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지구의 불을 끄는데 당장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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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지구의 불을 끄는데 당장 행동하라
  • 박병상
  • 승인 2022.11.1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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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상 칼럼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위기로 치닫는 기후변화의 실상을 마주하며 입이 바싹바싹 타는 모양이다. 이번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총회에서 다시금 쓴소리를 토해야 했다. “우리는 ‘기후 지옥’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에서 가속 페달까지 밟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협력할지, 멸종할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고 세계 정상에 강력한 경각심을 요구한 것인데,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주요국의 뉴스는 기후위기에 관심이 없다.

지난 10월,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살인적 더위와 가뭄으로 유럽과 남아시아에 재앙의 그림자가 휩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베를린에서 40여 국가의 기후 관련 장관이 모였다. 그 자리에서 “우리에게는 ‘집단자살’ 또는 ‘집단행동’이라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고 유엔 사무총장은 강하게 경고했건만, 더위가 물러가고 혹독했던 가뭄의 흔적이 어느 정도 지워졌다. 세계는 유엔 사무총장의 호소를 잊었다. 불과 1달 만에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 관련 장관이 아니라 정상을 향해 살벌한 이야기를 꺼냈지만, 관심을 보이는 정상은 거의 없다.

COP27 총회에서 기후변화로 가장 먼저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면서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고, 취약한 국가들이 기후 대재앙에 맞설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연설을 한 태평양의 작은 나라 투발루의 눈물겨운 호소는 회담장 문턱조차 넘어서지 못하는데, 우리의 한 방송사와 언론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시급한 상황을 전했다. 해마다 20cm 가까이 상승하는 해수면을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으로 막아봐도 한시적이라면서 그 재앙에서 자유로운 국가는 없다고 전망했다. 선진국 진입했다고 넋 놓는 우리도 비슷하다.

11월 11일부터 6일 동안 대통령은 ‘한국-아시안 정상회의’ 일정을 발표했다. 참가하는 국가 정상과 어떤 대화를 나눌지 전혀 궁금하지 않다. 그저 문제 일으키지 않길 바라는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경제단체 대표들과 회동할 예정이라는 일정에 눈길이 간다. 어떤 긴급한 논의가 이어질까? 인도네시아와 우리 정부, 그리고 양국의 경제인 사이에 기후위기가 진정성 있게 거론될까?

지독하게 탐욕스러운 화석연료 소비로 잘사는 국가의 정상, 그리고 관련 기업인을 향해 청년의 “미래를 빼앗지 말라!”고 쏘아붙이고 “타오르는 지구의 불을 끄는데 당장 행동하라!” 요구하는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COP27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COP가 ‘그린워싱’의 선전장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린워싱’은 환경을 위한 듯 녹색으로 맨얼굴을 위장하는 ‘녹색분칠’의 다른 말이다. 세계 최고의 플라스틱 오염자답게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책임을 반대하는 코카콜라가 COP27의 공식 후원사라는 건 무엇을 암시하는가?

해수면 상승으로 고통받는 동아시아 국가로 가는 우리 정상은 ”국익“ 차원에서 한 언론사의 동행을 마다했다고 강변했다. 경제협력을 얼마나 어떻게 운운하려는 걸까? 비판 언론이 어떻게 전달할지 지금은 알 수 없는데, 제발 창피를 면했으면 좋겠다. 한데, 기후변화에 책임이 큰 국가의 정상이라면 참여해야 마땅한 COP27 일정을 온실가스 배출 16위를 차지하는 대한민국은 외면하고 말았다.

COP27에서 황급하게 ‘빙하권 상태 2022’를 발표한 모양이다. 세계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6도 오르면 북극해의 얼음이 2050년 이전에 모두 사라진다고 전문가가 발표했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그렇기에 반드시 1.5도 이하 상승으로 억제해야 한다는 건데, 정작 문제는 1.6도가 아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30년까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이지 못하면 2050년 탄소중립은 물 건너가고, 방치하면 2.8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게 아닌가.

2.8도? 그 정도 상승하면 상승 가속력으로 6.0도 이상 오를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이후 미래세대에 닥칠 상황은 멸종이다. 러시아를 부자 국가로 만든 시베리아의 매장 천연가스가 빠르게 분출되며 타오르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해수면 깊이 얼어붙은 메탄하이드레이트마저 녹아 바다 위로 불타오르며 솟아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기후학자는 “탈 수 있는 건 모두 탈 것”으로 주장했다. 가족과 집, 직장과 생태계,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사라진다! 그렇게 진행되는 상황을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자살행위라고 경고했다.

이번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정상회의는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과 취약국을 위한 기후 피해 보상과 지원 방안을 약속했다. 하지만 대출 형태다. 이자도 포함될 수 있다. 개도국은 잘사는 국가들의 이중 잣대를 비판한다. 이제까지 배출한 온실가스로 부자가 된 국가에서 이제 잘살아보려고 노력하는 “개도국에 탈석탄을 요구하면서도 자국이 사용할 새로운 가스·유전 개발을 추진”지 않던가. 천연가스는 화석연료가 아니란 말인가?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거의 없는 국가부터 해수면 아래로 사라지는 현실에서 선진국은 어떤 협력에 나서야 하나?

석탄을 천연가스로 바꾸면 온실가스 배출은 눈곱만큼 줄지만, 기후위기 억제 효과는 없다. 천연가스 소비 촉진은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는 협력에 역행한다. 해수면 상승에 직면한 국가에 대한 여전한 폭력이고 기후위기 책임감을 느끼는 자국민에 대한 속임수 불과하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챙기는 안락함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친환경을 내세우는 수소는 한술 더 뜬다. 수소를 모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가 분출되는지 왜 밝히지 않는가? 수소가 친환경인 듯 위장하는 기업은 끔찍한 그린워싱을 앞세운다.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포스코와 현대자동차, 그리고 두산중공업 외 많은 기업이 그렇다.

한 지역, 한 국가의 노력으로 기후위기는 극복되지 않는데, 선진국이라 칭하는 국가는 어떻게 솔선수범하며 기후위기를 극복해야 할까? 개도국을 대출 형태로 자원하고 나중에 원금과 이자를 받으려 하는 부자나라는 자원을 빼앗으며 괴롭혔던 지역에서 벌인 자신의 잘못을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배상에 나서야 한다. 개도국에서 그칠 수 없다. 기후위기로 생존이 위협받는 미래세대에게 마땅한 보상이 필요하다. 총과 균과 쇠를 먼저 사용하지 않았을 뿐인 국가에서 자원을 탈취하고 인권을 말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세대가 누릴 생태공간까지 파괴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솔선하는 협력에 앞서 진정성이 보이는 반성이 상호 신뢰를 위해 필요한데,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위기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COP27은 국가 사이, 세대 사이의 허심탄회한 논의의 장이 되어야 하는데, 세계 정상은 여전히 자국의 눈앞 이익에 이기적으로 매달린다. 협력보다 멸종하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60플러스기후행동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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