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근이 엄마 하느님은 괜찮은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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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근이 엄마 하느님은 괜찮은 하느님
  • 장진희
  • 승인 2022.12.26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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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살려낸 것들 - 진도에서: 행복을 만드는 사람
사진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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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입니다. 아이들과 체험학습을 가기로 합니다. 그냥 ‘놀러 가자’ 하면 좋을 걸 굳이 무슨 명분을 걸고, ‘노는 게 아니라 배우러 간다’ 해야 부모님들이 허락할 것 같아 그렇게 이름 붙인 것입니다. 배우러 간다고 했다가 노는 것보다, 놀러 간다고 했다가 알게 모르게 저절로 배우는 것이 아이들에게 훨씬 자유롭고 신나고 약이 될 텐데 꼭 그렇게 ‘뭘 합네’ 해야만 하는 것인지.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시냇가, 우물가, 부뚜막, 가마솥...... 이런 것과 함께 ‘조상들의 삶의 모습은 어땠을까?’ 하는 단원이 나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아이들에게 그런 것들이 그대로 살아 있는 집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강남이와 동생 길도, 장미와 또 다른 다문화가족 아이들인 진하와 승희, 이렇게 다섯 명을 태우고 가자니 고물 트럭은 자리가 셋뿐입니다. 마침 서울에서 잘나가는 횟집을 후배에게 물려주고 진도에 자리를 잡으려고 우리 집에 와 있는 윤철 씨 차가 9인승입니다.

집 앞에 냇물이 흐르고 우물이 있고 구들방과 아궁이와 정재와 가마솥이 그대로 살아 있는, 지은 지 이백년이 넘은 흙집으로 견학을 간다 하니 윤철 씨도 견학을 하고 싶답니다. 윤철 씨에게 운전을 부탁합니다.

고기 말리는 일을 하려 하는 윤철 씨는 엊그제 자신이 바라던 딱 그런 집을 얻었습니다. 고깃배 들어오는 항구와 가까운, 뒷산이 옴팍지게 감싸주고 안산이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마을에, 마당이 넓고 나무가 많고 아늑하면서도 앞이 탁 트인 참 좋은 자리의 좋은 집을 공짜로 얻어 살게 된 것입니다.

승희, 진하, 윤철 씨와 함께 강남이네 동네에 닿았습니다. 강남이네 집 마당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는데 강남이 엄마인 로즈 메리가 “선생님!” 하고 부릅니다. 강남이 엄마도 나에게 한글을 배웠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입니다.

“선생님! 저도 같이 가도 되죠?”
“그럼요! 어서 옷 갈아입고 마을회관 앞으로 나오세요.”

다섯 아이 손을 잡고 마을길을 걸어 나옵니다. 겨울 날씨답지 않게 햇살도 푸근합니다.
또 누군가 “선생님!” 하고 부릅니다. 영근이 엄마입니다.

강남이네 집에 오는 날 한 마을 사는 영근이도 아무 대가 없이 가르쳐주었다고 그런지, 마을에 내가 나타나면 멀리서도 “선생니임!” 하고 부르며 달려오곤 합니다. 그리고 이 마을에 언제언제 오는지 묻고 그날을 기다리는 눈치입니다.

“선생님! 어디 가시요? 애들 데리고.”
“애들 데리고 놀러 가요. 영근이는 어디 갔어요?”
“영근이는 교회 공부방에 갔어라우.”

영근이 엄마가 하도 경우 없이 굴어서 영근이가 교회 공부방에서 쫓겨났다고 하더니, 초등학교 5학년인데도 아직 한글도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하는 영근이가 도로 공부방에 다니게 된 모양입니다.

“잘 됐네요.”
“선생님! 저도 같이 가요.”
“아! 좋죠!”

대답부터 해놓고 아, 참! 그제서야 애들에게 묻습니다.

“애들아! 영근이 엄마랑 같이 갈까?”
“예에~~!"
“같이 가요!”

역시 아이들 마음은 천심(天心)입니다. 함께할 수 있으면 그저 좋은 것입니다.

아무리 따듯하다고 해도 그래도 겨울인데 목이 썰렁하게 드러난, 헐한 옷차림 그대로 영근이 엄마가 따라 나섭니다. 앞니 하나가 빠진 이빨을 내놓고 웃고 있는 모양새를 보니 세수는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고 머리는 까치가 와서 집으로 삼아도 될 정도입니다. 그래도 웃는 모습이 천진하기 짝이 없이 예쁩니다.

영근이 엄마가 두 손으로 내 어깨를 잡고 몸을 붙이며 말합니다.

“히이, 울 하느님이 선생님 보내줬당께!”

칭찬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나는 “히힛!” 하고 웃습니다.

하느님 어쩌고 하는 것을 보니 영근이 엄마도 교회에 다니나 봅니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말끝마다 교회 안 나오면 지옥 간다고 협박인데 영근이 엄마는 그런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좋은 순간에 하느님을 들먹이는 걸 보니 영근이 엄마 하느님은 괜찮은 하느님 같습니다.

하느님이 되었든 부처님이 되었든 천지신명이 되었든 탱그리가 되었든, 또 자신이 알건 모르건 사람들 마음속에 모두 그런 존재가 들어차 있을 텐데 유독 교회 다니는 사람들만 자기들 식으로 자기들 조직에 들어오지 않으면 다른 사람은 하느님을 모른다 하니 영 입맛이 씁니다.

아무튼 영근이 엄마 하느님이 나를 영근이 엄마한테 보냈다 하니 좋은 일입니다. 오늘 나한테는 영근이 엄마 자체가 선물입니다. 강남 아빠는 영근이 엄마가 뭘 받고도 답례를 할 줄 모르는, 순 경우 없는 사람이라고 싫어하지만 세상에 이렇게 아무런 의심 없이 그냥 받고, 아무런 계산 없이 그야말로 ‘가난한 마음’으로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선물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경우 바른 사람들은 선생님이 애들 데리고 체험학습 가는데 따라나서는 영근이 엄마를 ‘속없다’ 할지 모르지만, 참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애들이 다섯이 아니라 여섯이 된 것 같습니다. 나도 영근이 엄마 손을 꼭 잡습니다.

‘우물과 텃밭이 있는 토담집’에 아이들을 풀어놓으니 온 동네가 노는 아이들 소리로 가득 찹니다. 햇살 좋은 겨울날 해바라기 하러 나온 마을 할머니들이 벙글벙글 건너다봅니다.

아이들은 정재 한켠에 쌓여 있는 검불이며 장작을 가져다 아궁이에 불을 붙이고는 연기 때문에 콜록거리며 도망 나옵니다. 마당에 있는 우물에서, 언젠가 내가 갖다 매달아 놓은 두레박으로 아이들이 물을 퍼냅니다. 서로 먼저 하려고 싸우다 ‘가위, 바위, 보’로 차례를 정합니다. 강남이 엄마와 영근이 엄마도 해보고 싶어 차례를 기다립니다. 풀어놓은 망아지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강남이가 먼저 냇물로 내려갑니다.

“우와! 물고기 있다!”

아이들이 시냇가로 우루루 몰립니다.

“야아! 올챙이다.”

진하가 아는 체를 합니다.

“개구리는 겨울잠을 자는데? 송사리야.”

영리한 길도가 말합니다.

뭐든 배우기를 좋아하는 강남이 엄마, 로즈 메리가 묻습니다.

“겨울잠? 선생님, 겨울잠이 뭐예요?”
“어떤 동물들은 추운 겨울에 숨어서 잠만 자요.”

따뜻한 나라 필리핀에서 시집 온 로즈 메리는 신기한 듯 계속 묻습니다.

“어떤 동물들이요?”
“새끼 개구리를 올챙이라 하는데요, 개구리, 곰, 뱀.......”
“어디서 자요?”

민물보다 바닷물이 많은 곳에 살아서인지 승희가 나서서 엉뚱하게 말합니다.

“물에서 사니까...... 바다에서 잠 자나?”
“에이, 개구리는 바닷가에서 못 살 걸? 방죽이나 저수지 이런 데서 살잖아?”
“뱀은 어디에서 자요?”
“선생님이 보니까 뱀은 바위틈 그런 데서 자는 것 같더라?”

진하도 끼어듭니다.

“울 엄마 나라 필리핀은 겨울이 없는데.”
“선생님, 선생님! 옛날 사람들은 여기서 빨래했어요? 세탁기가 없었어요?”

한참 재잘대는데 ‘악!’ 하고 놀라는 소리가 들립니다. 몸놀림이 조금씩 엇갈리는 장애가 있는 강남이가 그새 시냇물에 한 발을 빠뜨린 것입니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릅니다.

“야아! 발 시려운데 신발이 다 젖었잖아아!”

신발과 양말을 벗겨 발을 닦아주고는 급한 대로 내 양말 한 짝을 신기려는데 강남이가 싫다 합니다. 살짝 웃으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강남이 엄마가 양말 한 짝을 벗어 강남이에게 신겨줍니다. 강남이 양말이 짝짝이가 되었습니다.

그 다음은 이 마을 뒷산인 지력산(智力山)에 갈 차례입니다.

임도(林道, 임업도로)따라 차로 산에 오릅니다. 산불에 대비해서 혹은 산림 관리를 위해 만들어놓은 길이라지만 사실은 사람들이 함부로 산에 드나들어 온갖 것을 캐가는 바람에 산이 몸살 나게 만드는 임도, 오늘은 우리도 잠깐 그 덕을 봐야겠습니다.

“우와아!”
“야아! 금강산 같다야.”
아이들 입에서 탄성이 쏟아집니다.
“야! 니가 금강산 가봤냐?”
“통일 되믄 가야제.”
“설악산! 그래, 설악산 같다아.”

규모도 작고 높지는 않지만 그 깊이와 웅장함이 아닌 게 아니라 금강산이나 설악산을 떠오르게 하는 산입니다. 깎아지른 거대한 바위 봉우리며 바위 틈에서 아름다운 자태로 푸르게 자라고 있는 소나무며....... 언젠가 가을에 왔더니 바위산이 수를 놓은 듯 단풍이 곱게 물들어 깊고 신비로운 모습을 간직한 산. 열두 폭 병풍에 그려진 그림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입니다. 발 아래 산 밑으로는 산에서 내리는 물을 담은 저수지가 산 그림자를 비치고 있습니다. 윤철 씨도 놀랍니다.

“축구 선수 허정무가 군대에 갔을 때, 진도 섬에서 왔다니까 축구공 차면 바다에 빠지지 않느냐고 묻더라더니...... 진도가 아무리 큰 섬이라고 이렇게 절경인 산이 있을 줄은 또 몰랐네요.”

영근이 엄마도 한마디 합니다.

“선생님, 겁나게 좋소잉. 나는 첨 와 보요. 아따! 행복해부네.”

차에서 내려 계곡이 내려다보는 산꼭대기 너럭바위 위에 앉습니다. 강남이 엄마가 준비해온 과자를 내려놓습니다. 어른들은 저마다 말없이 천지기운을 만나고 있고, 아이들은 과자를 먹다 말고 천방지축 뛰어다닙니다.

우거진 대나무 숲을 헤치며 계곡으로 내려갑니다. 어른들이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하나씩 맡습니다. 윤철 씨는 강남이를 업습니다. 길도는 동생 장미 손을 잡고, 강남이 엄마는 좀더 찬찬한 여자애들인 진하와 승희 손을 잡습니다.

겨울이라 물이 많지는 않지만 쏟아지는 폭포 밑으로 둥글고 깊게 패인 못이 있습니다. 나도 다람쥐처럼 뛰어다닙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선생님! 조심하세요!"

소리칩니다.

윤철 씨가 놀라며 말합니다.

“세상에나! 크지도 않은 산 꼭대기인데 어떻게 이렇게 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대요?”
“저기 저 자리에 절이 있었대. 물이 있으니 사람이 살 수 있어서 절을 지었겠지.”

모르는 새 아이들 마음에 호연지기(浩然之氣)가 가득 들어차길 빌며 산을 내려옵니다. 강남이 엄마는 차 안에서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일일이 뭘 먹을 것인지 묻더니 핸드폰으로 ‘복음반점’에 전화를 합니다.

“짜장면 일곱 그릇하고, 볶음밥 두 그릇 준비해 주세요. 지금 가요.”

그러고 보니 일행이 모두 아홉입니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강남이 엄마가 한 턱 내는 것입니다.

“윤철 씨! 아까 폭포 위에 절이 있었다고 했잖아?”
“예! 왜요?”
“그 절이 왜 없어졌는지 알아?”
“왜 그랬는데요?”
“옛날에 그 절에 스님 한 분이 있었는데......”

영민한 강남이 엄마가 자그마한 소리로 발음해봅니다.

“시님...”
“예! 강남이 엄마! 스, 님, 이요. 절 알잖아요? 교회 말고 절이요. 절에서 사는 교회 목사님 같은 분이 스님이에요. 중! 중이라고도 해요.”
“중, 스님.......”
“옛날에 그 스님이 지력산 꼭대기에 올라 서쪽 바다를 내려다보는 것을 참 좋아했대요. 지금 신안의 섬들...... 윤철 씨! 김대중 대통령 태어난 하의도 있잖아? 하의, 장산, 비금, 도초...... 그 신안 섬들과 진도 서쪽 유인도, 무인도 섬들이 여기서 다 내려다보이거든. 아무튼, 그 스님이 하루는 저 산에서 서쪽 바다를 내려다보는데 그날따라 노을이 기가 막히더래. 그 광경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스님은 그만 바다를 향해 몸을 날리고 말았대. 그래서 스님 몸이 떨어진 곳은 불도(佛島), 가사가 떨어진 곳은 가사도(袈裟島), 스님 손가락이 떠 있는 곳은 손가락 섬, 발가락이 떠 있는 곳은 발가락 섬...... 이렇게 되었대.”
“지금도 그렇게 불러요?”
“응! 진도 서쪽 섬들 이름이야. 가사도는 사람이 꽤 많이 사는 섬이고 불도는 해안단층이 기가 막히게 아름다워, 가끔 거기 해안 바위 위에서 진도북춤 공연 같은 것도 열고 하더라고. 손가락 섬, 발가락 섬은 진도 관광 안내 책자에 단골로 나오고.”
“선생님. 그런 이야기, 옛날 이야기예요?”

강남이 엄마가 묻습니다. 대답은 아들 길도가 해줍니다.

“응, 엄마! 옛날 이야기. 신화, 그런 거야.”
“응, 길도야! 그런 건 전설이라고 해. 신화, 전설, 민담, 설화...... 다 옛날 이야기 맞어. 비슷비슷해.”
“전설?”
“응! 여기 그 자리도 있고 섬들 이름도 남아 있고 그러잖아? 그런 옛날 이야기는 전설이라고 해.”

강남이 엄마도 다시 한번 따라합니다.

“전, 설...... 재밌어요.”
“선생님! 선생님! 저도 옛날 이야기 알아요.”

재잘대기 좋아하는 승희가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재잘재잘재잘......

‘복음반점’입니다. 다 먹지도 못 할 거면서 아이들은 서로 더 먹겠다고 욕심을 냅니다. 나와 윤철 씨는 강남이와 길도 짜장면 그릇에 짜장면을 덜어 줍니다. 아이들 입가가 금새 새까매집니다. 결국 아이들이 짜장면을 남깁니다. 나와 윤철 씨가 도로 아이들이 남긴 짜장면을 갖다 먹습니다. 처음 덜어준 짜장면보다 더 많습니다.

승희와 진하는 엄마가 쥐어준 천 원짜리 몇 장을 로즈 메리 아줌마에게 줍니다. 로즈 메리 아줌마는 돈을 도로 승희 주머니에 넣어줍니다. 영근이 엄마도 얼굴에 짜장면을 묻혀 가며 잘 먹습니다. 강남이 엄마가 아직 숟가락이 닿지 않은 쪽 볶음밥을 덜어 영근이 엄마 그릇에 담아줍니다. 영근이 엄마가 씨익 웃습니다.

강남이 동네에다 아이들과 어른들을 내려주고 승희네 집에도 데려다 주고 윤철 씨가 살 마을로 향합니다. 내가 인사를 챙깁니다.

“윤철 씨! 오늘 고생 많았네. 고마워.”
“아이고, 고생은요! 참말로 오랜만에 행복한 날이었는데요.”

엊그제 우리 마을 초등학교 분교에서 해괴망측한 일이 있었습니다. 교대를 갓 졸업한 젊은 남자 선생님이 부모가 장애인이고 공부도 잘 못하고 말썽만 잘 피우는 초등학교 삼학년 남자 아이 하나를 상습적으로 폭행해온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에게도 워낙 깍듯이 대하고 학교에서 열리는 어버이날 행사 같은 데서도 활발하게 아이들과 잘 어울려서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들도 그 선생님에 대해 나쁘게 얘기하지 않아서 그 아이 얼굴이 시퍼렇게 멍들어 오거나 두개골이 함몰되어 병원에 갔을 때도 설마 그 선생님이 그랬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장애인복지회 사람이 아이를 설득해서 겨우 진실을 알아냈는데, 선생님은 아이를 컴퓨터실에 혼자 데려다 때려 놓고는 머리에서 피가 나거나 몸에 피멍이 생기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협박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사실을 알고 마을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마을 학부모들이 학교로 찾아가고, 본교 교장이란 작자는 와서 “아무 일도 아니니 조용조용 일을 마무리하자”고 하고, 열 받은 학부모들이 교육청에 가서 항의를 했더니 구성원도 끼리끼리고 이름도 억울하게 ‘분쟁’ 자를 넣은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결국 아이 부모가 경찰에 고발하는 형식을 취하고 나서야 그 아이가 공포의 선생님 얼굴을 다시는 보지 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선생님이 자격 박탈이 된 것 같지는 않은데, 다른 학교에 갔을 때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을지 그것이 걱정입니다.

두 학년씩 묶어서 합반 해도 겨우 대여섯 명 아이들을, 그것도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 좋고 물 좋은 마을의 학교에서 참으로 행복하고 보람차게 가르칠 수 있을 것인데, 도시 학교에 비하면 정말로 아이들과 천국에서 노는 듯 생활할 수 있을 텐데, 도대체 공부가 뭐라고 공부 못한다고 아이를 그 지경을 만들어 놓다니! 그놈의 도시가 뭐라고 도시로 가지 못하고 시골 벽지로 발령 났다고 그렇게도 자기 인생을 푸대접하고 아이들을 함부로 대하다니!

폐교 위기를 겨우겨우 면해온 분교였는데, 이 일로 마을 학부모들이 좀 더 큰 학교에서는 이런 일은 없을 거라고 본교로 합하자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노는 아이들 소리가 떠난 텅 빈 학교, 그전에도 그런 마을에서 살아본 적이 있어서 압니다. 그 마을 사람들이 분교를 폐교시킨 것을 두고두고 얼마나 후회했는지도 압니다. 학교를 바라보면 벌써부터 겁이 납니다.

우리나라는 교대를 나와야 초등학교 선생님이 됩니다. 요즘 교대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피나는 경쟁을 뚫고 들어가는 곳입니다. 그리고 고시공부를 해서 임용고시에 붙어야 선생님이 될 수 있습니다. 선생 자신이 그렇게 한눈 한번 팔지 않고 공부만 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에, 그래서 죽어라고 공부만 했기 때문에 공부 못하고 말썽 부리는 아이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공부 못하는 사람도 선생님이 되는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물론 사람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렇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공부만 하다 보니 선생님 자신이 행복할 리 없습니다. 자신이 행복을 모르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는 없습니다. 불행의 대물림입니다.

오늘은 정말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강남이, 길도, 장미, 승희, 진하, 강남이 엄마, 영근이 엄마, 윤철 씨, 나, 모두 함께 행복을 만든 하루였습니다. 아이들이 커서 이렇게 행복을 만들며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자신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돈이나 명예나 힘이나 지위나 그런 것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 사이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장진희
돈 안 벌고 안 쓰고 안 움직이고
땅에서 줏어먹고 살고 싶은 사람.
세상에 떠밀려 길 위에 나섰다.
장터로 마을회관으로.
무주에서 진도, 지금은 곡성 죽곡 보성강변 마을에서 살고 있다.

유튜브 강의/한상봉TV-가톨릭일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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