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묵상
-닐숨 박춘식
그들은 마음속에 이런 생각도 품지 않았다.
‘주 우리 하느님을 경외하자. 그분은 제때에 비를,
이른 비와 늦은 비*를 내려 주시고
우리를 위해 수확 주간을 지켜 주시는 분이시다.’
너희의 죄악이 이런 질서를 어지럽혔고
너희의 범죄가 너희 선익(善益)을 가로막았다.(예레 5, 24~25)
떠다니는 빙산을 막을 방법이 없을까요
느닷없는 폭우는 골짜기 집들을 바다로 끌어갑니다
성당 지붕에서 난타 공연을 하는 큰 우박들
성체조배 하던 산새들은 멀리 도망갔습니다
하늘의 축복을
오만한 저희가 뻔뻔히 외면했으므로-
노아의 방주를 위성으로 탐색하고 있는
시방,
하늘 쓰레기 바다와 땅 쓰레기들이
지구를 추악한 발걸레로 만든 인간들에게
고함치며 악취를 마구 던집니다
<출처> 닐숨의 미발표 시(2022년 10월 3일 월요일)
*공동번역성서에는 ‘소나기, 가을비, 봄비를 철 따라 내리시고 추수 때를 어김없이 지켜주시는 우리 하느님’이라고 번역한 것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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