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미루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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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미루나무
  • 닐숨 박춘식
  • 승인 2023.05.2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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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artuk.org
사진출처=artuk.org

그 미루나무 
-닐숨 박춘식

어릴 때
옹기 집 뒤란에서
높다란 가지들로 춤추었던 미루나무가
놀랍게 나타나 저를 빤히 보더니
이제 쓸모없는 영감탱이 되었구나! 쯧쯧 합니다
돌아가려고 움직일 때 다급히
지팡이로 한 가지를 잡아당겨
어인 일로 왔는지 궁금하다 고맙다고 말하니까

노인에게 가장 중요한 책무(責務)는 숨결 기도라면서
들숨에는 하늘을 당겨 맘껏 마시고
날숨에는 흙바닥을 쓰다듬으며 기도하지 않으면
저승 가서 날개도 없는 버러지로 산다고 일러줍니다

그 미루나무는
수많은 이파리로 빛살기도**를 보여주었고
발뒤꿈치를 세우는 묵상기도를
시도 때도 없이 보여주었던
키장다리 형제였습니다

 

<출처> 닐숨의 미발표 시(2023년 5월 22일 월요일)

* 어릴 때 시골집 뒤란에 서 있던 큰 미루나무는 잊지 못하는 형제나 친구로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 ‘화살기도’를 저는 ‘빛살기도’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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