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를 위한 경제학, 기본소득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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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를 위한 경제학, 기본소득을 생각한다
  • 박병상
  • 승인 2023.05.0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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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상 칼럼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얼마 전 소득세 환급 안내서가 왔다. 작년 이맘때도 왔고, 외면하고 싶었는데 아내가 해결해주었다. 경제 ‘잘알못’이라 동그라미에 둔감하다. 축구공과 탁구공도, 지폐와 동전도 거리가 멀다. 공놀이 한 번 하지 않았고 월급을 받은 적 없다. 이제까지 얼마를 벌어 무엇에 어떻게 써왔는지 별 관심이 없었지만, 경제성장을 이해하면서 은행권과 기본소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생태학을 이해하는 처지에서 경제성장은 보게 되었다. 회복탄력성을 읽은 생태계에서 미래세대의 생존은 위기를 더해 가는데 경제성장은 그 위기를 더욱 부추긴다. 기후위기를 모르는 경제학자는 없을 텐데, 외면하려 든다. 달려드는 매에 고개를 낙엽에 처박아 회피하려는 자세로 보인다. 그래서 대안경제, 대안화폐, 기본소득에 관한 책을 쌓아놓았다. 나중에 읽으려는 먹물근성이다.

책에 먼지가 쌓이며 슬슬 포기하려 하는데, 김병권 선생의 <기후를 위한 경제학>(김병권, 착한책가게, 2023)은 다르게 다가왔다. 기후위기에 고민하면서도 개미지옥처럼 성장주의에 빠져나가지 못하는 우리의 생각을 새롭게 정리하도록 도와주었다. 대안적 경제, 대안은행, 협동조합, 탈성장과 반성장론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책을 읽으며 어딘가 부족하고 미덥지 못했는데, 경제성장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해외 유명짜한 어떤 학자의 글보다 살갑게 열어주었다. 청년의 내일을 현장에서 정직하게 바라보며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다.

경제를 엔트로피 개념으로 풀어가는 학자가 적지 않지만, 이해하기 쉽게 풀어간 책은 우리 사회에서 처음이 아닌가 싶다. 경제성장에 치이면서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다정한 이웃과 같이 읽으며 고민을 나누고 싶다. 인식의 깊이를 나누며 깊어지리라 기대하면서, 새삼 “경제 잘알못”이지만, ‘기본소득’ 논의를 깊이 나누지 못한 특별한 이유가 저자에게 있는지 궁금해진다.

틈틈이 기본소득을 공부한 적 있다. 김종철 선생님과 <녹색평론> 덕분이다. 젊은이에게 일자리는 통 열리지 않고, 기존 일자리도 위축되는 현실에서 기본소득이 대안이다 싶었다. 감염병으로 더욱 분명해진 기후위기, 이후 분명해지는 경제위기 현상을 당장 돌이키지 못하더라도, 불평등한 경쟁이 초래하는 역겨움을 풀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 무엇보다 거창하지만 사회정의, 세대정의, 그리고 생태정의 차원의 새로운 일상을 열 수 있겠다 싶다.

유력한 대선후보가 공약으로 거론하면서 우리 사회에 관심이 잠깐 높아졌는데, 요즘 시무룩하다. 논의 마당이 다시 다채롭게 펼쳐지길 바라는데, 기본소득을 복지 차원에서 바라보는 복지 전문가의 의견은 사양한다. 이상이의 <기본소득 비판>이 특히 불편했다. 기본소득을 포퓰리즘이나 짝퉁 복지로 비판하면서 허술한 복지체계를 개선하면 작금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말한다. <기후를 위한 경제학>을 읽고 경제성장 없는 미래세대의 행복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깊어졌는데 아쉬움도 있다. 기본소득으로 기후위기를 부추길 경제성장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텐데, 깊이 이야기하지 못한 듯하기 때문이다.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돈이 없으면 먹고 자고 입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심지어 맑은 물과 공기도 마실 수 없다. 독점된 돈은 넘치고 그들의 흥청거림은 분노를 일으키는데, 단지 돈이 부족하거나 없어 주변부로 내몰리는 사람도 넘친다. 이제 돈은 집, 옷, 밥과 같은 공공재가 되었다. 일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세상에서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청년과 노인이 단지 돈이 없어 소외되는 세상이 아닌가.

기본소득은 일도 하지 않고 호의호식하자는 선동이 아니다. 돈이 없거나 취업이 어려워 의지 있는 이가 소외되는 세상에서 기본소득은 중요한 민주적 대안이라고 본다. 기본소득이 제공되면 개인이나 사회가 나태해질까? 오히려 청년 김용균을 희생시킨 기득권을 무력화할 수 있지 않을까? 주변부에 내몰린 청춘과 소외되는 경륜을 자신의 자리에서 빛나게 이끌어줄 거라 믿는다.

세상에는 선한 인간이 훨씬 많고, 그들 덕분에 세상이 건강하게 이어졌다. 선한 사람에게 기본소득이 제공된다면, 미래세대의 생존을 생각하면서 기득권의 탐욕과 오만을 물리칠 힘을 시민사회에 배양하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환경적인 삶을 능동적으로 모색하게 할 거라 믿는다. 물론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기후를 위한 경제학>을 소개하면서 기본소득이 기후위기에 대안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래 짧은 글을 덧붙인다.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의 자격으로 소식지에 쓴 짧은 글이다.

환경적 삶을 안내할 기본소득

택시에 기본요금이 있다. 일정 거리 이상을 가려면 요금을 추가하면 된다. 인간적인 삶에 기본이 있다면 무엇일까? 하루 세끼의 식사와 걸칠 옷과 소박한 집?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비용은 얼마나 들까? 지역과 시대, 그리고 삶의 방식에 따라 다를 텐데, 기본적인 삶에 필요한 비용을 ‘기본소득’이라 하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누구에게나 조건 없이 기본소득을 제공한다면 사회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유럽에서 기본소득의 타당성을 물었다고 한다. 여론조사에 응한 시민은 고개를 단호하게 저으며 기본소득이 추가 제공되면 술이나 허송세월로 나태해질 거로 단정했다는데, 그 시민에게 다시 물었다고 한다. “당신도 술 마시며 시간을 허비할 생각이냐?” 정색을 한 그는 “아니요! 나는 내 일을 계속할 겁니다. 다만 야근은 거부하겠죠.”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렇다. 기본소득은 그렇듯, 인간다운 삶을 안내한다.

기본소득이 제공되었다면 청년 김용균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처참하게 희생되었을 리 없다. 청운의 꿈을 가진 젊은이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터무니없이 열악한 조건의 일자리를 선택할 리 없으니 화력발전소는 석탄 가루 날리는 작업환경을 일절 만들지 않을 것이다. 설비 관리 비용과 인건비 상승으로 발전소는 전기요금을 한껏 올리겠지만, 시민들은 자신의 집과 가전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살피고 낭비를 줄이려 노력하겠지.

온실가스를 막대하게 배출하는 화력발전은 기후를 매우 위태롭게 만드는 주범이다. 화력발전소를 줄이려는 유럽은 내연기관을 가진 자동차와 열차 그리고 비행기의 사용을 억제한다. 화석연료를 태우기 때문인데, 유럽 환경운동가는 한국을 “기후 악당국가”로 지목한다. 자국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 가서 화력발전소를 세우지 않나. 온실가스 증가로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상황은 유럽이나 북미가 유난스러운 걸까? 아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자제하지 않는 한국은 당연히 예외일 수 없다.

에너지를 낭비하며 환경을 더럽히는 일자리가 마땅치 않은 시민에게 기본소득이 제공된다면 미래세대의 생명을 위협하는 전기는 외면할 것이다. 화력은 물론이고 핵발전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기업의 광고에 현혹되지 않으며 수소차와 전기차가 진정 친환경인지 살필 것이다.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생활을 넘어 에너지 자립 마을에서 음식을 나누면서 서로 돌보는 사회를 만드는 정책을 촉구할 것이다. 아이의 건강한 생존이 달린 일이므로.

기본소득은 힘들고 더럽고 어려운 일자리를 강요하는 기득권이 설 자리를 없앤다. 공정하든 공정하지 않든, 경쟁에서 승리해 특권을 독선적으로 행사하는 직업보다 다정한 이웃의 개성을 배려하며 함께 생존하는 삶이 존중될 것이다. 성장보다 공존을 지향하는 기본소득은 미래세대가 누릴 생태계를 비로소 헤아리게 우리를 안내할 것이다.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60플러스기후행동 공동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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