 교회의 일곱 가지 죄악>이었습니다. 책이 출간되고 며칠 뒤에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습니다. 이후로 내가 책을 낼 때마다 나라에 변고가 생겼습니다. <우리들의 작은 천국>과 <목사 사용설명서>를 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습니다. <우리집 고양이는 예수를 믿지 않는다>를 냈을 때 코로나가 시작됐습니다.

한국 교회에 분노하여 목사 되기를 포기했던 내가 지금 목사가 됐습니다. 목사라고 이름 불리는 게 수치스러운 시대가 됐습니다. 이명박근혜 시대를 지나 윤석열 시대로 퇴화된 시대에 목사로 살고 있습니다. 이명박을 낳은 기독교가 박근혜를 낳고 윤석열을 낳았습니다. 기독교는 예수를 버리고 무능하고 무지하고 무뢰한 3무 정권을 선택했습니다. 역사는 진보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모순과 한계 안에서 같은 패턴으로 선과 악을 반복할 뿐입니다.

나는 분노합니다. 이명박근혜와 윤석열에 대해서가 아니라 부도덕하고 무지한 권력에 빌붙어 교세를 확장해 보려는, 한국 개신교회의 악마적 선택에 대해. 예수를 버린 대가가 이명박근혜와 윤석열이었고 그로 인해 정의가 무너지고 부조리가 판치며 사회적 약자들이 고통 받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교회들은 도둑질, 강도질, 사기, 살인, 간음 같은 도덕적 범죄와 이단을 악이라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원리로 주어진 선거권으로 누군가를 선택함으로써 나타나는 악한 결과에 대해서는 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기독교인들은 쉽게 악의 편에 서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원리에 의해 당연하게 주어지는 정치적 선택에는 아무런 도덕적 결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선택하는가, 누구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악이 될 수 있습니다. 권리는 선하되 그 선한 권리로 선택한 결과는 악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한국 개신교인들이 악을 선택하면서도 그것이 악인 줄 모르는 것은 믿음을 사유 없는 맹종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사유하지 않는 인간이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잘 다루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선거권이라는 응당의 권리로 악을 선택하며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고 있습니다. 아무 죄책감 없이 유대인들을 가스실로 보낸 아이히만처럼 말입니다.

나는 그들이 만든 구조악에 민감합니다. 아니 사회를 이렇게 만든 배후 세력이 기독교라는 사실에 대해 분노합니다. 그 아픔으로 나는 무엇이 그리스도교의 본질이며 예수의 가르침인지를 물으며 칼럼을 썼습니다. 도서출판 삼인에서 내 아픈 질문들을 책으로 묶어주었습니다. 상업적 이윤보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시대와 인간을 담지하려는 삼인의 출판 정신이 나의 목소리를 존중해 주었습니다. 먹고살기 위해 책을 만드는 게 아니라 책을 통해 시대와 인간을 말하고 담론을 만들어가려는 삼인의 예언자적 출판 정신이 나에게 글쓰기를 독려하였습니다.

이명박의 시대보다 윤석열의 시대가 더 처참합니다. 정치가 망가지는 데 교회가 일조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목사입니다. 때문에 교회 지도자로서 성경과 예수님의 가르침으로 시대와 인간을 봅니다. 그리고 내가 속한 기독교라는 거대 집단의 방향을 봅니다. 그 시선으로 쓴 책이 나왔습니다. <기독교인은 왜 악을 선택하는가>라는 제목으로. 한국 교회를 향한 내 목소리를 담아준 삼인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졸저에 추천사를 써 주신 이정배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내가 책을 내면 나라에 큰일이 일어납니다. 나는 위험한 사람입니다.

 

김선주 목사
<한국교회의 일곱 가지 죄악>, <우리들의 작은 천국>, <목사 사용설명서>를 짓고, 시집 <할딱고개 산적뎐>, 단편소설 <코가 길어지는 여자>를 썼다. 전에 물한계곡교회에서 일하고, 지금은 대전에서 길위의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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