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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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 문지온
  • 승인 2022.08.15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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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온 칼럼

1.
“누나, 재판 결과 나왔어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이야 앞으로 돈 벌어서 갚으면 되니까 앞으론 그냥, 조심하면서 잘 살면 돼요.”

K가 오늘 있었던 재판 소식을 전했을 때 제일 먼저 내 입에서 터져 나왔던 말.
“잘 됐다! 정말 잘됐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며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 다행이란 뜻이었다. 그동안 걱정해주어 고마웠다며, 이젠 걱정하지 말라는 T에게 말했다. 
“너한테는 이야기 안 했지만 사실, 그동안 너의 상황과 사정을 알고 너를 위해 기도했던 분들이 있었어. 모두 너는 모르는 분들이야. 이제 결과가 나왔으니 그분들에게 알리고 감사 인사, 전해야겠다.”

(그동안 기도로 동반해준 친구 신부님과 ‘가톨릭일꾼’의 한상봉 선생님에게 감사해요. 태일이와 선필이도. K의 감사 인사, 함께 전합니다.)

2.
즘 벼랑 끝에 선 듯한 젊은 정치인 L에 대해 한때 그의 키즈라고 여겨졌던 청년이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다.
“지금 그분이 벼랑 끝에 서있다면 이제 알게 되겠네요. 그분이 독수리라면 더 높게 날아오를 거고 독수리가 아니라면 떨어져 죽겠지요.”(표현 그대로는 아니지만 대충 이런 뜻)

참 잔인하고 냉정하다, 싶었지만 정치를 떠나 삶의 위기 상황에서 그 사람의 진면모가 드러난다는 측면에서 보면 ‘잔인한 진실’이라는 생각에 고개 끄덕했다. 그리고 궁금했다. 저 젊은 정치인은 지금 자기가 내뱉고 있는 그 말이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알고서 저런 말을 할까?

타인과 세상을 향해 던지는 돌은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돌이라는 것도 ‘잔인한 진실’에 속할진대?

3.

“우리는 캠퍼스 커플이었는데요, 연애할 때도 남편은 나를 보고 설레거나 들뜬 표정을 보여주지 않았어요. 달콤한 말로 사랑을 표현해준 적도 없었구요. 그래서 나는 남편이 원래 그런 감정을 모르는, 못 느끼는 사람인 줄 알고 지금까지 그런 걸 기대하지 않고 살았어요. 아쉽지만 어쩌겠어요? 남편이 원래 그런 사람이라 생각했으니.

그런데, 언니, 그게 아니었어요. 마음으로만 외도했다는 그 여자에게 보낸 메시지를 보니까 달콤한 말 일색이었구요, 남편이 소년처럼 들뜨고 설레길래 ‘새로운 프로젝트가 잘 풀리나 보다’ 생각했던 그 날이 바로 그 여자랑 만났던 날이더라구요.

지금 내가 힘든 건, 언니, 남편이 잠깐 다른 여자를 만났다는 게 아니예요. 이젠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내가 알고 있었던 사람이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 그게 얼마나 무섭고 혼란스럽고 커다란 배신감을 주는지 언니는 모르지요?”

남편의 외도로 괴로워하며 후배가 이렇게 말했던 적이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안다고 생각했지만 잘 몰랐고 지금도 여전히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경험이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이즈음 후배의 그 말이 자꾸 떠오르고 귓가에 맴도는 것은... 아무래도, 그 후배의 고통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런 ‘사랑’인지 ‘즐김’인지 모를 관계에 너무도 쉽게 뛰어드는 듯한 모습을 보기도, 한 다리 건너 전해 듣기 때문인 듯...

(사진=문지온) 사진은 조카네 가족이예요. 연이틀 녀석들이랑 지내면서 흥미로왔던 것은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시간을 보낼 때에는 ‘활동(게 줍기)’을 주로 하구요, ‘어머니와 딸’은 ‘대화’를 주로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거였어요. 같은 바닷가에서도 말이예요. ^*^ 지난 포스팅에서 다인이 사진을 주로 올렸더니 살짝 편애하는 것이 아니냐, 편애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말이 있어 바닷가에서 찍은 지운이 사진 중에 제일 좋아하는 지운이 모습을 골라서 올려요. '지운이가 벌써 소년이 되었나?' 생각할만치 분위기가 있는 사진이라~ 
(사진=문지온) 사진은 조카네 가족이예요. 연이틀 녀석들이랑 지내면서 흥미로왔던 것은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시간을 보낼 때에는 ‘활동(게 줍기)’을 주로 하구요, ‘어머니와 딸’은 ‘대화’를 주로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거였어요. 같은 바닷가에서도 말이예요. ^*^ 지난 포스팅에서 다인이 사진을 주로 올렸더니 살짝 편애하는 것이 아니냐, 편애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말이 있어 바닷가에서 찍은 지운이 사진 중에 제일 좋아하는 지운이 모습을 골라서 올려요. '지운이가 벌써 소년이 되었나?' 생각할만치 분위기가 있는 사진이라~ 

 

문지온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고, 방송작가로 활동하면서 몇몇 문학상을 수상했다. "글을 통해 따뜻함에 이른다"는 뜻으로 필명을 문지온으로 정했다. <남은 자들을 위한 800km>(ekfrma, 2016)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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