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증후군 걸린 김문수, 그리고 그리스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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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증후군 걸린 김문수, 그리고 그리스도인
  • 최태선
  • 승인 2022.10.03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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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선 칼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는 얼마 전, 불법 파업에는 손해배상 소송 폭탄이 특효약이라는 발언을 한 사람이다. 결국 이 정부의 노동에 대한 인식이 그를 통해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세계 역사상 대한민국처럼 빠르게 성장한 나라는 없다. 경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것에는 부침이 있고, 또 치우침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좌우로 흔들리지만 좌우로 흔들리는 과정을 통해 중심을 찾고 중심에 수렴하는 정책이나 법이 입안되기 마련이다. 기간이 짧다는 것은 그만큼 중심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며 특히 정책이나 법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의 정책은 중심을 고려하지 못하고 좌우로 심하게 왔다 갔다 한다. 그러나 그 흔들림은 정확하게 좌우 대칭을 이루지 못하고 우로는 크게 흔들리고 좌로는 약간만 흔들리는 시늉만 하다 만다. 그것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출신이 우이기 때문이다. 우인 사람이 아무리 좌를 표방해도 사실 그 사람은 좌가 무엇인지를 모른다. 그런 사람들이 아무리 좌편향의 정책이나 법을 만들어도 결과적으로는 다음 우를 향한 발판만을 마련할 뿐이다.

근본적으로 권력(돈)은 사람의 뇌를 망가뜨리는 역할을 한다. 과학은 그것을 규명해냈다. 그리고 ‘오만 증후군(Hubris syndrom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오만 증후군에 대해 설명하고 그것에의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과학 잡지인 <Brain>지는 오만증후군을 이렇게 정의한다.

“권력자, 특히 굉장히 성공적으로 특정 기간 동안 큰 견제 없이 권력을 누린 지도자에게 생길 수 있는 장애를 ‘오만증후군’이라 한다. 권력은 공감능력을 죽이는 종양과 같다.”

이것을 읽고 떠오르는 사람이 없는가. 나는 검사들이야말로 오만증후군 환자들의 전형이라고 생각한다. 검사들은 임용되자마자 ‘영감님’이 된다. 선배 검사들을 따라 술자리에 참석하고 그곳에서 돈이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렇게 그들은 향응에 익숙해진다. 향응은 비인간화의 대표적인 표상이다. 어떻게 사람이 향응을 거절할 수 있는가. 물론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강력한 쾌락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리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검사들은 오만증후군에 감염된다.

<Brain>지는 단층촬영을 통해 오만증후군에 감염된 뇌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자세히 보여주었다. 뇌가 변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가. 그것은 오만증후군에 감염된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병세를 인식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오만증후군은 사람의 본질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관점에서는 모든 것이 정상이지만 그의 모든 행동에서는 오만증후군의 증상이 나타난다.

나는 한동훈과 같은 분이 그 가장 대표적인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분은 참 대단하시다. 망설임이 없으시다. 그만큼 그분의 오만증후군은 중증이라는 표시이다.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은 진단이 가능하고 치료법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오만증후군의 치료법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은총 이외의 다른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자캐오의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라고 생각한다. 자캐오는 재산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토색질한 것의 4배를 갚았다. 사람들은 그가 부자라서 그렇게 하고도 여전히 부자일 것이라는 해석을 한다. 그러나 나는 그가 가난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가진 돈 가운데 토색질 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나는 그의 재산이 모두 없어질 때까지 그는 토색질한 것을 갚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토색질 한 것을 다 갚지 못하고 그의 재산이 모두 사라졌을 것이다.

하느님은 자캐오를 가난하게 만드셨다.

여기서 나는 오만증후군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책을 유추해낼 수 있다. 그렇다. 가난이다. 그것도 오랜 가난이어야 할 것이다. 처음에는 가난해져도 여전히 오만할 것이다. 그러나 가난해지면 오만할 수가 없다. 아무도 가난한 자의 오만을 용인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마침내 아무리 오만을 부려도 아무 소용이 없음과 오히려 그 오만으로 인해 자신에게 더 큰 불이익이 돌아온다는 것을 반복해서 깨닫게 된 후에야 오만증후군은 조금씩 치료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자 짐작이다.

물론 순간 순간 오만증후군 환자는 다시 권력에의 의지를 드러내고, 끊임없이 권력을 추구할 것이다. 다행히 조금이라도 다시 권력을 가지게 되면 그 사람의 오만증후군은 전보다 더욱 심해질 것이다.

나는 김문수와 같은 사람이 바로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는 경기도 도지사가 되었고 대통령 후보에 도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몰락했고, 몰락으로 인해 그의 오만증후군이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나는 불법 파업에는 손해배상 소송 폭탄이 특효약이라는 그의 발언이, 드러난 오만증후군의 증상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그가 승승장구해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면 그런 발언은 그의 마음속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도지사 시절 개인택시를 운전했다. 우리 사회의 힘든 이들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나는 그의 그런 노력이 존경스러웠다. 하지만 부자가 아무리 가난을 경험하려 해도 그것은 불가능하다. 가난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진짜로 가난해져야 가능하다.(내 말이 이해가 안 된다면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를 생각해보라) 마찬가지다. 그가 아무리 밤새워 택시를 운전했어도 그는 택시기사의 애환을 진짜로 경험할 수는 없다. 승객 누구라도 곧 그가 도지사라는 것을 알아볼 것이다. 혹시 못 알아보는 경우는 조용히 가는 사람이지 진상손님은 아닐 것이다.

나는 김문수의 그런 경험이 자신이 가난한 사람과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그에게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가난해지지 않았다. 힘들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상황에 처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그의 시도는 그의 오만증후군의 증세를 더욱 악화시켰을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그의 발언에 드러나 있다.

그런 그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이 또 다시 우리를 절망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이 제대로 살아야 한다. 세상은 본래 오만한 자들의 것이다. 근본적으로 오만증후군에 걸린 사람에게서 공감이나 긍휼을 기대하는 것은 무모하다.

정신을 차려야 할 사람들은 오만증후군에 감염되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이다. 지금은 코로나로 멈춰 있지만 나는 매주 치매 노인들에게 가서 예배를 인도한다. 나는 늘 그분들에게 기도할 것을 촉구한다. 그분들은 늙고 망가진 분들이다. 만일 그런 분들이 기도할 수 있다면 하느님께서 반드시 들어주실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병약함과 모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란을 겪는 것을 기뻐합니다. 내가 약할 그 때에, 오히려 내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 말씀을 잘 보라. 바오로 사도가 자신의 약함을 기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리스도를 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를 위하는 것은 하느님의 정의가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일이 이루어져야 할 때이다.

오만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을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은 병약함과 모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란을 기뻐하는 그리스도인들이다. 하느님은 온 세상을 위해 당신의 백성들에게 병약함과 모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란을 겪게 하신다. 그러나 그것이 은총임은 오만증후군에 걸리지 않거나 치료된 사람들만이 공감과 긍휼의 사람이 되어 하느님의 정의를 위해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태선
하느님 나라의 시선으로 살아가는 
55년생 개신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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