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절한 내 삶을 늘어놓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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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절한 내 삶을 늘어놓는 이유
  • 이원영
  • 승인 2022.05.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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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칼럼
사진=이원영
사진=이원영

내 삶은 너절하다. 너절하다는 말은 “(1) [사람이나 사물이] 하찮고 시시하다.(2) [모습이] 깔끔하지 않고 허름하며 지저분하다.”는 뜻이다. 나를 ‘너절하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국어사전의 설명 그대로다.

나는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 내 삶에 누구도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내 이야기란 것이 텃밭농사도 짓고, 신규농업인 현장교육실습으로 농사도 배우고, 귀농을 준비하면서 채식도 연습하는 이야기다. 또 책을 읽고 느낌을 서술하고, 소소한 일상을 SNS나 블로그에 올려 모든 이들에게 늘어놓는다.

이렇게 산다고 해서 부자가 되는 것도,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지는 것도, 남들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우리 부모님을 ‘꼭 그렇게 살아야 하냐’고 묻는다. 양가 부모님의 근심거리가 되어버렸다. 경제적 여유가 없다. 벌이가 없으면 내일 당장 노숙생활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 귀농한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것도 없다.

너절한 내 삶을 늘어놓는 이유는 뭘까? 나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지키며 살려고 노력한다. 오늘의 신앙적 응답은 생태적 삶이며 기후위기를 넘어 재앙으로 가는 길목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농본주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어렵지만 농본주의적 삶, 생태적 삶을 실천하려고 한다.

팬벨트 때문인지 시동이 요란한 내 출근차를 운전해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공용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사무실까지 걷는다. 여름으로 가는 길목이라 4km 정도 걷는 출근길이 땀으로 젖는다. 굳이 도보로 출근하는 이유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텃밭에서 식재료를 얻는 이유는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농사를 통해 조금이라도 탄소를 포집하기 위해서다. 화학비료나 살충제,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건강한 생태를 보존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 삶이 힘들거나 괴로운 건 아니다. 경제적 어려움은 있지만 단순하고 소박한 삶으로 전환하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알지 못한 풍요로움과 여유가 있고 적지만 자립의 기쁨을 느낀다. 이런 생활을 기록하는 것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전도고, 생활 속 예배며 목사로서의 설교라고 생각한다.

내 삶이 너절해서 누더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경제적으로 힘들고 물품이 부족해서 아끼고 기워서 입는 누더기. 하지만 예술적 창조로 공예품이 된 패치워크(Patchwork)나 퀼트(Quilt)를 떠올린다. 계획이나 생각없이 바느질된 누더기가 아닌 신앙과 가치를 따라 그려진 밑그림으로 완성되는 패치워크(Patchwork)나 퀼트(Quilt)처럼 될 날을 기대하며 출근길 발걸음에 속도를 더해본다.

 

이원영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인 삶을 추구하는
포천 사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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