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보다는 신부가 좋고 신부보다는 수사가 좋다는데... 그마저 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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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보다는 신부가 좋고 신부보다는 수사가 좋다는데... 그마저 버린 
  • 서영남
  • 승인 2023.03.1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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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영남
사진=서영남

23년 전인 2000년 어느 날 정들었던 수도원을 나와 인천에서 골목길을 헤매고 있을 때 신현수 선생께서 시를 한 편 지으셨습니다. 

서영남 수사님이 수사직을 버렸다는 얘기를 듣고, 

정원이 무척 아름다운 
마치 도심 속의 공원 같은
만수동 복자수도원에서 나와  수도원을 나와 
송현동 수도국산 밑 낡은 십 몇 평 짜리 아파트를 얻어 
이제 재소자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듣고, 
앞으로 무슨 돈으로 무얼 먹고 살아가려고 
전국의 재소자는 무슨 돈으로 도우려고 
수사까지 내팽개치셨나. 
참으로 걱정이 안 되는 게 아닌데 
정작 본인은 아무런 걱정도 없으니 
하기야 서영남 수사님은 
밥하기와 빨래에 
김치 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불 꿰매기, 이불 누비기 
심지어 그는 옷도 만들 줄 알아 
여러 사람에게 여러 벌의 옷을 만들어 준 적이 있는데 
그는 이미 혼자 살아가기 위한 모든 일을 할 줄 아는데. 
옛날에 
목사보다는 신부가 좋고 신부보다는 수사가 좋다는 
외로운 사람일수록 진실하다는 
시를 쓴 적이 있지만 
그 수사마저 팽개친 서영남 수사님 얘기를 들으니 
이제 뭐라고 시를 써야하나 
수사보다는 그것마저 그만둔 수사가 더 좋다고 해야하나 
수사를 완전히 그만 두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해야하나
나는 아직 선생까지 그만 둘 생각은 없노라고 말해야하나 
서영남 수사님이 수사직을 버렸다는 얘기를 듣고 
참으로 난감하다.

-신현수 시-

처음에는 출소했는데 갈 곳 없는 형제들과 어울려서 조그만 집을 마련해서 밥을 해 주다가 2003년에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했습니다. 가난한 사람을 돕는 데는 가난하게 도우면 됩니다. 사마리아 사람이 강도 당한 사람을 돕는 것처럼 하면 됩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열면서 네 가지만은 꼭 지키기로 했습니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다. 기부금을 얻기 위한 프로그램을 하지 않는다. 생색내면서 주는 돈은 받지 않는다. 조직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로지 하느님의 섭리에 의지하면서 착한 사람들이 나눠주는 도움으로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진땀이 났습니다. 운영비를 마련할 길이 없습니다. 세상물정 몰랐습니다. 쌀은 떨어지고 반찬거리로 콩나물 한 줌 사는 것도 빠듯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작은 도움이 끝도 없이 이어졌습니다. 희한합니다. 하느님의 대사들인 가난한 사람들과 사는 것은 참 쉽습니다. 돈도 많이 들지 않습니다. 거창한 것은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따뜻한 마음만 담아서 밥 한 그릇 대접하면 됩니다.

우리 손님은 밥과 국 그리고 반찬 한두 가지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합니다. 거기에다 달걀프라이 하나 얹어드리면 세상을 다 얻은 것 마냥 좋아합니다. 거기에다 꼴찌를 첫째로 대접해주면 거기서부터 모든 일들이 술술 풀립니다.

하느님의 대사들이 바로 민들레국수집 손님들입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우리 손님들을 발가락의 때처럼 여깁니다. 며칠 전에 새 손님이 왔습니다. 호00 씨입니다. 나이는 56세입니다. 고향은 당진이고, 매형과 동업으로 선반 밀링 일을 하다가 말아먹고는 10여 년 전에 이혼하고 꽃게잡이 배를 두 달 타다가 다쳐서 겨우 육지에 내려서 도망쳤습니다. 그때부터 노숙을 했습니다. 월미도에서 노숙하다가 동인천역 근처로 옮겼습니다. 내동교회 근처의 지하도에서 밤을 지내고 있습니다. 조금씩 친해지기로 했습니다. 담배 한 갑 선물했습니다. 

 

서영남 베드로
민들레국수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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