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이야기입니다. 아니, 사람은 이야기하는 존재입니다. 삶은 이야기이고 이야기는 삶이 만들어내는 사건과 세계입니다. 그래서 난 빼어난 풍광이나 아름다운 물상(物象)들에서 느끼는 매력보다 사람에게 있는 이야기에 더 많은 매력을 느낍니다.
나에게 사람이 없는 사진은 이야기 없는 그림과 같습니다. 이야기 없는 그림은 그냥 이미지일 뿐입니다. 이미지에는 체온이 없습니다. 체온이 남아 있는 사람의 자리, 난 카메라 앵글을 맞추며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의 모습을 상상합니다.
상상하는 즐거움 때문에 낡고 빈집이 좋습니다. 빈집은 공간이나 건축물이 아니라 사람의 흔적입니다. 빈집에 남아 있는 사람의 흔적은 모든 개성을 증발시켜 버립니다. 그 사람의 성격이나 신념, 종교, 인종, 사회적 지위 등과 같은 개성을 지워버리고 인간이라는, 단순한 사건만 남습니다.
그런 인간은 갈등과 대립이 없는 인간입니다. 그 인간은 단순하고 따뜻한 인간성만 남은, 하나의 흔적입니다. 흔적으로 남은 인간은 다른 인간을 아프게 하지 않습니다. 단지 인간이라는 사실 하나만 남기고 모든 것을 증발시켜 버립니다.
그래서 난 빈집 사진을 찍습니다. 그 빈집에서 상처받지 않은 인간의 원형을 보려는 건지도 모릅니다. 내 안에 상처가 많기 때문이겠지요. 상처가 많기 때문에 빈집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건지도 모릅니다. 빈집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예수가 그런 분이셨지요.
김선주 목사
<한국교회의 일곱 가지 죄악>, <우리들의 작은 천국>, <목사 사용설명서>를 짓고, 시집 <할딱고개 산적뎐>, 단편소설 <코가 길어지는 여자>를 썼다. 전에 물한계곡교회에서 일하고, 지금은 대전에서 길위의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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