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교회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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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교회가 되고 싶다
  • 최태선
  • 승인 2023.03.1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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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선 칼럼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내 글을 거의 20년 가까이 읽어온 분들이 몇 분 있다. 그런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그런 분들의 입장에서 내 글을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다지 새로운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내 글을 계속 읽는다는 사실이 정말 경이로울 따름이다.

내 글에는 고갱이가 있다. 반복되는 주제들이 있다는 말이다. 그 중 가장 단단하게 씹히는 것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주저 없이 교회와 공동체를 말할 것이다. 이 주제는 두 개이면서 사실은 하나이다. 내가 말하는 교회가 공동체인 교회이기 때문이다. 수도 없이 반복해서 말했지만 사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공동체가 무엇인지 모른다. 그들의 사고에는 자신들이 다니고 있는 교회가 공동체이다.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자신이 틀렸음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리고 공동체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자신이 공동체를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교회를 공동체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인정하지 않는다. 어제 번역한 부분에는 그런 분들이 보았으면 하는 문장 하나가 있었다.

"Stop Going to Church and Become the Church."

무언가 와 닿는 것이 없는가. 그렇다. 우리는 교회에 가는 것을 멈추고 교회가 되어야 한다.

티브이 채널을 돌리다가 광림교회의 설교 동영상이 나왔다. 오래 전에 직장 동료가 다니던 교회였다. 그래서 그 교회를 몇 번 가본 적이 있다. 강남의 중심가에 위치한 세련된 교회였다. 감리교 삼형제 가운데 하나였던 그 교회 목사가 세습을 한 이후에는 쓰레기처럼 여기게 된 교회이다. 화면에 나오는 아들 목사도 이젠 관록이 덕지덕지 붙었고 늙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계속해서 반복하는 단어가 있었다. 자기 교회를 성전이라고 하는 것이다.

참 답답하다. 물론 그 교회에서도 건물이 교회가 아니라 사람이 교회라는 사실에 대해 배우고 가르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건물은 성전이 되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교회가 되어야 할 그리스도인들은 자연스럽게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된다.

단어 하나가 중요하다. 그러나 가톨릭이건 개신교이건 자신들의 예배장소를 성전이라고 하고 성당이라고 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렇게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교회가 되어야 하는 자신의 정체성과 책임을 에둘러 지나친다.

콘스탄티노플에 지어졌던 성 소피아 성전은 모진 역사의 비바람을 세차게 맞은 곳이다. 동방교회의 수도였던 그곳에 지어진 이 건물은 그 지역이 이슬람에게 정복당한 후 모스크가 되었다. 이슬람은 상징적인 그 건물을 헐지 않고 그 건물 위에 이슬람 상징물들을 붙임으로써 자신들의 우월함을 과시했다. 벽화나 천정화와 같은 그리스도교 유물들은 그래서 지금까지 남아있다.

소피아 건물을 보고도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깨닫지 못한다. 건물은 정복당할 수 있다. 그러나 교회가 된 그리스도인들은 정복당하지 않는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보여준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리스도인들이 교회가 되는 일은 가장 중요한 본질이다. 그러나 건물을 성전이라고 하는 순간 그 일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하고 그리스도인들은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된다.

“예수께서 그의 사도들(그리고 우리)을 보내어 제자를 삼으라고 보내신 그 제자는 어떤 종류의 공동체가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 그것은 일상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서로를 섬기고 사랑하고 바로잡고 용서하는 삶이어야 할 것이고, 그런 일이 일어나는 곳에서 우리의 진정한 자아는 서로에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우리가 그리스도의 충만하신 경지와 성품에 이르기까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이다.”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아니라 교회가 되기 위한 오직 유일한 방법은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제자가 되는 길은 오직 공동체 안에서만 가능하다. 오늘날 평생을 교회에 다녀도 그리스도인들이 변하지 않는 것은 그들이 교회가 될 수 없는 곳을 다니면서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공동체는 어떤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것이 아니다. 예수의 제자들은 반드시 공동체를 이룬다. 그것이 예수의 제자들의 사회이며 그 사회가 바로 하느님 나라가 된다. 하느님 나라 안에서 예수의 제자들은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의 의를 구하는 하느님 백성으로 빚어진다.

공동체에서 예수의 제자들은 일상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서로를 섬기고 사랑하고 바로잡고 용서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렇게 사는 동안 진정한 자아가 서로에게 드러나고 진정한 자아가 그렇게 드러날 때 그리스도인들의 관계여야 할 자매와 형제의 관계가 형성된다. 그렇게 자매와 형제로서 살아갈 때 예수의 제자들은 그곳에서 그리스도의 충만하신 경지와 성품에 이르기까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너무도 기본적이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현실 속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다른 방법은 없다. 오직 공동체 속에서만 제자 양육이 가능하고 예수의 제자만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공동체 속에서 우리는 성숙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자아가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도 성숙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의 성숙은 드러난 자아가 부끄럽지 않은 곳에서만 그리스도의 충만하신 경지에 이를 수 있고, 그것이 성품으로 드러나게 된다.

“교회의 주된 사명은 이런 사랑스럽고, 친밀하며, 희생적이고, 다양성과 섬김이 일치의 방식이 되는 그리스도의 몸이 되는 것이다.”

짧지만 너무도 울림이 있는 내용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몸으로 만나야 한다. 나는 정말 사람들을 같은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로서 만나고 싶다. 물론 지역적인 가까움은 대단히 중요하다. 공동체란 같은 곳에서 사는 것이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그리스도인의 만남은 그런 지역의 의미도 능가할 수 있다. 사실 지역뿐만 아니라 시간도 능히 극복할 수 있다. 그리스도께서 진리이시기 때문이다.

나는 어제 내가 번역한 부분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Stop Going to Church and (stop to) Become the Church.

문장 중간에 stop to를 삽입하고 싶다. 우리가 교회가 되려면 우리는 반드시 멈추어야 한다. 물론 교회에 가는 것을 멈추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교회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우리가 교회가 되려 한다고 우리가 교회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먼저 공동체가 되어야 하지 않는가. 우리가 반드시 멈추어야 하는 이유이다.

나는 정말 교회가 되고 싶다!!!

 

최태선
하느님 나라의 시선으로 살아가는 
55년생 개신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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