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하시니 자비로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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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하시니 자비로워라
  • 진용주
  • 승인 2023.04.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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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용주의 사진..그리고 적막함

비가 종일 내리더니 밤의 어느 순간에 슬그머니 그쳤다. 퇴근 전 문단속을 하다 잠깐 우리 층의 좁은 바깥공간에 나갔다. 구름이 짙지만 그래도 달이 떴다. 오늘은 음력 윤2월 16일. 일본에서는 보름 다음 날인 16일의 달을 더 예쁘다 하는 경우가 있었다 한다. 그랬겠네, 혼자 끄덕이며 동의한다. 구름에 가렸다 드러났다 하는 달 모습을 잠시 구경했다. 이 달에 경주의 탑과 능들을 보면 좋았을 텐데. 다른 빛이 없는 곳에, 어둠 속에 나란히 웅크리고 선 탑들. 거기에 달빛이 조용히 내려앉았을 텐데. 아쉬움이 깊지만 그래도 오후에 성당의 첨탑을 보았으니 그것으로 갈음한다. 첨탑과 죽죽 기세 좋게 뻗어가는 나무줄기와의 사이를 손을 뻗어 한 뼘 두 뼘 재다 왔다. 봄과 여름을 나며 이 틈은 자꾸 줄어들겠지. 참, 성당에 붙은 저 말은 오늘에서야 처음 눈에 들어왔다. 자비하시니 자비로워라. 자비하시니 자비로워라. 알 듯 모를 듯한 말인데, 입에는 잘 붙었다. 자비하시니 자비로워라. 오늘의 밑줄로 남겨둔다.

 

 

사진=진용주
사진=진용주

 

진용주 
<우리교육> 기자, 디자인하우스 단행본 편집장 등 오랫동안 기획, 편집, 교정교열, 디자인, 고스트라이팅 등 여러 방법으로 잡지와 단행본을 만들며 살았다. 책을 만드는 것만큼 글을 쓰는 일도 오래 붙잡고 지냈다. 장만옥에 대한 글을 쓰며 남에게 보이는 글의 고난을 처음 실감했다. 덴마크 루이지애나미술관에 대한 글을 쓰며 미술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글을 쓰거나 책을 만들지 않을 때 여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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