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주식회사, 돈은 폭력도 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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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주식회사, 돈은 폭력도 사들인다
  • 최태선
  • 승인 2023.05.2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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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선 칼럼
사진출처=bassman5911.tumblr.com
사진출처=bassman5911.tumblr.com

한 달 전 쯤, 금니를 한 어금니가 깨졌다. 정확히 말하면 사랑니이다. 잡혀있는 치과 진료예정일이 5월 17일이었다. 병원 치과를 가니 별 다른 방법이 없고, 타이레놀 같은 걸 먹으며 견디란다. 결국 아픈 채로 한 달 이상을 참으며 지냈다. 기다리던 진료일이 되어 진료를 받았다. 작년 같은 날에 임플란트를 하라는 치과의사의 권고를 일 년 뒤로 미루어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진료일에 사진을 한참 바라보던 의사가 내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했다. 임플란트를 세 개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에 미루어놓았던 치아의 옆 치아까지 뽑고 임플란트를 해야 하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이 하나도 방치하면 그 옆 이까지 뽑고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 작년에 돈이 없었다. 그래서 일 년간 임플란트 비용을 준비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일 년간 돈을 모았지만 다시 속절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갑자기 작년에 아프리카 아이를 돕기 위해 보낸 돈과 이런저런 비슷한 지출들이 생각났다. 그런 돈을 안 보냈으면 지금 닥친 상황이 속절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말 막막하다. 작은 아이의 결혼 비용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내가 다시 돈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어쩌면 내게 임플란트란 사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두 개의 어금니를 뽑았다. 송곳니 하나는 작년과 같이 돈이 준비될 때까지 미루고 싶다. 그런데 그럴 상황이 아니다.

이처럼 돈은 내게 폭력적으로 다가온다. 아니 더 정확히는 내게 폭력적이 될 것을 요구한다. 돈이 없는 내가 이 상황에서 벗어나거나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플란트를 포기하거나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나를 도와야 하는 사람들 역시 포화상태에 있다. 그러면 도대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바로 이런 상황이 폭력적이라는 의미이다.

이 상황은 내가 공동체 없이 복음을 따라 살기 때문에 일어난 상황이다. 하느님은 반드시 사람을 거치신다. 그래서 내 상황을 아시고 직접 기도를 해도 여간해서는 도우시기가 어렵다. 다른 누군가가 나를 돕는다는 것은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일이다. 거기다 나는 ‘약자 코스프레’를 하지 않기로 결심을 했다. 정말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오는가를 면밀히 살펴야 하는 상태가 되었다.

이처럼 돈이 폭력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돈을 사랑한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인간이 가지는 존재의 한계라고 생각해도 좋을 일이다. 그러나 성서는 우리에게 돈을 사랑하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이렇게 돈은 비웃듯이 내 인생을 함몰시키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며 내 신앙에 도발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돈이 폭력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돈이 폭력임에도 사람은 돈을 생명으로 인식하려고 한다. 그러나 돈은 폭력일 뿐 생명이 될 수 없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영생과 부활을 믿는다면서도 돈을 사랑한다. 충분히 이해한다. 돈이 폭력이기 때문이다. 내 경우만이 아니다. 오늘 읽은 한 기사를 통해 나는 그것을 절감했다.

"아내·자녀가 자기들끼리만 밥 먹네요…내가 돈 못 번다고"
"아내가 욕설 퍼붓고, 청소기 던지고, 때린다"
"아내가 외도 들키고는 먼저 이혼하자고 요구"
"힘세게 생겼다면서 어린 남자 직원 성희롱"

'남성의 전화'를 28년간 운영한 이옥이 대표 인터뷰 내용이다. 그녀는 "폭력성은 여성이라고 해서 남성과 다르지 않습니다. 여자들의 외도와 성폭력 양태도 남성과 비슷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돈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나는 폭력을 본다. 돈을 못 번지 오래 된 내가 이미 충분히 경험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나는 줄타기를 하며 살아왔다. 걸핏하면 폭발할 수 있는 폭력에 대비하며 사는 삶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부장적인 사회의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돈 이야기일 뿐이다. 물론 물리적인 폭력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폭력 가운데 물리적 폭력은 비교적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경우도 잘 보면 거기에는 항상 돈이 숨어 있다. 조폭을 생각해보라. 이들은 단순히 폭력적인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돈이 숨겨져 있다. 또 돈은 폭력을 잘 대우한다. 잘 보라. 가장 힘 센 사람은 가장 강한 인간이 아니라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이다.

돈은 사람을 폭력적으로 만든다. 재벌가 사람들이 안하무인이고 폭력적인 것은 돈이 그들에게 폭력을 제공하면서 폭력적으로 살 것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비싼 차를 타고 다른 차들을 우습게 여기며 추월을 하게 되는 것도 돈이 사람에게 폭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대표는 "부인들도 과거의 남편들과 똑같은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폭력의 성격과 양태에는 남녀의 차이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 돈은 우리에게 폭력적으로 다가오고, 돈을 가진 사람을 폭력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돈은 그래서 권력과 결탁하기도 하고, 가장 힘센 사람을 고용하기도 한다.

얼마 전 티브이에서 “용병 주식회사”가 있다는 강의를 보았다. 용병 주식회사에도 CEO가 있다. 사람들은 군대에 장군이 아니라 CEO가 있다는 사실을 신기해하지만 사실 그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용병 주식회사”는 전망이 밝은 사업이다. 앞으로 돈의 영향력이 더 강해질 것이고 거기에는 더 많은 폭력이 요구될 것이기 때문이다. “폭력 주식회사”는 이미 역사 속에 있어왔고(조폭이나 군대 장관 등으로), 앞으로 미래를 주도할 가장 유망한 사업이 될 것이다.

나는 이미 그것을 보았다. 빈부격차가 심해질수록 부자들의 폭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 전 브라질에서 이십 대의 스마트하고 아름다운 여성들이 부자 할머니들의 비서들이 된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본 적이 있다. 부자들의 동네는 사설 경비원들이 총을 들고 그야말로 살벌하게 지키고 있었다. 물론 빈민가는 쓰레기를 뒤지는 아이들과 구걸을 하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이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가?

폭력적인 사회의 모습이 바로 지옥이다. 문명 사회는 바로 그곳을 향해 빠르게 직진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들도 부자의 대열에 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하거나 부자들을 지키는 비서나 사설 경비원이라도 되기 위해 노력한다.

챗봇이나 AI 등으로 인간의 일자리는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돈을 가진 자들은 더 많은 돈을 가지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더욱 폭력적이 될 것이다.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들도 폭력적이 될 것이다. 돈이 지배하는 사회가 공멸의 길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스도인들이 볼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갑자기 임플란트 세 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내게 닥친 것을 감사한다. 불가항력의 상황 속이지만 나는 불안해 하지 않는다. 내가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다고 돈이 나오냐는 질문을 하지 마시라. 나는 사랑이 이긴다는 사실을 믿는다. 여기서 이긴다는 것은 비참해지는 것을 포함한다. 그러나 결과에 상관없이 사랑은 이미 이겼다.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느님 됨을 알찌어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당신의 백성들에게 폭력적이 아니라 무력해지라고 하시는 이유이고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가난해질 것을 요구하시는 이유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가만히 있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그래서 신앙은 어렵다.

 

최태선
하느님 나라의 시선으로 살아가는 
55년생 개신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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