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이 절망이다
상태바
사람만이 절망이다
  • 김선주
  • 승인 2023.04.10 14: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선주 칼럼
사진출처=christies.com
사진출처=christies.com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은 것은 인간이었다. 괴물이 아니었다.
십자군이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거룩하게 포장하여 증오와 학살을 부추긴 것은 교황이었다. 예수에게서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마녀사냥으로 선량한 사람을 잔혹하게 살해한 것은 교회 사람들이었다. 이방 종교인이 아니었다. 제네바에서 자신과 다른 종교적 신념을 가졌다는 이유로 카스텔리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그를 잔혹하게 살해한 것은 종교개혁가 장 깔뱅이었다. 중세의 타락한 사제가 아니었다. 

해방 이후에 빨갱이 척결한다며 민간인에게 테러를 가하고 학살한 서북청년단은 영락교회 청년들이었다. 탈레반이 아니었다. 서북청년단을 조직한 사람은 한경직 목사였다. 그는 악마가 아니었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온갖 저질스러운 말을 배설하는 전광훈 목사에게 아멘으로 화답하고 있는 것은 교인들이다. 그들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고 있는 공범들이다. 하지만 우린 모두 예수의 죽음에 애통해하며 괴로워한다. 아닌 것처럼, 태연하게 울면서 못질을 한다. 위선은 몸집이 커질수록 더 아름답게 보인다. 그래서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는 자들의 울음소리가 더 큰 것이다.

사람만이 절망이다
바람을 등지고 선 것은
사람뿐이다, 지금이라도
바람이 오는 곳으로
얼굴을 들면
나도 꽃처럼 빛날 수 있을까?
너무 늦어버린 것은 아닐까?

-김선주 시집 <할딱고개 산적뎐> 중 ‘바람이 오는 곳으로’ 일부

 

김선주 목사
<한국교회의 일곱 가지 죄악>, <우리들의 작은 천국>, <목사 사용설명서>를 짓고, 시집 <할딱고개 산적뎐>, 단편소설 <코가 길어지는 여자>를 썼다. 전에 물한계곡교회에서 일하고, 지금은 대전에서 길위의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유튜브 강의 들어보세요.
<한상봉TV-가톨릭일꾼>

https://www.youtube.com/@tv-110

종이신문 <가톨릭일꾼>(무료) 정기구독 신청하기 
http://www.catholicworker.kr/com/kd.html

도로시데이영성센터-가톨릭일꾼 후원하기
https://v3.ngocms.co.kr/system/member_signup/join_option_select_03.html?id=hva8204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