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오를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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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오를 묻습니다 
  • 닐숨 박춘식
  • 승인 2023.04.1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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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 Gang nach Emmaus / The Road to Emmaus - Robert Zünd, 1877
The Road to Emmaus - Robert Zünd, 1877

엠마오를 묻습니다   
- 닐숨 박춘식

한반도의 엠마오는 어디인지
묻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묻습니다
새봄의 향기를 누가 홀쳐 독차지하고 있는지
묻습니다
물과 빵 포도주도 품에 안고 가야 하는지
또 묻습니다

순교 선각자들의 신심을 잇는
‘예수! 마리아!’*
이 다섯 글자에 매달려 중얼거리는데
한 계절이 지나던 어느 저녁놀
뜨거운 눈물 사이로 멀리 엠마오가 보였습니다.

 

<출처> 닐숨의 미발표 시(2023년 4월 17일 월요일)

* 어느 강연에서 인간은 종교 없이 살 수 없다는 진실을 깨닫고 번쩍 트인 눈으로 다시 성당에 갔다는 분, 또 순교 조상들이 하루에도 백 번 이백 번 ‘예수 마리아’를 불렀다는 말을 듣고, 그냥 중얼거리며 석 달 좀 지나자 눈물이 솟구쳐 울었다는 아줌마의 말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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