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정말 너를 사랑하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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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정말 너를 사랑하신대
  • 한상봉 편집장
  • 승인 2022.08.21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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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봉의 뜻밖의 소식

“사랑하기 위해 성인이 될 필요는 없지만 오직 사랑하는 사람만이 성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너무도 지당한 말씀이다. 그런데 어떻게 사랑하지? 이게 고민이다.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사랑받은 자만이 사랑할 수 있다고 가르쳐준다. 그 루카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을 보려고 무화과나무에 올라간 자캐오 이야기를 전해준다.

키 작은 자캐오가 예수님을 멀리서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람들이 기생충처럼 경멸하는 부유한 세리였기 때문이다. 그는 예수님께 가까이 갈 수 없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먼저 자캐오를 발견하고 ‘그의 이름을 부르며’ 무화과나무에서 내려오라고 하셨다. “자캐오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루카 19,5) 죄인으로 취급받던 세리 입장에서 얼마나 기뻤을까? ‘나를 여느 사람처럼 받아주다니!’

의인이 죄인의 집에서 묵고, 더불어 밥을 먹는 행위는 당시 유다인들의 관습상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자캐오가 얼마나 감동했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자캐오는 에수님의 부르심을 받고 기뻐하며 용감하게 선언한다. 앞으로 변화된 삶을 살겠다고, 자기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고, 횡령한 돈이 있다면 네 곱절로 갚아주겠다고 약속했다. 자캐오가 사랑어린 사람이 된 것은 예수님께서 먼저 그를 사랑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한 복음사가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그분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1요한 4,19)이라고 말한다.

 

기쁨이란 이런 것이다. 내 안에 고여있는 기쁨은 없다. 그분께서 먼저 사랑하시고, 내 사랑이 주변으로 흘러넘칠 때 기쁨이 차오른다. 이렇게 기쁨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動詞)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입맞춤이 따르고, 입맞춤은 그 사람을 꿈에서 깨어나게 한다. 사랑은 전염성이 강하고, 세상을 봄빛으로 환하게 채운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종은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처럼 심각한 얼굴로 미사전례에 참여하는 신자들을 안타깝게 여긴다. 그 얼굴은 사랑하는 사람의 표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독일의 신비가 빙헨의 힐데가르트가 수녀들에게 매일 와인 한 잔을 마시라고 권했겠는가. 술기운에 달아오른 얼굴의 홍조가 그분의 생명력을 드러내기 때문이라는데, 예수님과 더불어 빵을 나누는 잔칫상에 앉아서 곡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미사란 예수님의 죽음도 기억하지만, 예수님의 부활도 경축하는 자리다. 그분은 성체성사를 통해서 우리 가운데 현존하시고, 우리는 그분과 우정을 나누는 기쁨에 참여한다. 우리가 지금 행복한 얼굴로 만나지 않는 것은 아직 그분의 사랑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분은 우리를 사랑하지만 우리가 그분의 사랑을 의심하기 때문이다. 복음서에서 그분의 사랑은 늘 낮은 곳으로 흘러내렸다. 그분은 한 번도 가난한 이들이나 여인들, 아이들을 나무란 적이 없었다. 그분은 세상의 권세 있다는 자들이나 율법지식을 뽐내는 이들을 꾸짖고, 결국 그런 자들에게 죽임을 당하셨다.

그러니 우리가 예수님의 제자라면, 우리의 처지가 보잘 것 없더라도 두려움 없이 그분의 사랑을 전해야 한다. 고난 속에서도 오히려 기뻐하고, “나는 그분을 만났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죽어도 여한이 없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이미 성인이다. 그분은 가난한 이들에게 먼저 기쁜 소식을 전했고, 가난한 이들은 기쁨으로 이웃에게 ‘그분의 사랑’을 전했다. “주님께서 별 볼일 없는 너를 정말 사랑하신대!”라면서. 복음서의 요지는 이렇다. 사랑은 기쁨을 낳고, 기쁨은 또 다른 사랑을 낳는다. 그러니, 기쁨 없는 사랑, 기쁨 없는 믿음은 거짓이겠지. 당신은 지금 어떠세요?

 

한상봉 이시도로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가톨릭일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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