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과 이단, "나는 신이다"를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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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봇과 이단, "나는 신이다"를 보고서
  • 김선주
  • 승인 2023.03.0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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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칼럼

정통과 이단의 경계는 어디인가? 과학의 시대에 인간의 이성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인간은 다른 종에 비해 절대적으로 우월한 존재인가? AI는 진실을 말하는가?

넷플릭스의 다큐 <나는 신이다>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었다. 정명석, 유병언, 김기순, 이재록 순으로 방영된 한국의 기독교계 사이비 교주들의 행태는 이미 알려진 바였다. 하지만 다큐에 등장하는 사이비 종파의 내부 영상을 보고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정통 교단이라고 자처하는 기성 교단들과 이들의 경계 찾기가 쉬워 보이진 않았다. 권력화와 돈, 섹스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기성 교단 안에서도 나타나는 문제다. 신도들을 가스라이팅하는 것 역시 정통 교리라는 명분만 다르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다큐에서 문선명과 이만희는 왜 다루지 않는가. 정치권력과의 커넥션 때문이다. 문선명은 박정희, 루즈벨트, 기시노부스케, 장제스로 이어지는 냉전시대의 반공전선에 가담하여 정치 권력의 뒷배를 얻었다. 그리고 이만희는 박근혜와 윤석열로 이어지는 정치라인을 잡았다. 구원파 유병언은 정치 라인을 탔지만 세월호 사건 때 자살당한 것으로 보인다. 살아남은 이단들은 정치권력과의 공생관계를 통해 세력을 확장하며 더욱 성장한다. 문선명과 이만희가 아직까지 거론되지 않는 이유다.

이런 정치권력과의 커넥션으로 공생하며 성장한 것은 정통교단의 전통적인 방식이다. 미국 선교사들은 ‘선교사업’을 위해 총독부와의 민감한 정치적 대립각을 피해갔다. 일제와 공생 협력하는 관계였다. 하지만 그것은 일제 강점기로 끝나지 않고 해방 후로 이어졌다. 교회는 권력을 잡은 친일 반공 보수세력과 공생관계를 통해 교회를 안정화시키고 성장시키는 동력을 얻었다. 오래 살아남으며 성장한 이단종파들은 정통이라 자처하는 기성교단의 이러한 과정을 학습한 것이다.

이단에 빠진 사람들은 모자란 사람들인가? 그렇지 않다.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이다. 그러면 정통 교단에 속한, 세습과 공금유용, 성추문 등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대형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정통 기독교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무엇이 정통이고 무엇이 이단인가, 이단과 정통의 경계선은 어디인가. 그 선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게 정통 교단이라 자처하는 사람들의 역할이고, 그것은 곧 그들의 힘이다.

그러면 우리 안에 이단성이 없는가? 그 이단성의 출발점은 어디인가? 이런 고민을 하다가 챗봇(chat gpt)를 검색해 보았다. 내가 쓴 두 권의 책 <한국 교회 일곱 가지 죄악>과 <우리집 고양이는 예수를 믿지 않는다>에 대해 알려달라고 하자 AI는 거짓말을 한다. 질문한 것에 대한 데이터가 없으면 ‘정보가 없어서 원하는 답을 할 수 없습니다’로 답하는 게 질문자가 원하는 기댓값이다. 하지만 AI는 내가 질문한 책의 제목에서 중요한 단어를 택하고 그 내용을 억지로 추론하여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 AI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AI는 진실에 관심이 없다. 자기에게 주어진 데이터 안에서 추론할 뿐이다. 이것은 AI의 지능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오류다. 그런데 이런 지능의 오류는 인간 지능의 오류와 일치한다. 인간은 AI와 다르게 진실을 추구한다. 하지만 진실보다 추론을 통해 자기만이 진실을 알고 있다고 주장할 때 진실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것에 쉽게 빠져든다. 이것이 인간 지성의 한계다. 물론 물리적 현상 너머에 있는 초월적 세계에 대한 종교적 감성을 터부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진실을 아는 힘으로부터 멀어질 때 잘못된 교시(敎示)를 맹목으로 따르게 된다. 이단이 영원히 사라질 수 없는 이유는 인간의 지성이 가진 오류 때문이다.

이단 교주와 AI(chat gpt)의 공통점이 있다. 자기만이 진실을 말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확신은 점점 권력으로 발전한다. 따르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chat gpt가 오픈한지 두 달 만에 100만 신도를 거느리게 됐다. 사람들이 열광한다. SNS에서 chat gpt 얘기들로 붐빈다. chat gpt는 우리 시대 가장 강력한 이단이 될 위험성이 있다.

이단에 빠지지 않으려면 답을 구하지 말고 질문을 구해야 한다.

 

김선주 목사
<한국교회의 일곱 가지 죄악>, <우리들의 작은 천국>, <목사 사용설명서>를 짓고, 시집 <할딱고개 산적뎐>, 단편소설 <코가 길어지는 여자>를 썼다. 전에 물한계곡교회에서 일하고, 지금은 대전에서 길위의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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