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나를 안다는 이유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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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나를 안다는 이유만으로
  • 문지온
  • 승인 2022.08.3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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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온 칼럼

누군가의 수고를 생각하며

아침에 잠을 깨운 것은 마을 이장님이 하는 마을 방송 소리였다. 가뭄이 심해 마을의 공동수조에 물이 없어 내일 저녁까지 단수를 할 예정이니 필요한 물은 미리 받아놓으라는. 

급하게 세탁기를 돌려 모아놓은 빨래를 하고, 10리터들이 물통 하나와 두 개의 세숫대에 물을 받아놓고 나니 뿌듯하다. 꼭지만 돌리면 수돗물이 펑펑 쏟아지는 곳에서 살았을 때는 몰랐다. 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물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내가 별다른 불편함 없이 하루를 지낼 때에는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수고가 깔려있기 마련이니, 그들의 노고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사진=문지온
사진은 캄보디아에 있을 때 찍은 거예요. 이즈음의 날씨가 자주 캄보디아에 있었을 때를 떠올리게 하네요. “내가 저런 더위도 견뎠는데, 까짓거, 이 정도의 날씨야, 껌이지, 뭐.” 하면서. 이열치열하기에 좋거든요. (사진=문지온)

적당한 고립과 적당한 소통

“적당한 고립감과 적당한 소통. 이 둘을 함께 받아들일 수 있을 때에 귀촌 생활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 고립을 두려워하면 자기 삶이 없어지기 쉽고 소통에 집착하면 이리저리, 자칫 편가르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휘둘리게 된고, 그러다 결국은 낙동강 오리알이 되기도 하고. 난 지금 이 둘의 균형을 잡으면서 나름 편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낯선 곳에 혼자, 뚝 떨어뜨려 놓은 것 같아 걱정이 된다는 친구에게 오늘 아침에 했던 말이다. 

귀촌한지 꼴랑 4개월인 지금, 이 생각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그리고 나처럼 혼자 있는 것을 그닥 무서워하지 않는 성격의 유형으로선 별로 변할 것 같지 않다. 

얼마나 자신이 없고 내세울 것이 없으면

“내가 누구(주로 유명인)를 알고, 누구누구와 친하게 지내고, 내 핸드폰에 저장된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아!”를 자랑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제법 알려진 정신과 의사인 형제가 자신들의 유튜브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내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단지 ‘안다는 이유’만으로 도와주는 사람, 없어요.
세상살이, 그렇게 만만치 않아요!”

거기에 더해 내 생각을 한마디 덧붙이면, “당신이 누구누구를 안다는 것이 당신이란 사람을 설명하거나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근거가 되지 않아요. 오히려 난 당신이 그렇게 말할 때마다 이렇게 생각하게 돼요. ‘얼마나 자신이 없고 내세울 것이 없으면 저 사람은 저걸 내세울까?’하고.”

 

문지온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고, 방송작가로 활동하면서 몇몇 문학상을 수상했다. "글을 통해 따뜻함에 이른다"는 뜻으로 필명을 문지온으로 정했다. <남은 자들을 위한 800km>(ekfrma, 2016)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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