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 하느님 뜻을 여기서 사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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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 하느님 뜻을 여기서 사는 자
  • 최태선
  • 승인 2023.05.0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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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선 칼럼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 8번 일명 <미완성 교향곡>은 2악장이다. 다른 교향곡들은 4악장으로 구성된다. 그래서 이 교향곡에 미완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이 교향곡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4악장으로 구성된 완성 교향곡들이 그토록 많은데도 이 미완성 교향곡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나는 지금도 이 교향곡의 1악장과 2악장의 주제를 외우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슈베르트가 이미 더 이상 쓸 것이 없기 때문에 다시 말해 이미 교향곡이 완성되었기 때문에 3악장과 4악장을 쓰지 않았다고 해설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같지 않을까. 아무리 오래 산다고 해도 그것이 곧 복 받은 삶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내 경우는 이미 충분히 오래 살았다. 이제는 언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그렇다고 내 삶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른다. 나중에 오랜 시간이 지나면 내 기억을 합리화해서 완전한 삶이었다고 정리해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안다. 내 삶은 내 삶이지만 내가 완성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아도 주님은 그런 불완전한 내 삶을 완전한 삶으로 만드신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마음 놓고 내 삶을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이유이다. 그러나 그 삶에는 단서가 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곧 하느님의 뜻대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이 서로 협력해서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해야 하고 그것은 하느님의 뜻대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 한정된다. 그러니까 마냥 자기 마음대로 사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의 뜻대로 부르심을 받아야 한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부르심을 받았다는 말을 정말 잘한다. 그런데 정말 부르심을 받은 것일까. 사실 그것은 내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아무 기준도 없는 것은 아니다.

“눈 먼 사람이 보고, 다리 저는 사람이 걸으며, 나병 환자가 깨끗하게 되며, 듣지 못하는 사람이 들으며, 죽은 사람이 살아나며, 가난한 사람이 복음을 듣는다.”

이 내용은 옥에 갇힌 세례자 요한이 제자들을 예수님에게 보내 “오실 그이가 당신입니까?”라는 질문을 하게 했을 때 예수님께서 하신 답이다.

언뜻 봐서는 동문서답 같은 이 대답이 사실은 세례자 요한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정말 귀중한 대답이었다는 사실을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실감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이유가 우리에게는 더 중요하다.

예수님은 왜 속 시원하게 그렇다 아니다로 답하지 않으셨을까? 아니면 최소한 어디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호통이라도 치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그러나 이런 생각은 예수님의 답변에 담긴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다.

예수님의 이 대답을 세례자 요한은 어떻게 알아들었을까. 나는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의 이 대답을 듣고 자신이 죽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사명은 주의 길을 예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주님이 자신이 예비한 길을 따라 잘 가고 계시다는 대답을 들은 것이다. 그가 닦은 왕의 대로는 하느님 나라를 위한 것이었고, 바야흐로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 나라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대답을 하신 것이다.

세례자 요한을 사람들은 예언자라고 부른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예언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예언자를 마치 무당처럼 미래를 미리 알 수 있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거기에 초점을 맞춘다. 잘못된 예언 이해이다. 성서가 말하는 예언, 혹은 예언자란 하느님의 부르심에 따라 미래에 있을 일을 지금 이곳에서 살아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곧 하느님의 뜻대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라는 말의 의미는 부르심을 따라 사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삶이 하느님에 의해 완성될 것이라는 믿음은 그리스도인들이 예언자적 삶을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곧 하느님의 뜻대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은 곧 하느님의 부르심에 따라 사는 사람들이고, 그런 사람들의 삶을 예언자적 삶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인들이 예언자적 삶을 사는 것은 부르심에 따라 사는 삶이여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사는 것이다.

예수님의 대답을 잘 음미해보라. 그것에는 하느님 나라와 희년이 들어있다. 그렇게 그리스도인들의 삶에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질 때 그리스도인들은 예언자적 삶을 살고 그들이 어떤 예언자적 삶을 살았든 하느님께서는 그런 그들의 삶을 완성시켜주시는 것이다.

“시카고의 화이트 로즈 가톨릭일꾼 공동체는 때때로 희년의 전통에 따라 “자유 시장의 날”을 선포하여 이웃에게 무료 봉사를 제공하고 이웃도 그렇게 하도록 초대한다. 이날은 풍선, 무료 이발, 미술 수업, 정원 농산물, 닭을 쓰다듬을 수 있는 기회, 가격 없는 마당 세일, 공원에서 제공되는 상호 서비스의 포틀럭 잔치가 있는 축하의 날이다.“(<의도적인 그리스도인 공동체 안내서> 인용)

나는 이런 내용을 볼 때 가슴이 뛴다. 이런 이야기가 바로 예수님께서 하신 대답과 마찬가지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삶이 바로 예언자적 삶이며 자신의 삶이 하느님의 손에 의해 완성될 것을 믿는 사람들, 곧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존재 자체로 복음을 전하는 사람, 곧 진짜 선교사로서의 삶을 사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부르심이란 바로 이런 예언자적 삶을 살라는 명령이라는 사실이다.

 

사진출처=scoop.me
사진출처=scoop.me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진다. 특히 이런 현상은 주일이면 내게 도지는 현상이기도 하다. 왜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하느님의 은혜로 생각하게 되었을까. 왜 희년의 삶으로 하느님의 경제를 살아내는 것은 자신의 소명으로 알아듣지 못하는 것일까.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주님 앞에 서는 날, 주님은 우리에게 물으실 것이다.
“내 주변과 삶에서 하느나님 나라가 이루어졌느냐?”

화이트 로즈 가톨릭일꾼 공동체의 사람들은 주님의 질문을 들으면 신이 날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대답으로 할 것이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또는 새번역으로 그것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라고 번역한다(마 10:8). 예수님은 “이스라엘 집의 잃어버린 양”에게 보내심을 받은 제자들에게 병을 고치고 죽은 자를 살리며 귀신을 쫓아내며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알리는 사명을 이렇게 요약하셨다. 우리는 재물을 공유하는 공동체에 모일 때마다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주신 예수님을 증거 한다. 볼 수 있는 눈이 있는 자는 보라.“(위와 같은 책)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예언자적 삶은 복잡하지 않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라는 말씀이 그 핵심 비결이다. 어제도 거센 바람과 세차게 내리는 비를 뚫고 폐지 수거하시는 분을 찾아가 돈을 드리고 왔다. 어버이날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함께 하는 공동체가 없다. 그래서 가톨릭일꾼 공동체처럼 “자유 시장의 날”을 선포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으로서 희년의 정신을 구현하고자 한 행동의 실천이었다. 이것이 지금의 내 예언자적 삶이다.

어떤 사람들은 나를 예언자라고 부른다. 그들은 내가 쓰는 글이 현실을 지적하고 무엇이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합당한가를 가려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무엇이 옳고 그름을 가리고 지적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믿는 미래인 하느나님 나라를 믿고 지금 여기서 그것을 실천하는 예언자적 삶을 살기 때문에 내가 예언자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예언자적 삶을 살아야 한다. 아니 살 수밖에 없다. 참된 그리스도인들은 모두가 예언자적 삶을 사는 예언자들이다.

 

최태선
하느님 나라의 시선으로 살아가는 
55년생 개신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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