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꼬아 엮은 긴 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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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꼬아 엮은 긴 끈
  • 닐숨 박춘식
  • 승인 2022.08.3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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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KBS 영상캡처
사진출처=KBS 영상캡처

눈물로 꼬아 엮은 긴 끈

-닐숨 박춘식


함경북도 무산의 하모니카 집*에서
두 딸이 엄마 젖가슴을 파고들더니
남조선에 가겠다고 비비대며 인사를 합니다
눈물로 꼬아 엮은 끈을 문고리에 걸고 떠납니다
국경 검문소의 총알 사이사이로
두만강 얼음을 살금살금 기어갑니다
바늘에 찔리듯 북풍에 온몸 떨면서
자유를 그리며 남쪽으로 걷습니다
꽃제비들 주검 앞에서 잠시 명복을 빌고
밤이면 별빛 따라 쉬지 않고 걸어갑니다
가파른 산을 핏자국으로 뒹굴어 내려오고
길에 버려진 사과로, 송장으로 변하는 몸을 달랩니다
바위 밑 굴속에 부둥켜안고, 두 딸은
엄마 아빠 부르며 눈물 끈을 놓지 않습니다

난생처음 자유와 뜨겁게 포옹하였던 날,
그 첫날밤부터 이불을 북녘으로 눕히면서
눈물로 꼬아 엮은 눈물 끈을 꾸욱 잡아당겨
다람쥐처럼 엄마에게 마구 달려갑니다
휴전선 금강산 백두산 무산 하모니카 집으로
나물 캐던 고향 뒷산까지 화살처럼 내달립니다
그리고 밤마다 중얼거립니다
하늘님 하늘님 끄윽 끄윽 하늘님
찢어진 이 강산을 언제 봉합하시렵니까


<출처> 닐숨의 미발표 시(2022년 8월 29일 월요일)

* 하모니카의 바람구멍처럼 여러 가구가 붙어 있는 형태의 주택으로, ‘이만갑’(탈북자들의 TV)에서 보여준 함북 무산읍의 위성사진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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