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관심사: 교회 보다 그리스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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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관심사: 교회 보다 그리스도인
  • 최태선
  • 승인 2022.12.1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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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선 칼럼
사진출처=flickr.com
사진출처=flickr.com

교회는 그동안의 나의 주된 관심사였다. 그러나 나의 최근 관심사는 미묘하게 변화되었다. 교회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인이 나의 주된 관심사가 된 것이다. 교회가 교회가 되려면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인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교회를 변화시켜도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교회가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이란 것은 변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둘은 따로 둘이 아니라 하나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닭과 계란의 관계와 달리 어느 것이 먼저냐를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이 먼저다.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인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교회가 하느님 나라의 통치강령을 준수하고 강조하여도 그것은 헛된 일이 되고 만다.

그런데 이것이 교리와 미묘하게 상치하게 만든다. 그리스도인을 강조하는 것은 교리를 어느 정도 부인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사실 권력이 되어버린 그리스도교에서 그리스도인 됨은 간과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스도교 국가에서 태어나는 것이 그리스도인이 되는 가장 넓은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리스도교 국가에서 태어난 사람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스도인의 그리스도인 됨을 현저하게 약화시키거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리스도교 국가에서 태어나 그리스도인이 된 사람은 그리스도교 문화에 익숙해지는 것이지 예수의 제자로 양육되는 것이 아니었다. 결국 제자가 되지 못한 그리스도인들의 교회란 하느님 나라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게 된다.

그리스도교 역사 속에서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은 그것을 발견했다. 그런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인 됨, 즉 예수의 제자로서의 삶을 추구하고 실천했다. 그러나 그런 그리스도인들은 권력화 된 그리스도교 안의 사람들에 의해 심각한 제재를 받거나 박해를 받았다. 종교재판의 희생물이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잘 생각을 해보라. 누가 진짜 그리스도인인가.

사람들은 의심하지 않고 권세가 된(정통 혹은 제도권) 그리스도교 안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을 그리스도인이라 확신한다. 나는 그것을 반대로 부인하는 것이다. 오늘날 그리스도교 안에서는 여간해서는 그리스도인이 되기 어렵다. 설사 그리스도인이 된다고 해도 오늘날 그리스도교 안에서 예수의 제자로 살아갈 수 없다. 그가 누구이건 그는 이단아로 몰려 그리스도교 안에서 쫓겨난다.

그러므로 가톨릭이건, 개신교이건 그 안에서 파문을 당하거나, 스스로 물러난 사람들에게서 참 그리스도인 됨을 확인하게 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물론 이제 나는 그렇게 소수가 되어 주류 그리스도교의 박해를 받거나 이단의 혐의를 짊어진 채로 참된 그리스도인(남은 자)으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들을 발견했다. 그래서 끊임없이 그들을 소개하는 것을 내가 하는 일 가운데 하나로 삼았지만 여전히 주류에 속한 그리스도인들은 그런 그들에게 주목하지 않거나 주목을 하더라도 그것이 무슨 대수냐는 생각을 한다.

그것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근본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의심을 제기하거나 자신이 속해 있는 권력화 된 그리스도교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는 않는다. 자신이 속한 그리스도교 안에서 무언가 타협점을 찾으려고 망설이는 동안 결국 어렵게 발견한 기회는 소멸되고 만다.

그런 사람들을 견인하는 것이 바로 그들이 교육받은 교리다. 교리는 성서를 기반으로 하고, 권세가 된 그리스도교의 가장 중요한 통치의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교리는 결코 완벽한 진리가 될 수 없는 인간의 작품이다.

“너무 의롭게 살지도 말고,
너무 슬기롭게 살지도 말아라”(코헬 7,16)

나는 이 말씀을 교리를 신봉하지 말라는 말씀으로 이해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너무”라는 단어이다. “너무”라는 단어는 절대성을 부여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오늘날 그리스도교의 교리는 너무도 확고하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들을 판단하는 잣대(cannon)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월권이고 그것이 바로 “너무”가 의미하는 것이다.

“아직도 과학을 신봉하는 자들이 죽어서 장사지낸바 된 사람이 부활해서 살아있다는 상상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것은 사람이 벗어버릴 수 있는 어떤 것, 육체를 잃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 변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는 무엇으로 여기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백성의 모든 경험은 이러한 관점과 일치하며, 하느님의 나라의 씨앗을 발견하는 것은 전적으로 교리가 아니라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입니다. 교리는 경험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경험은 교리로 이어지며, 좋든 싫든 우리가 하느님의 나라를 찾기 위해서는 경험으로 돌아가야 합니다.”(블룸하르트, <더 이상 하늘에 계시지 마시고>, 버나드엘러 편집, 화의우 옮김, 대장간. p.51-52)

블룸하르트는 내가 하느님 나라 관점을 가지고 복음과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해준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그가 위 내용에서 말하는 것은 과학을 신봉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복음에는 과학으로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가리킬 따름이다. 복음은 과학으로 입증될 수 없는 부분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과학에 절대성을 부여하는 순간 인간은 위의 인용한 코헬렛의 “너무”에 해당하는 것이 된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경험의 중요성이다. 그가 말하는 경험이란 복음대로 사는 삶이며 내가 강조하는 일상의 삶으로서의 “아비투스”이다. 물론 내가 지금 말하는 아비투스는 그리스도인의 반사적 행동을 총 망라한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살아 그것이 그 사람의 반사적 행동으로 드러나야 한다.

그런 그리스도인들의 아비투스가 그들의 문화, 즉 교회의 문화가 될 때 교회는 참 교회가 된다.

결국 이 사실이 교리와 상충한다. 하느님의 은총을 너무 강조하기 위해, 권력화 된 그리스도교의 교리는 인간의 행위를 전적으로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인간의 행위는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사랑은 상호적이다. 하느님의 사랑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랑 역시 동일하게 중요하다. 하느님의 사랑과 인간의 사랑이 만나 창조를 완성한다. 그러나 교리는 인간의 행위를 무의미하게 만듦으로써 근본적으로 창조(하느님의 사랑의 대상으로서의 인간 창조와 그와 연관된 피조물들의 창조회복)를 완성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내가 그리스도인의 그리스도인 됨을 강조하게 된 것은 교회의 교회 됨의 일환이 아니라 그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인이 되지 않는다면 예수님이 원하셨던 사랑의(혹은 성령) 공동체로서의 교회는 불가능하다. 모두가 평등한 하느님 나라인 교회를 상상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방식, 곧 그리스도인의 행위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그리스도인들의 삶이 변해야 한다. 그것은 무의미한 구원을 위한 노력(행위 구원)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사랑의 반응임과 동시에 온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경륜에 참여하는 것이다.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가시나무에서 어떻게 포도를 거두어들이고,
엉겅퀴에서 어떻게 무화과를 거두어들이겠느냐?
이와 같이 좋은 나무는 모두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는다.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나쁜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모두 잘려 불에 던져진다.
그러므로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마태  7,16-20)

반사적으로 드러나는 그리스도인의 행동, 즉 그리스도인의 삶의 방식으로서의 아비투스가 예수님이 말씀하신 열매이며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그리스도인 됨의 징표이다. 이 열매들이 모여 교회의 문화가 될 때 교회 역시 교회가 될 것이다.

 

최태선
하느님 나라의 시선으로 살아가는 
55년생 개신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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